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기업 옥시·애경 조정안 거부...“이미 큰돈을 배상했다”
법적 강제력 없는 조정안, 기업의 동의 없으면 시행 불가능
피해자들, 기자회견서 “포기하지 않고 연대 계속 이어갈 것”
지난달 28일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보상 조정위원회가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배상 조정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가장 큰 피해를 낸 옥시레킷벤키저와 애경산업이 조정안을 거부하면서 11년 만에 결정된 배상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위험에 처했다.
조정위원회는 9개 기업이 피해 구제 조정 대상자 7027명을 대상으로 약 9000억 원의 배상금을 각각 나눠서 배상하는 조정안을 결정했다. 피해자 유족에게 최소 2억에서 최대 4억 원, 초고도 피해자에게 최소 8000만 원에서 최대 5억을 지급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여기서 옥시와 애경은 배상금의 60%를 나눠 내야 한다.
그러나 옥시와 애경은 이미 큰돈을 배상했고, 기업마다 내야 하는 돈이 다른 것은 불공평하다며 조정안을 거부했다. 조정안은 법으로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9개 기업이 모두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시행될 수 없다.
지난 6일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및 유가족들은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업이 책임져야 할 피해자들은 건강 피해자로 추산되는 95만 명인데, 전체 피해자 중 0.8%에 해당하는 조정 대상 7027명에 대한 피해조차도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옥시가 폐 손상 1·2단계에 대해 배상했다고 주장하지만 그동안 배상한 피해자는 옥시 제품을 사용한 3000명 넘는 피해자 중 405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10년 가까이 겪은 피해와 병원비를 부담하려면 조정위원회가 내놓은 조정안의 배상액으로도 턱없이 부족하다. 피해자들은 조정안에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이들을 위한 ‘미래 치료권’을 보장하는 내용 포함을 주장했으나, 조정안에는 이러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조정위원회는 두 기업과 시간을 더 가지며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조정위의 활동 기간이 지난달까지였기에 활동 기간 연장은 피해자 측과 기업 의사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단체 빅팀스 조순미 위원장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이 같은 참사 및 재난을 당한 피해자와 함께 단단하게 연대할 것”이라며 “비록 아픈 몸이지만 이러한 참사가 다시 한국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열심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조정위원회는 오는 11일 공개 간담회를 열고 그동안의 활동 내용을 공개한다. 가습기살균제 합의를 위한 피해자 단체 ‘가피단’은 오는 13일 SK케미칼과 옥시 경연진을 만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