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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세상에 숨 쉴 자유를 허하라/ 칼럼니스트 최원열
  • 칼럼니스트 최원열
  • 승인 2018.05.20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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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리스트 최원열

‘걷기 실천율’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성인 기준으로 일주일 동안 하루 30분, 주 5회 이상 걷기를 설천한 사람의 비율을 말하는데, 이게 내리막길을 질주하고 있어 걱정이다. 4년 전 41%를 넘던 것이 2015년엔 40.6%로 턱걸이를 하더니, 이듬해부터 30%대로 뚝 떨어졌다. 왜냐고? 요즘 날씨를 보라. 먼 산이 뿌연 안개를 머금은 듯하고,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여기저기서 재채기를 해대고,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리기에 바쁘다. 그 고약한 미세먼지가 눈과 귀, 피부로 스며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는데 말이다. 오죽했으면 지난 겨울 ‘삼한사온’ 대신 ‘삼한사미’(사흘 춥고 나흘 간 미세먼지 지옥)란 신조어가 유행했을까.

건강하고 장수하려면 걸으라는 건강지식이 거짓으로 돌변한 현실이 왜 이리 서글픈지. 미세먼지와 ‘극도로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하는 ‘불편한 진실’에 숨이 턱 막힌다. 그것은 어느새 우리의 삶을 전방위적으로 조여오고 있다. 미세먼지가 ‘나쁨’ 단계에 들어서는 순간 생활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른바 선택의 자유를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밖으로 외출을 하지 못한 채, 창문을 꽁꽁 닫고 지내야 한다. 특히 야구를 좋아하는 부산시민들은 지난달 6일 미세먼지로 인해 프로야구 경기가 취소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을 경험해야 했다. ‘오, 마이 갓!’ 팬들의 표정은 경악 그 자체였다.

미세먼지의 극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도를 더할 것이 뻔하다. 지난달부터 인도를 덮친 모래폭풍의 참혹상을 보라. 시속 100km가 넘는 모래폭풍은 무려 200명이 넘는 인명을 재물로 삼았다. 곳곳에서 트럭들이 뒤집히고, 그 트럭에 지나가던 오토바이가 깔리는 장면은 참으로 끔찍했다. 기후학자들은 급작스런 초여름 불볕더위로 기류와 기압이 불안정해지면서 엄청난 모래폭풍을 일으켰다고 분석한다. 몇 년 전 관심을 끌었던 영화 <인터스텔라>가 뇌리에 오버랩된다. 성간 우주여행을 다룬 이 영화는 블랙홀과 웜홀 등 최첨단 우주과학 지식을 적용시켜 ‘사실적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영화의 밑바탕에 깔린 팩트는 ‘살 수 없는 보금자리’가 된 지구였다. 인류의 무분별한 자연 정복에 혹독한 되갚음이 따라온다. 황량한 벌판에 무서운 먼지폭풍이 덮치는 지구는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디스토피아’일 뿐. 그래서 영화는 제2의 지구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는 준엄한 교훈을 던져줬다. 지금 우리가 그런 환경으로 달려가는 꼴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산업혁명의 결과물인 ‘런던 포그’, 오늘날 ‘베이징 포그’를 열심히 뒤따라가는 우리네 상황이 딱하기 그지없다.

미세먼지가 끼치는 엄청난 해악을 대중은 아직 실감하지 못한 듯하다. 다들 미국의 9‧11테러를 기억할 것이다. 17년 전에 발생한 참혹한 테러 당시 ‘먼지의 습격’은 악몽, 그 자체였다. 초고층 빌딩이 일시에 무너지면서 일으킨 먼지 폭풍에 구조대원들은 평균 32%의 폐활량을 상실했다. 환경의학의 대가로 불리는 윌리엄 롬 뉴욕대 교수가 먼지에 노출된 10만 명을 무려 8년간 추적해 연구한 결과, 이들의 폐는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는 현재 미국의 대기오염 수준에서는 평균수명이 6개월 단축되고, 중국에서는 1년 줄어들 거라면서 특히 어린이에 대한 심각한 영향을 경고한 바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 정도일까? 모른다. 제대로 연구한 적이 없으니까.

미세먼지가 당장 생명과 직결된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으나 야금야금 삶을 갉아먹는 ‘침묵의 살인자’임을 우리는 알아야만 한다. 어디 폐뿐일까. 태아의 뇌 성장에 미세먼지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심지어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왔으니 상황이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미세먼지가 우리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정부는 ‘지금 당장’ 나서야 마땅하다. 국민이 세금을 내는 이유가 뭔가.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생명에 비하면 재산은 저리가라다. 그러니 정부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팔을 걷고 나서야 마땅하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딴판이다.’ 부모들이 자녀 목숨을 지켜달라면서 거리에 나서 절규하며 호소하는데도 팔짱만 끼고 있다. 그러고는 서울처럼 사흘간 450억 원을 퍼부으며 지하철 값을 무료로 해주는 ‘쇼’를 연출한 뒤 할 일 다했다는 식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태도가 이토록 안이하니 따끔하게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미세먼지의 원인에 대해 정부가 내세운 입장들을 살펴보자. 자동차 매연에서 나온다고 발표하던 정부가 지난해엔 ‘서민 생선’ 고등어 탓으로 돌렸다. 비난이 쏟아지자 슬그머니 중국 탓을 하다, 사드 문제로 중국이 거세게 나오자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생계형 영업용 차량이 주를 이루는 경유차를 지목하고, 야외 바비큐로도 의심의 눈길을 던졌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솔직히 물어보자. 원인 연구를 제대로 하긴 했나. 중국을 지목할 때도 정부가 내세운 논리는 “서풍이 불 때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더라”는 것이었다. 이른바 ‘카더라’ 통신으로 중국을 압박하면 되리라 봤는가. 참으로 한심하다. 나를 모르면서 상대에게 덤벼들다간 ‘백전백패’한다는 말도 들어보지 못했단 말인가.

미세먼지 원인에 대한 철저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 피해자는 바로 우리들로 명백하다. 그런데 가해자는 누군지 모른다. 범인을 잡기 위해 뭣을 해야 하나. 수사를 해야지. 진범을 잡으려면 의심이 가는 용의자들을 뽑아내야 한다. 고등어니, 삼겹살 바비큐를 또다시 용의선상에 올려서는 안 된다. 그들은 단순한 경범죄자에 불과하다. 자동차는 물론이고, 제조업 연소 현황과 철도 선박 건설장비 배출 현황을 전수조사하라. 소규모 사업장과 불법 노천 소각 상황도 빼먹어선 안 된다. 모든 정보는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게 순서다. 엉터리 조사는 고등어와 바비큐로 족하다.

저명한 사회생물학자 리베카 코스타의 경고가 떠오른다. 미세먼지를 비롯한 심각한 지구촌 환경오염 문제가 현대 문명사회가 내는 경고음이라는 사실 말이다. 그녀는 우리에게 묻는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지금처럼 살면서 <인터스텔라>의 지구로 몰락할 것인가, 아니면 진화의 길에 들어서 다른 삶을 살 텐가. 그녀는 개인에 책임을 전가시키는 무책임한 사회시스템을 바꾸고, 경제우선주의에 매몰된 극단의 경제학에서 벗어나 진화하라고 힘주어 요구한다. 그 방향은 우리의 목적과 같다. 마음껏 숨 쉴 자유와 권리를 갖는 것! 바로 그것이다.

칼럼니스트 최원열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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