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 슬라이드 넘길 때마다 "찰칵, 찰칵" 카메라 셔터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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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 슬라이드 넘길 때마다 "찰칵, 찰칵" 카메라 셔터소리
  • 취재기자 성하연
  • 승인 2015.04.2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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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범용시대 대학 강의실 신풍경..."노트필기 학생은 이제 보기 힘들어"

부산의 한 사립대학 교양 수업시간. 교수가 “이 부분 시험에 나옵니다”라며 강의자료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넘기는 순간, 카메라 셔터 소리가 여기저기서 연신 울렸다. 학생들이 스마트폰 카메라로 강의 슬라이드를 찍어 댄 것이다. 엎드려 졸던 학생도 셔터 소리에 깨어나 자신도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다시 엎드린다. 이 수업을 듣는 대학생 이영은(23, 부산시 사상구) 씨는 “책에 다 나와 있는 내용인데 책 없는 학생들이 마구 사진을 찍어대 수업 집중에 방해된다”며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동시에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소음 때문에 교수님 말씀을 놓친 적도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최근 대학교 강의시간에 노트북이나 태블릿PC로 강의내용을 받아쓰거나 강의 전체를 녹음하는 학생들, 수업시간에 스마트폰 카메라로 강의 자료를 찍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요즘 대학가 내에서는 졸린 눈을 억지로 떠가며 손가락이 휠 정도로 필기하는 학생들은 보기 힘들다. 심지어 필기도구를 아예 가지고 다니지 않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사진촬영 한 번으로 필기시간을 단축해서 수업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노트필기를 선호하는 학생들은 카메라 셔터음 때문에 오히려 수업 집중에 방해되고 신경 쓰인다며 불만을 터트린다.

▲ 강의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수업자료를 찍고 있는 학생들 모습이 보인다(사진: 취재기자 성하연).

동서대 영상문학과 안다은(23) 씨에 따르면, 자신이 듣는 교양과목 교수가 수업시간 스마트폰 촬영을 금지했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필기대신 무음 카메라로 몰래 사진을 찍기도 한다는 것이다. 안 씨는 “교수님이 사진촬영대신 필기하라고 시간을 넉넉히 주시는데도 불구하고 몰래 찍는 학생들을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부경대 시스템경영학과 김정혜(23) 씨는 “앞에 앉은 학생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느라 시야를 가리는 바람에 수업 집중이 안된다“며 “무음카메라로 찍어서 소리는 안나지만 앞에 학생이 스마트폰을 자꾸 들었다 놨다 하니까 거슬려서 짜증 났다”고 말했다.

한편, 사진촬영파 학생들은 필기하기 싫어서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동의대 국제관광경영학과 이혜림(23) 씨는 “수업에 늦어 뒷자리에 앉는 날이면 슬라이드 화면이 보이지 않아 필기 대신 스마트폰 카메라로 확대하여 촬영하는 것"이라며 “집에서 공부할 땐 노트에 다시 필기한다”고 말했다. 동아대 기계공학과 전병주(22) 씨는 “나는 필기를 하는 편인데 교수가 슬라이드 화면을 넘기는 속도에 맞추지 못해서 종종 스마트폰 촬영을 하기도 한다”며 “교수가 PPT 자료화면을 인터넷 강의 자료실에 올려주면 굳이 카메라로 찍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성대 경제금융물류학부 이재희 교수는 “필기대신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필기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면 수업시간에 촬영하는 것은 상관없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반면, 경성대 창의인재대학 교양교육부 유서영 교수는 “많은 학생들이 PPT자료를 찍는데 다들 집에서 사진을 다시 보며 공부하는 것 같지 않다"면서 "차라리 필기하는 모습이 더 보기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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