성공회대, 남녀 구분 없는 ‘성 중립 화장실’ 추진...성범죄 우려 vs 성소수자 인권보호 대립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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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남녀 구분 없는 ‘성 중립 화장실’ 추진...성범죄 우려 vs 성소수자 인권보호 대립 '팽팽'
  • 취재기자 정은희
  • 승인 2021.05.2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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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학생기구, ‘모두의 화장실’ 설치 추진
모두의 화장실은 '성 중립 화장실'...성별과 관계없이 모두 이용 가능
미국 백악관, 영국 옥스퍼드 대학 등 선진국에서도 확산 추세
성소수자들의 다양한 영역에서 차별과 혐오를 경험하고 있는 가운데 성소수자 인권문제로 인해 ‘성 중립 화장실’이 논의되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성소수자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차별과 혐오를 경험하고 있는 가운데, 성소수자 인권을 배려한 ‘성중립 화장실’이 논의되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최근 성소수자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차별과 혐오를 경험하고 있는 가운데. 성소수자 인권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성소수자들은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공중 화장실 이용조차 어렵다고 한다. 이에, 서울에 있는 한 대학교에서 ‘성 중립 화장실'에 대한 첫 포문을 열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6일 성공회대 학생 기구인 중앙운영위원회는 올해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운영 계획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면서 성 중립 화장실인 ‘모두의 화장실’을 신규 설치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그 결과, 성별과 관계없이 모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성 중립 화장실’이 기존 남녀 출입이 구분된 화장실 이외에 추가로 성공회대에서 생길 예정이다.

성공회대 중앙운영위원회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모두의 화장실’ 설치 안건을 의결했다고 발표했다(사진: 성공회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캡처).
성공회대 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모두의 화장실’ 설치 추진에 대해 설명했다(사진: 성공회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캡처).

성공회대 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전체 학생대표자회의의 '모두의 화장실' 설치 결정을 환영하며 설치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겠다”며 “인권과 평화의 대학인 성공회대가 앞장서서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고 이를 통해 다른 대학들과 사회 전체에까지 좋은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모두의 화장실은 성 중립 화장실로도 불린다. 이는 성별뿐만 아니라 나이, 장애 여부, 성적 지향, 성 정체성과 상관없이 말 그대로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말한다.

성공회대 비대위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모두의 화장실’ 설치 안건을 의결했다고 발표했다(사진: 성공회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캡처).
성공회대 학생회 비대위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모두의 화장실’ 설치 안건을 의결했다고 발표했다(사진: 성공회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캡처).

성공회대 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다가오는 여름 방학을 이용해 올해 안에 성 중립 화장실 신규 설치를 위한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비대위는 “남성 혹은 여성 중 하나로 인식되지 않는 경우 두 화장실(남자, 여자 화장실) 모두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재의 화장실은 성소수자에게 부적절한 공간”이라고 비판하며 성 중립 화장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트렌스젠더 혐오 차별 실태조사’를 보면, 조사대상 589명 가운데 약 40%인 241명이 공중 화장실을 이용할 때 부당한 대우나 불쾌한 시선이 두려워 자신의 정체성과 다른 성별의 화장실을 이용했다고 답한 결과가 있다.

성 중립 화장실의 내부 운영안은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된 바는 없지만, 기존 남녀 화장실은 그냥 놔두고 신규로 건물 1개소에 모두의 화장실을 신설하되, 기본적인 형태는 일반 화장실과 같다고 한다.

그러나 기존 화장실의 구조와 달리 성 중립 화장실은 화장실마다 독립된 잠금장치를 둔다. 현재 남자 화장실의 경우, 남성용 소변기, 양변기가 함께 있고, 여자화장실은 양변기만 있는 구조와 차별성을 둔 것.

독립된 잠금장치는 화장실 한 칸에 변기와 세면대, 거울, 비상벨, 휴지통 등이 모두 있어 다른 사람을 마주칠 우려가 없는 공간이다. 여기에 장애인 보조 시설과 기저귀 교환대 등을 추가해 리모델링을 실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성 중립 화장실 추진을 두고 시민들의 반응은 양극으로 엇갈리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불법 촬영 범죄에 취약하다는 주장하며 성 중립 화장실 추진에 반대한다. 대학생 임 모(22) 씨는 “성차별 문제를 막으려 성 중립 화장실을 설치하는 취지는 좋지만 뭔가 꺼려진다”며 “범죄 예방 조치를 철저히 한다고 해도 안전할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성 중립 화장실을 찬성하는 입장도 나오고 있다. 직장인 김 모(34) 씨는 “남녀 화장실 분리를 허무는 것은 성차별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이라며 “이번 사례는 사회 전체에까지 좋은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성 중립 화장실은 해외에선 비교적 보편화되고 있다. 미국은 2015년 오바마 행정부 때 성 소수자의 인권을 포용하기 위해 백악관 최초의 성 중립 화장실을 설치하기도 했다.

또한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선 학생들이 투표를 통해 남녀 화장실 구분을 없앴으며 스웨덴, 캐나다 등지에서도 성 중립 화장실이 늘어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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