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크린 독과점’ 때문에 ‘겨울왕국2’를 봤다
상태바
나는 ‘스크린 독과점’ 때문에 ‘겨울왕국2’를 봤다
  • 부산시 해운대구 도민섭
  • 승인 2019.12.06 16: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겨울왕국2'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영화 '겨울왕국2'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디즈니 영화 <겨울왕국2>가 지난 21일 개봉하면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스크린 독과점은 특정 영화가 개봉할 때, 영화관에서 상영관 차지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경우를 일컫는 용어다.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반독과점영화대책위는 “스크린 독과점은 다양한 영화 관람을 원하는 관객들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저해하는 바람직하지 못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스크린 독점의 가장 큰 쟁점은 ‘관객의 선택권’ 문제다. 한 영화가 스크린을 너무 많이 가져가 관객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주장과 관객이 많이 볼 영화를 영화관에서 고른 것이라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나는 스크린 독과점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국내 영화배급사는 인기 있는 영화를 유통하거나 광고하기 위해 막대한 금액을 투자한다. 그만큼의 이윤을 남기기 위해 상영관을 몰아넣어 회전율을 높인다. 기업 입장에서는 ‘돈’을 벌기 위한 당연한 선택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어벤져스: 엔드게임> 개봉 전 극장가에는 <생일>, <요로나의 저주>, <미성년>, <헬보이>, <돈> 등 다양한 장르 영화들이 골고루 상영됐지만, 관객 확장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개봉 전 3주간 하루 전체 관객 수는 10만 명 안팎이었지만, <어벤져스: 엔드게임> 개봉 당일 관객 수는 100만 명을 넘어갔다. <극한직업> 히트 후 흥행작이 없던 극장들은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많은 매출액을 올렸다.

자본주의 시장의 기본인 ‘수요와 공급’에 의해 인기 영화가 많은 상영관을 할당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스크린 독과점이라는 문제로 스크린 할당량을 조정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법률 규제로 공급을 막는 기업 영업의 권리 침해다. 인기 없는 영화의 상영관을 늘린다고 관객이 몰리진 않는다. 관객은 더 좋고 취향이 맞는 영화를 보고 싶어 한다. 영화산업의 육성과 기회 균등한 시장을 만들고자 영화관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질 낮은 영화들이 상영관을 법적인 의무로 차지한다면 소비자들은 보고 싶은 영화를 제때 보지 못할 것이다.

나는 영화를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어벤져스: 엔드게임>, <기생충> 등 대작 영화들은 봤다. 엄청난 상영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티켓을 끊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행히도 10~20분 간격으로 영화가 있었기에 인기 영화들을 볼 수 있었다. 만일 스크린 독과점이라는 이유로 상영관이 제한돼 있었다면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스크린 독과점을 법으로 규제한다면 인기 영화 매표는 더욱 힘들어지고, 결국 암표도 생길 것이다. 스크린 독과점은 영화사들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을 요구하며, 질 높은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생각한다.

영화사에서 관객들을 위한 더 재미있고 질 높은 영화를 만들면 모두가 찾을 것이다. 정당한 경쟁이 아닌 규제를 통한 실제 수요와 동떨어진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오히려 영화 산업의 발전은 늦춰지지 않을까 싶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