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바다미술제 성황...지구온난화로 멍든 ‘상심의 바다’를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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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바다미술제 성황...지구온난화로 멍든 ‘상심의 바다’를 그리다
  • 취재기자 최경민
  • 승인 2019.10.2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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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대포 해수욕장서 27일까지..."죽어가는 바다의 심각성 고발"
해양쓰레기 등 환경문제에 공감하는 시민들 감상 행렬 이어져
다대포해수욕장에서 펼쳐지는 2019 다대포바다미술제.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한다(사진: 취재기자 최경민).
다대포해수욕장에서 펼쳐지는 2019 다대포바다미술제.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한다(사진: 취재기자 최경민).

부산시와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에서 주최하는 부산바다미술제가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열리고 있다.

2019 부산바다미술제는 ‘상심의 바다’라는 주제로, 해양쓰레기, 멸종 위기에 처한 해양생물, 유류 유출 사고와 방사능 폐기물로 인한 바다오염 등 바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환경문제를 예술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다. 더 나아가 지구 온난화, 무분별한 자연 개발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바다의 심각성을 예술 작품으로 시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다대포해수욕장에 전시된 작품은 총 21개다. 이번 바다미술제 출품작 대부분은 이미 만들어진 기성작품이 아니라 12개국 35명의 작가가 작품 구상단계부터 다대포해수욕장에 직접 방문해서 직접 제작하고 설치한 것들이다.

(왼쪽)아트 투게더 리미티드의 '상심의 웅덩이'. 계단 형태의 나무 구조물 가운데 해수가 웅덩이를 이루고 있고 그 위로 모래 건축물이 보인다. (오른쪽)작품 앞에 설치된 판넬. 초기의 모래건축물의 모습과 밀물로 인해 서서히 사라져가는 모래건축물의 모습을 보여준다(사진: 취재기자 최경민).
(왼쪽)아트 투게더 리미티드의 '상심의 웅덩이'. 계단 형태의 나무 구조물 가운데 해수가 웅덩이를 이루고 있고 그 위로 모래 건축물이 보인다. (오른쪽)작품 앞에 설치된 판넬. 초기의 모래건축물의 모습과 밀물로 인해 서서히 사라져가는 모래건축물의 모습을 보여준다(사진: 취재기자 최경민).

몇 가지 대표 작품을 감상해보자. 홍콩의 비영리 지역 예술 단체인 ‘아트 투게더 리미티드’의 <상심의 웅덩이>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트 투게더 리미티드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작품을 다대포 해변가의 해안선 근처에 설치했다. <상심의 웅덩이>는 1.6m의 깊이로 파인 나무 구조물이 계단 형태로 설계 돼있는데, 관람객들은 해수면보다 아래에 있는 하단부와 해수면과 수평을 이루는 상단부를 오가며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의 변화와 상승을 간접 체험하게 된다. 또, 웅덩이 안에 만들어진 모래 건축물은 시간이 지나 밀물이 들어오면서 서서히 소멸돼간다. 이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대규모 토지 손실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최준영(50, 부산 연제구) 씨는 “평소에 지구온난화의 피해가 그렇게 와 닿지 않았는데, 작품을 보고나니 지구온난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피부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승수의 '어디로 가야하는가'. 모래사장에 넓게 퍼져있는 군상들은 아름다운 자연과 대조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주재료는 시멘트이며, 몇몇 군상은 해양쓰레기와 시멘트가 뒤섞여있다(사진: 취재기자 최경민).
이승수의 '어디로 가야하는가'. 모래사장에 넓게 퍼져있는 군상들은 아름다운 자연과 대조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주재료는 시멘트이며, 몇몇 군상은 해양쓰레기와 시멘트가 뒤섞여있다(사진: 취재기자 최경민).

이승수 작가의 <어디로 가야하는가>는 인간에 의해 병들어 가는 자연과 그것을 직면하고 해결해 나아가야 할 현 시대의 자연환경 문제에 대해 말하고 있다. 다대포 해변의 산책로를 따라 해변의 정중앙으로 들어서면 성인 남성의 키와 비슷한 크기의 인간 군상들이 불규칙적으로 퍼져 서 있다. 군상에 가까이 다가가면, 이들이 각종 이질적 재료인 시멘트로 만들어진 것을 볼 수 있다. 몇몇 군상은 해변에서 수집한 해양쓰레기들이 시멘트와 뒤섞인 채로 굳어져 있다. 오영민(22, 부산 서구) 씨는 “작품을 보면서 우리가 버린 쓰레기들과 우리가 오염시킨 환경은 결국 우리에게 돌아오게 돼있다는 것을 느끼며 반성했다”고 말했다.

타이둥 다운아티스트빌리지 & 토코 스튜디오의 '해변가에 섬이 생긴다면'. 타이둥 지역을 대표하는 ‘작은 섬’을 형상화했다. 대만 동해안 지역의 해양 쓰레기들로 만들어졌다(사진: 취재기자 최경민).
타이둥 다운아티스트빌리지 & 토코 스튜디오의 '해변가에 섬이 생긴다면'. 타이둥 지역을 대표하는 ‘작은 섬’을 형상화했다. 대만 동해안 지역의 해양 쓰레기들로 만들어졌다(사진: 취재기자 최경민).

타이둥 다운아티스트빌리지 & 토코 스튜디오의 <해변가에 섬이 생긴다면>은 대만 동해안 지역의 해양 쓰레기들을 이용한 작품이다. 타이둥 다운아티스트빌리지 & 토코 스튜디오는 대만의 타이둥 지역 예술을 국·내외적으로 홍보하는 비영리 단체인 다운아티스트빌리지와 대만 화롄지역의 아메이 부족을 주제로 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토코 스튜디오가 협업한 팀이다. 이들이 이번에 선보인 작품은 타이둥 지역을 대표하는 ‘작은 섬’을 나타낸다. <해변가에 섬이 생긴다면>은 해양쓰레기가 작품으로 변화되는 방식을 통해 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작가의 이념과 함께 절망이 희망으로 변하는 것을 보여준다.

다대포해수욕장에서 부산바다미술제가 열리는 것은 2015년, 2017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바다미술제 홍보팀 관계자는 다대포해수욕장이 미술제 장소로 선정된 이유를 부산의 다른 해수욕장에 비해 비교적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있고, 풍광이 아름다우며, 상대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보팀 관계자는 다대포 해수욕장의 넓고 완만한 지형 역시 바다미술제가 열리기에 적합한 곳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지형은 작품설치와 감상에 적합하기 때문이라는 것. 이번 전시에도 완만한 해변과 송림 등의 지형 특징을 활용한 작품이 설치됐다. 금한나(22, 부산 동래구) 씨는 “모래사장이라는 열려있는 공간을 전시장으로 사용해서 실내에는 전시할 수 없는 거대한 작품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바다미술제 홍보팀 관계자는 “그동안 문화 향유의 기회와 혜택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서부산 지역에서 진행된다는 의미도 있다. 서부산 주민들은 물론 부산 시민들이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이 주는 여유와 예술 작품이 주는 감동과 명상의 순간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바다미술제는 10월 27일까지 진행되며, 휴일 없이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무료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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