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습격에 부산 영세상인 "손님 반으로 줄었다" 발만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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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습격에 부산 영세상인 "손님 반으로 줄었다" 발만 동동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8.03.2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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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먼지 걱정돼 시장 물건·먹거리 꺼려져"...상인들 "부산은 심하지도 않은데 마트에만 손님 몰려" / 정인혜 기자
지난 13일 미세먼지로 뒤덮인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사진: 더 팩트 제공).

잿빛 하늘 밑으로 마스크 쓴 사람들이 바쁜 발걸음을 옮긴다. 대기 중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함이다. 주부들은 외출을 극도로 삼가고, 유치원 봄 소풍이 연기된 어린이들은 저마다 울상이다. 체육 수업이 취소된 학생들은 찌뿌둥한 기지개를 켜고, 공원에서 바둑 두는 게 낙이었던 노인들은 집안 거실에서 텔레비전만 본다. ‘재난 영화’에까지 비유되는 상황, 여기는 2018년 3월 대한민국이다.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으면서 대기 수준이 연일 ‘나쁨’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될 만큼 심각하다. 지난 주말부터 기승을 부리던 미세먼지는 26일 정점을 찍더니 28일 오전이 돼서야 겨우 보통 수준을 회복했다.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기상청은 28일 늦은 오후부터 한반도가 중국발 황사의 영향권에 들 것이라고 예보했다. 하늘을 덮은 희뿌연 불청객은 오는 31일 ‘기상청 예보대로 비가 내린다면’ 다소 사그라질 전망이다.

매캐한 공기에 다들 울상이지만, 미세먼지를 반기는 곳도 있다. 미세먼지 마스크와 공기청정기를 취급하는 매장이 바로 그 곳. 마스크 제조업체인 유한킴벌리에서는 이번 달 마스크 매출이 지난해 대비 200% 늘었으며, 또 다른 제조업체 모나리자도 매출이 200~300% 급성장했다. 이마트 공기청정기의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177% 올랐다. 차량용 공기청정기 판매율도 150%를 달성했다. 괄목할만한 성장률이다.

모든 자영업자들에게 호재인 것은 아니다. 외출하는 시민들이 줄어들면서 자영업자들의 매출은 크게 떨어졌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오현송(27, 부산시 중구) 씨는 “계절이 바뀌는 때를 대목이라고 보는데, 올해 봄에는 유난히 손님이 없다. 미세먼지 때문에 사람들이 잘 안 나오는 것 같다”며 “부산은 서울보다 심각하지 않다는데도 이 정도”라고 한탄했다.

재래시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특히 좌판 상점에서 물건을 파는 상인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손님은커녕, 행여 먼지가 앉을까 물건을 진열하기도 어렵다.

28일 미세먼지 영향으로 시민들의 발길이 줄어든 부산의 한 재래시장(사진: 취재기자 정인혜).

28일 찾은 부산의 한 재래시장. 어두운 표정을 한 좌판 상인들은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었다. 채소 장사를 하는 김여옥(64) 씨는 “뉴스에서 서울 하늘이 시커멓게 될 만큼 공기가 나쁘다니 사람들이 겁먹고 시장에도 안 오는 것 같다”며 “상인회 회장이 이번 주는 미세먼지 때문에 손님들이 줄 것 같다고 물건 관리를 잘 하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완제품을 만들어 내놓고 파는 좌판의 경우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떡볶이, 튀김 좌판이 대표적인 예. 떡볶이 좌판 상인 장모 씨는 그는 평소 좌판에 내놓는 음식량의 반 정도만 했는데도 장사가 잘 안 된다고 푸념했다. 그는 “솔직히 부산은 심각한 것도 아닌데 사람들 발길이 이렇게나 끊어졌다”고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나도 아침에 아이들 학교 보내면서 마스크를 씌워 보낸 터라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시장 손님들이 인근 마트로 옮겨갔을 것으로 추측했다. 공기 중에 노출된 음식을 꺼리는 손님들이 마트에서 장을 보리라는 것. 장 씨는 “사람들이 사방이 다 뚫린 시장에서 음식 사는 걸 무서워하는 것 아니겠냐”며 “이럴 때 시장에서 일하는 설움을 느낀다. 저쪽 마트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것 같더라”고 말했다.

재래시장 인근에 위치한 마트에서 마스크를 낀 시민이 과일 매대를 둘러보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인혜).

실제 그의 말처럼 인근 마트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특이한 점은 마스크를 쓰고 있는 시민들이 많았다는 것. 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다는 점과 대비됐다. ‘미세먼지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마트에서 장을 본다’는 시장 상인의 주장이 영 틀린 말은 아니었던 셈이다.

마트 과일 코너에서 만난 한 주부는 일부러 마트를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마트보다는 시장이 집과 가까워서 평소에는 시장에서 장을 보는데 요즘에는 (미세먼지 때문에) 약간 꺼려진다”며 “기침하는 아이들을 보니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트 관계자도 평소보다 손님이 늘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가공식품보다 과일 채소류 코너를 찾는 손님들이 늘었단다. 그는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이후로 평일 오후 손님들이 늘어난 것 같다”며 “음식 위에 먼지가 쌓일 것을 걱정해서 깔끔한 마트를 찾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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