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산업재해 사망률 1위...산업재해법 보강이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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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산업재해 사망률 1위...산업재해법 보강이 급하다
  • 부산시 동구 박신
  • 승인 2019.12.0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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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오랜 친구 중에는 건설 현장에서 인테리어 작업을 하는 친구가 있다. 그는 올해에만 벌써 몇 개의 건물 인테리어를 뚝딱 해냈다. 친구의 하루 시작은 새벽 6시. 출근이 빠르다고 해서 퇴근도 빠른 건 아니다. 그는 나와 동갑이지만 나에게는 늘 존경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최근 친구의 소식이 궁금한 이유는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가 자주 나기 때문이다. 단순 사고도 아닌 사망사고 소식이 많으니 더 걱정이다. 내 친구가 일하는 현장과 비슷한 곳에서 저런 사고가 벌어진다는 게 섬뜩하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산업재해 사망률이 1위다. 23년간 두 차례를 제외하곤 1위를 내준 적이 없다. 최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산업 현장에서 1692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단순 수치만 살펴봐도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 수는 비정상적이다. 가장 비정상적인 것은 비슷한 사망사고가 반복된다는 점이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말뿐인 대책 말고 노동자들의 사망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을 실행할 힘이다.

지난해 12월,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후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됐지만, 현장 노동자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단순히 법이 바뀌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무엇을 바꿔야 할까. 사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을 비롯한 현장 노동자들은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다단계 하도급으로 인한 비용감축. 현장은 안전보다 속도와 비용 절감을 외치는 상황이다.

현장 노동자들이 당장 어떻게 할 수 없는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는 건설 현장의 해묵은 문제다. 대기업들이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만 좇으며 법과 대중들의 눈초리를 요리조리 피하는 사이, 하도급 노동자들은 사고를 당하고 있다. 이들의 책임회피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누구의 책임인지 알지만 직접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구조부터 당장 손봐야 한다. 이러한 건설 현장 문제는 더는 현장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우리의 가족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책임을 나눠 가져야 한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만 책임을 떠밀어서는 안 된다. 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끔 뒤에서 도와주어야 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설 현장 문제에 대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지지가 필요하다. 다수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문제다. 더는 노동자의 목숨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동력이 되어선 안 된다.

건설 현장의 문제가 무엇이고 어떤 것이 필요한가에 대한 윤곽은 어느 정도 드러나 있다. 중요한 것은 무수한 대책들을 당장 시행할 수 있는 힘이다. 그 힘은 다수에게서 나온다. 이 시점에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언론은 계속해서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기획 기사로 보도하고 실질적 대책을 대중들에게 알려야 한다. 이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글을 쓰는 언론의 책무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지금보다 더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대책 시행을 촉구한다면 딱딱한 콘크리트 같던 대기업도 뚫어낼 수 있다.

‘하도급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자’와 같은 말은 더 이상 힘이 없다. 문제를 알고 해결책도 안다면 그것들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대책 마련이 아닌 대책 실행이 절실한 상황이다. 잘못된 것을 하루빨리 바로 잡을 수 있는 사회는 분명 좋은 사회다. 우리 사회도 더 나은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잘못된 것을 방치하기보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통해 바로 잡을 수 있어야 한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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