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도그 푸드트럭으로 전국 누비는 젊은 두 남자의 꿈 / 박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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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도그 푸드트럭으로 전국 누비는 젊은 두 남자의 꿈 / 박찬영 기자
  • 취재기자 박찬영
  • 승인 2017.12.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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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세 동갑내기 전성현·정원규 씨...벨기에 핫도그로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 축제' 이어 롯데백화점 입점/박찬영 기자

“우리가 있는 그 곳이 바로 우리의 가게예요.”

핫도그 재료와 직원들을 태우고 축제가 있는 곳으로 떠난다. 벡스코든, 부산이든, 서울이든 자신들이 트럭을 세우는 곳이 모두 자신들의 가게가 된다. 그들은 “손님들이 찾아오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만나러 가는 것. 그게 우리가 생각하는 푸드트럭의 최고의 매력”이라며 웃었다. 힘든 일도 많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이들은 '두 남자 핫도그' 대표 전성현(29), 정원규(29) 씨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7층에 위치한 두남자핫도그 가게 앞에서 활짝 웃고 있는 두 사람(사진: 취재기자 박찬영).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이웃해 살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친구였다. 두 사람이 처음 핫도그를 만난 건 동네 친구들과 떠난 60박 61일 일정의 유럽여행에서였다. 유럽에 온 지 한 달 정도 됐을 때, 가지고 온 돈이 모두 바닥나 버렸다.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것이 많았던 젊은 네 남자는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시작했다. 벨기에의 한 핫도그 가게에서 일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그 곳에서 일하면서 먹은 핫도그 맛에 푹 빠졌다. 두 사람은 “처음 핫도그를 먹었을 때, 기존에 먹었던 핫도그와는 달리 달콤한데도 매콤해서 느끼하지 않았다. 먹자마자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계속 생각이 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두 사람은 원래 장사를 하고 싶은 꿈이 있었다. 그래서 여러 축제에 참석해 핫팩, 음료수 등 다양한 상품을 팔면서 장사에 대한 경험을 쌓고 있었다. 그러던 중 동의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전 씨에게 우연히 학교 축제의 푸드코트 부스 운영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전 씨는 친구인 정 씨에게 전화를 걸어 "같이 유럽에서 먹어본 핫도그를 팔아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당시엔 지금과 같은 정확한 레시피도, 푸드트럭도 없었다. 그저 유럽에서 먹었던 핫도그의 맛을 떠올리며 만들어 판매했다. 정 씨는 “장사가 잘된 편은 아니었다. 부스에서 번 돈으로 밥 한 끼 먹고 나니 남는 돈이 없었다”며 “그 때는 정말 경험해 보자는 취지였고 좋은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동의대 축제 후,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푸드트럭 사업에 나섰다. 가장 먼저 레시피 연구를 시작했다. 벨기에의 핫도그를 한국인의 입맛에 어떻게 접목시킬지가 관건이었다. 정 씨는 “다른 핫도그 매장을 방문해 다 먹어본 후 우리가 아는 핫도그 맛과 접목시켰다”며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도 많이 물어보고 조언을 구했다”고 말했다. 현재는 총 4개의 레시피로 네 종류의 핫도그를 판매하고 있다. 푸드트럭의 구조도 직접 디자인하고 SNS를 통해 활발한 홍보활동도 펼치는 등 열심히 푸드트럭 사업을 준비해 나갔다.

푸드트럭 사업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과정이 그리 순탄하진 않았다. 전 씨는 대학교 4년을 졸업하고선 전공과도 관련 없는 장사를 하려고 하느냐는 부모님의 반대가 굉장히 심했다고 전했다. 그는 “올바른 가게를 여는 것도 아니고 포장마차 비슷한 걸 시작한다고 하니 부모님 입장에서는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셨을 것”이라고 웃었다.

자금 조달도 적잖이 힘들었다. 은행, 신용보증재단을 비롯해 금융기관은 다 가봤지만, 그 때 당시 트럭을 담보 삼아 대출해주는 곳은 단 한군데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 일을 꼭 하고 싶었던 두 사람은 부모들을 자신들이 일하는 곳에 초대해 어떤 일을 하는지 보여드리고, PPT까지 만들어 자신들의 사업 계획을 설명했다. 결국 부모의 허락이 떨어졌고 자금을 마련해 주었다. 전 씨는 “다행히 지금은 빚도 다 정리됐다”며 “지금은 부모님이 제일 좋아하시고 많이 도와주신다”며 웃었다.

