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김정은 복장하고 졸업 사진...의정부고, “패러디 졸업문화 원조는 나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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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김정은 복장하고 졸업 사진...의정부고, “패러디 졸업문화 원조는 나야 나”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07.16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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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교육청 방송 '레알스쿨', 의정부고 졸업사진 현장 생중계..."명예훼손" 당사자들 항의소동도 / 신예진 기자

학생들의 졸업사진 촬영 시즌이 다가오면서 학생들의 독특한 졸업사진으로 유명한 의정부 고등학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기도 교육청이 진행하는 유튜브 '레알스쿨'은 16일 경기도 의정부고등학교 졸업사진 현장을 생중계했다. 의정부고는 다른 학교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졸업 문화가 있다. 학생들이 분장하고 졸업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이 문화는 매년 7월이면 ‘의정부고 졸업사진’이라는 이름으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할 만큼 그 인기가 뜨겁다.

이날 눈길을 끌었던 패러디는 올해 가장 큰 이슈였던 ‘2018 남북 정상회담’이다. 문재인 대통령 코스프레를 한 학생은 검은색 정장에 파란색 넥타이를 매고 문 대통령 특유의 선한 미소로 등장했다.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을 맡은 학생은 올백 머리에 안경을 끼고 인민복과 비슷한 검은색 차이나 카라 자켓을 입은 채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을 맡은 학생은 성대모사도 곧잘 했다. 그는 “북한의 수령 김정은입네다”, “내래 평양에서 냉면 하나 갖고 왔는데”, “아, 멀다고 하면 안 되갔구나” 등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이 했던 발언을 그대로 따라 했다.

경기도 의정부고 학생들이 16일 졸업사진 촬영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으로 분장했다(사진: 경기도교육청 페이스북 캡쳐).

한 학생은 MBC <나혼자산다>에서 방영된 가수 마마무 화사의 ‘곱창 먹방’을 재현했다. 화사는 당시 대낮에 혼자 야외 테이블에 앉아 곱창을 먹어 한국에 ‘곱창 붐’을 일으켰다. 이 학생은 이날 검은 나시에 청치마를 입고 곱창, 파채 등이 차려진 테이블에 앉았다. 심지어 긴 머리카락, 화려한 손톱까지 화사를 따라 해 눈길을 끌었다.

화사를 분장한 학생은 레알스쿨과의 인터뷰에서 “‘나 혼자 산다’에서 화사가 곱창 먹는 모습을 따라하고 있다”며 “아이라인과 아이섀도를 그렸는데 땀 닦다가 다 닦였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화사는 자신의 곱창 먹방 패러디에 “감사하다”며 공개적으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화사는 이날 오후 열린 마마무의 새 앨범 ‘레드 문(RED MOON)’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아직 직접 보지는 못했다”며 “누군가를 코스프레한다는 건 뚜렷한 특징이 있다는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이어 “나를 코스프레 했다는 소식에 감사하고 즐거웠다”고 덧붙였다.

의정부고 졸업사진은 해당 학교의 졸업 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지난 2009년 일부 학생들이 특이한 복장으로 사진 촬영에 임한 것이 시초가 됐다. 당시 학생들은 불륜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민희·홍상수 커플, 영화 <곡성>, 가수 AOA 설현 등과 똑같이 분장했다.

이후 의정부고 졸업사진은 그 해 트랜드, 사회 이슈, 정치 풍자를 읽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2015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메르스 사태로 서울대 병원을 방문한 모습을 패러디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살려야 한다’는 문구가 적힌 A4 용지 앞에서 심각한 모습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은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설정 논란’에 시달린 바 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올해 ‘학생 보호’를 명목으로 사전 촬영 계획을 심의했다고 한다.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도덕적으로 금기시되는 촬영은 제한하겠다는 취지였다. 김예성 학생회장은 레알스쿨과의 인터뷰에서 "2009년부터 졸업사진 문화를 크게 바꿨다는 부분에서 의미를 두고 있다"며 "지난주 목요일 학교 측과 교직원, 학생들이 모여 어떤 사진을 찍을지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학교 측의 심의 사실이 알려지자, 의정부고 출신 동문들은 개성을 실현할 권리 등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를 위반한 조치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학교 관계자는 복수의 언론을 통해 “지난해 졸업사진 공개 후 학교에 항의 전화가 쏟아져 업무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며 “명예훼손 고발로 이어져 교사와 학생들이 수사기관에 불려 다니며 조사를 받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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