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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과 다른 삶을 메질하다...젊은 대장장이 박한준의 꿈 / 배상윤 기자"대장장이는 망치질을 잘 해야...문화재 복원에 묘한 매력"

‘땅, 땅.’ 서울 은평구 수색역 앞을 지나면 쉴 새 없이 망치로 철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린다. 지난 2013년 서울 미래 유산으로 선정된 ‘형제 대장간(서울시 은평구 수색로 249)’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기술의 발전으로 대부분의 금속 제품이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요즘, 대장장이들이 설 곳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나마 예전부터 가업으로 이어온 나이 많은 대장장이들이 대장간의 명맥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 형제 대장간에 대장장이를 꿈꾸는 젊은이가 있다. 바로 박한준(31) 씨다.

형제 대장간에서 조수로 일한 지 2년이 다 돼가는 그는 처음부터 대장장이를 꿈꾸진 않았다. 어떤 강연을 계기로 진로를 바꿔 칼을 만들고자 했다. 그렇게 칼 만드는 것을 배우러 간 곳에서 소개를 받아 이곳 형제 대장간에서 일하게 됐다고 한다.

형제 대장간에서 박한준 씨가 작업을 돕고 있다(사진: 김종성 씨 제공).

일반적으로 대장간은 한 명의 대장장이와 여러 조수로 이루어진다. 현재 형제 대장간은 대장님이라고 불리는 류상준(57) 씨와 그의 동생 류상남(49) 씨, 그리고 한준 씨 3명이 운영하고 있다. 

대장장이에 맞춰 작업을 진행하는 대장간의 특성상 보조들은 대장장이가 어느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는지에 따라 작업 방식에 차이가 난다. 물건의 깔끔함을 가장 중요시하는 대장님에 맞춰 한준 씨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도 물건의 정교함이다. 한준 씨는 “대장님은 물건에 조금의 틀어짐이라도 있으면 고쳐질 때까지 작업하거나 아예 버리고 새로 작업한다"며 "저도, 작은 사장님도 대장님의 이런 세심함에 맞춰 잘 보조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있다”고 말했다.

예전의 대장간엔 호미나 낫 등 농기구 주문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공장에서 쉽게 농기구를 찍어낼 수 있는 요즘엔 대장간에 들어오는 주문에도 많은 변화가 있다. 한준 씨는 “요즘은 문화재 수리하는 일이 많이 들어온다. 문화재를 구성하는 못이나 화살촉 같은 것들, 아니면 옛날 대포에 들어가는 철물을 재현하기도 한다”며 “가장 기억에 남는 복구 작업은 팔만대장경에 쓰이는 나무못을 재현했던 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문화재 복원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자연스레 이런 일이 대장간으로 많이 들어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재 복원 작업도 보람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문화재 복원작업은 이 직업을 택하지 않았다면 평생 경험할 수 없는 일이죠. 중요한 일을 한다는 데서 오는 자부심이 있죠. 이 직업이 일반적인 회사원들과는 좀 다르잖아요. 치이는 일도 없고 남들과 조금 다른 삶을 살 용기를 가졌다는 것에서도 조그만 자부심을 느낍니다.”

아직은 기술을 배우는 단계라 대부분 보조를 하며 대장간에서 하루를 보내지만 가끔 간단한 작업은 한준 씨가 직접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물건이 손님에게 팔릴 때 기쁨을 느낀단다. 

아직 장기적인 목표는 없다는 한준 씨는 당장 망치질을 잘하는 데 주력을 다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망치질을 잘한다는 건 잘한다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망치질을 잘해야 원하는 물건을 만들어 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해서일까. 무거운 짐을 나르는 잡무를 제외하면 한준 씨는 크게 힘들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한다. 뜨거운 화로 옆, 대장장이를 꿈꾸는 젊은 청년의 메질은 오늘도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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