지난 11월 벡스코에서 열린 2017 G-STAR에서 두남자핫도그가 인기를 끌고 있다(사진: 전성현 씨 제공).

동의대학교 축제 이후 동서대학교 축제에서도 장사할 기회가 생겼다. 처음 푸드트럭을 가지고 축제에 방문하게 됐다. 그 때 동서대학교 축제를 찾았던 부산디자인페스티벌 담당자가 그들의 핫도그를 먹어본 후, 행사에 참여하지 않겠냐고 제안해 왔다. 부산디자인페스티벌에서 두남자핫도그는 조기 품절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사전답사를 위해 부산디자인페스티벌을 방문했던 다음 행사의 기획자도 두남자핫도그에게 자신들의 행사에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계속해서 러브콜이 이어졌다. 그들은 “레시피를 연구하고 마케팅에도 힘쓰는 등 노력도 있었지만 타이밍과 운이 없었더라면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시작한 지 이제 2년이 다 돼가는 두남자핫도그. 일을 하면서 힘든 일도 많았다. 대학시절 전 씨는 정치외교학 전공, 정 씨는 체육학 전공이었다. 두 사람 모두 시작할 당시, 요리나 경영에 대해선 초보였다. 재료는 어느 정도 있어야 할지 여름철 음식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알지 못했다.  여름철 재료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소시지 500개가 모두 상하는 바람에 몽땅 내버리기도 했다고. 행사하러 가다가 트럭의 타이어가 터지는 날도 많았다. 기름이 없어서 보험회사 부른 적도 있었다. 그들은 “그래서 더 재밌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 않나”라며 웃었다.

두남자핫도그를 시작으로 하고 싶은 브랜드가 많았던 두 사람은 ‘두 남자 오피셜’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현재 직원 8명이 일할 만큼 사업 규모가 부쩍 커졌다. 두 남자 오피셜에는 두남자핫도그를 비롯해 ‘두남자 카츠’와 ‘두남자 타코’라는 브랜드도 있다. 두남자핫도그 이후 나라별로 대표되는 음식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던 그들은 일본의 카츠와 멕시코의 타코를 선택했다. 아직은 두남자핫도그에 더 주력하고 있다. 정 씨는 “이제는 요식업뿐만 아니라 관광업 쪽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싶다”며 “푸드트럭과 여행을 접목시켜 투어사업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에 입점한 두남자핫도그(사진: 취재기자 박찬영).

올해는 두 사람에게 잊지 못할 해였다. 서울시가 주최하는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 축제'에 지원해 서류심사, 품평회, 트럭 비주얼 등 여러 가지 심사를 거쳐 당당히 부산에서 최초로 입점하는 쾌거를 이뤘다.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은 푸드트럭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꼭 입점해 보고 싶은 곳이다. 여의도, 반포, 동대문, 청계천 총 4곳을 각각 4주씩 돌아다녔다. 올해 10월까지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했다. 정 씨는 “부산에 있던 팀이 서울에 진출했다는 게 알려져서 여기저기 러브콜이 많이 들어왔다”며 “서울 하얏트 호텔과 콜라보도 하고 롯데백화점에 입점할 수 있었던 것도 밤도깨비 야시장의 힘이 컸다”고 전했다.

현재 두남자핫도그는 부산 서면에 있는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7층 village7에 입점해있다. 처음에는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명동점, 평촌점 등에서 팝업스토어 형식으로 두남자핫도그를 운영했다가 롯데백화점의 제의를 받아 입점했던 것. 전 씨는 “롯데백화점에 입점하게 돼 더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시고 푸드트럭에 대한 인식도 좋아졌다”며 “그래도 여전히 축제나 행사가 생기면 푸드트럭으로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처럼 그들은 푸드트럭 사업을 즐기고 있었다. 두 사람은 “두남자 오피셜을 통해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그들은 외식업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브랜드를 만들어 두남자 오피셜이 일상에 여러 곳에 영향을 끼치는 브랜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두남자핫도그’는 우리 인생의 터닝포인트다. 만약에 두 남자 핫도그를 하지 못했다면 이 정도로 발전하고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들의 눈은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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