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발 초기 단계 보고서 압수해 부실 개발 사실 확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재수사가 8년 만에 끝이 났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의 제조‧유통 업체 관계자 등 전‧현직 임직원 34명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23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권순정)는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 등이 연루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2차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개발‧판매 등에 관여한 임직원 8명을 구속기소, 26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2013년 1차 수사 당시 혐의 대상에서 제외됐던 화학물질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을 원료로 하는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여부였다.
당시 정부의 독성실험에서는 CMIT‧MIT 원료물질과 피해의 인과관계가 확정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지난해 11월, 환경부가 관련 연구 자료를 검찰에 제출하면서 2차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1994년 최초 가습기살균제 개발 당시 자료인 서울대 흡입독성 실험 보고서 및 연구노트 등을 압수해 조사했다”며 “최초 개발 단계부터 안전성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부실하게 개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각 업체의 임직원들이 가습기 살균제를 객관적‧과학적인 방법으로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고 제조‧판매했다고 봤다. 검찰은 그 결과 “이들이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5명이 사망하고, 17명이 상해를 입었다”며 이들 기업의 전‧현직 임직원 11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또 검찰은 다른 화학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원료로 공급한 전직 SK케미칼 직원 4명도 함께 기소했다. 이들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됐다. 이들은 PHMG가 유독물 기준을 초과하는 화학물질임에도 불구하고 독성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채 옥시와 홈플러스 등이 가습기 살균제로 해당물질을 사용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기소 대상에는 애경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환경부 서기관 A씨와 애경산업으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은 전 국회의원 보좌관 B씨도 포함됐다.
한편 검찰은 “향후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의 공판을 전담하는 특별공판팀을 구성하겠다”며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