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법안 처리율 26.8%로 역대 최저...의원들, 입법활동비 받아도 되나?
상태바
20대 국회 법안 처리율 26.8%로 역대 최저...의원들, 입법활동비 받아도 되나?
  • 부산시 연제구 조윤화
  • 승인 2019.11.28 16: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정치권은 논리적, 이성적, 상호존중이란 말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툭하면 고성을 지르고 카메라를 의식해 논란이 될 만한 자극적인 말을 쏟아내는 국회의원을 보고 있으면, 나랏일을 다루는 회의가 초등학교 학급 회의보다 나을 것 없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국회는 역대 최대 규모인 513조 5000억 원의 예산안 심의에 한창이다. ‘한창’이란 표현을 써도 될까 모르겠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전체회의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안에 대한 국회 세부 심사는 첫날인 11일부터 파행을 빚었다. 자유한국당 소속 김재원 예결위원장이 “이해찬 대표가 2년 안에 죽는다”는 택시기사의 발언을 전한 것에 대해 여당이 사과를 요구하면서다. 여야 간 "사과해라", "사과 못한다" 의견을 주고받다 11분 만에 회의는 종료됐다. 그보다 앞서 지난 1일 열린 국정감사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질의응답을 주고받던 중 강기정 정무수석이 끼어들어 고성을 외치는 바람에 파행으로 끝이 났다. 이후 강 수석이 사과하고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나서 논란 진화에 나섰지만, 지난 6일 강 수석이 예결위 출석을 위해 국회를 방문하자, 야당 의원들이 강 수석의 출석 자체를 거부하며 또 회의는 파행됐다. 이 모든 과정을 뉴스로 지켜보는 국민은 “아니 그래서 일은 도대체 언제 할 예정인가?” 하는 질문이 목 끝까지 차오른다. 민생을 먼저 돌보겠다고 으레 말은 하지만 여야 간 자존심 싸움, 힘겨루기에 본회의가 파행되는 모습은 더는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20대 국회가 ‘일 안 하는 국회’라는 것은 통계로도 증명된다.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을 기준으로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법안은 1만 6264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안 처리율은 26.8%로 역대 국회 중 최저 수준이다. 사상 최악의 법안 처리 실적(42.82%)을 기록해 ‘식물국회’라는 오명이 붙은 지난 19대 때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올해 초 국회는 여야 간 극한 갈등으로 거의 ‘개점휴업’ 상태였고, 극적으로 국회가 재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논란이 터지면서 정치권에서 장외집회에 열을 올렸으니 이는 당연한 결과다.

일부에서는 ‘국회의원은 일한 만큼 월급 받아갔으면 좋겠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의원의 월급은 국민이 낸 세금에서 지급되는 만큼 현재 정치권의 행태를 보고 있으면 ‘내가 낸 세금이 아깝다’는 것이다. 언론에 따르면, 2019년 현재 개별 국회의원에게 연간 지급되는 세비는 일반수당, 관리업무수당, 정액급식비, 정근수당, 명절휴가비,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등을 모두 합해 약 1억 5176만 원에 달한다.

문제는 현재와 같이 정치권에서 입법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한 와중에도 국회의원의 통장으론 매달 수당 600여 만원을 제외하고도 313만 원의 입법활동비가 꼬박꼬박 지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수당법 6조는 ‘국회의원의 입법기초자료 수집ㆍ연구 등 입법활동을 위해 입법활동비를 매월 지급한다’고 돼 있다. 입법활동비 외에도 국회 회기 중 입법 활동을 ‘특히’ 지원한다며 특별활동비도 따로 지급된다. 특별활동비는 국회의원 1인당 평균 매달 78만 원 수준이다. 국회의원의 세비 총액은 물론 1억이 넘지만, 이들 두 활동비만을 합치면 연간 4704만 원인데, 이는 2018년 국내 임금 근로자의 평균 연봉 3634만 원보다도 많은 액수다.

법안 발의는 국회의원의 본연의 업무이자 의무인데 이 직무에 해당하는 활동비를 따로 지급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본다. 환경미화원이 거리를 깨끗하게 청소한다고 특별수당을 주지 않고, 교사가 학생을 가르친다고 특별수당을 주지 않는다. 더군다나 입법·특별활동비는 과세 대상도 아니다. 이와 관련해 하승수 녹색당 공동위원장은 13일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는 매월 지급될 뿐 아니라 영수증 제출 의무도 없어 사실상 급여 성격으로 지급되는 돈”이라며 “비슷한 성격의 공무원 직급보조비도 소득세 과세 대상인데 국회의원만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특혜”라고 주장했다.

최근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이 증가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여럿 나온다. 나는 무당층이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정치를 관심을 두고 지켜보다 불신이 커져 ‘어느 정당도 기대할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시사저널이 여론조사 전문기업 서베이몹에 의뢰해 지난 15일 발표한 조사결과에서, 무당층 3명 중 1명은 ‘기성 정치인의 자질 부족’(38.3%)을 무당층이 된 원인으로 꼽은 바 있다. 국민 지지 없이 국정 동력을 되살릴 순 없다. 국회에 대한 최소한의 바람을 지난 6월 열린 여야 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한 말로 대신하겠다. “민주주의 체제 안에서는 싸워도 국회에서 싸워야 한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