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고 싶어 만화 그려요" 22세 웹툰 작가 ‘모글리’의 당찬 꿈 / 차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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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고 싶어 만화 그려요" 22세 웹툰 작가 ‘모글리’의 당찬 꿈 / 차진영 기자
  • 취재기자 차진영
  • 승인 2017.12.2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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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진학 대신 웹툰 선택, 데뷔작이 스릴러물 랭킹 1위 기염..."장편 작품으로 승부걸 터"

"행복이란 어떤 것을 해야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든 그것을 대하는 내 태도에 따라 달렸다”며 “‘내가 항상 행복한 것’이 최종 목표” 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그녀. 지금의 행복이 미래의 행복을 만들 것이라는 굳은 신념을 가진 그녀는 행복을 위해 만화를 그리는 신인 웹툰 작가 ‘모글리’, 이현정(22) 씨다.

웹툰작가 ‘모글리’로 활동 중인 이현정 씨(사진: 취재기자 차진영).

이 씨는 부산에서 활동 중인 웹툰 작가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꿈을 선택한 그녀는 웹툰 작가의 길을 걸으며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씨는 올해 2월 <방문자>라는 호러, 스릴러물 웹툰을 통해 웹툰 작가로 데뷔했다. 매서운 얼음 바다를 주제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상황을 극적으로 묘사해낸 <방문자>는 총 6화로 제작된 단편 작품이다. <방문자>는 웹툰 유료 플랫폼인 ‘코믹통’과 ‘컬처랜드 스토어’에 연재되며 호러, 스릴러물 랭킹 1위, 종합 랭킹 7위에까지 오르기도 했다.

<산골청웅 오봉구>의 주인공인 ‘오봉구’ 패널 앞에 선 이현정 씨(사진: 취재기자 차진영).

그에게 데뷔작 <방문자>는 이른바 ‘내 새끼’ 같은 작품이다. 방문자를 연재할 때, 준비 기간이 많이 짧았다. “물리적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간이 없어서 힘들었는데, 10일에 1화를 만드는 것이 최대치였어요. 미리 원고 작업에 들어갔지만 작품 수준을 유지하고 일주일에 한편의 분량을 채우는 것이 체력적으로 힘들었죠. 거의 두 달간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 빼고는 그림만 그렸던 것 같아요.” 그렇게 시간을 모두 투자해서 탄생시킨 작품이 <방문자>였다. 

그는 처음 작품이 올랐을 때는 일부러 보지 않았다. 궁금증보다 걱정이 더 컸기 때문. “그 당시에는 일부러 관심을 갖지 않여고 했지요. 그런데 지인들로부터 연락이 와서 1위 소식을 알고는 얼떨떨 했어요.” 

부산 웹툰 페스티벌의 부스에 전시된 이현정 씨의 작품 <산골청웅 오봉구>와 판매 중인 굿즈(사진: 취재기자 차진영).

<방문자> 이후 작업한 작품은 <산골청웅 오봉구>다. 곰이 마치 사람처럼 행동하는 미스테리 코믹물인데, 이는 아쉽게도 만화 플랫폼과의 스타일 차이로 불발되었다. 좌절의 경험을 한 셈이지만 이는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어 그에게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2017년 12월 15일~17일 열린 제 1회 부산 웹툰 페스티벌에 ‘좌절 만화’라는 주제로 부스 전시에 참여하게 된 것. 

“웹툰을 그리면서 단지 만화를 그리는 것 뿐 만아니라, 덕분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감사했어요. 예전부터 막연히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실현할 수 있어서 신기하고 즐거워요.”

어렸을 때부터 교단에 서서 누군가를 가르치는 꿈을 꿨던 이 씨의 그 꿈은 최근 실현됐다. 현재 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나가고 있기 때문. ‘경남 만화가연대’에서 중학생을 대상으로 특강할 사람을 모집하고 있었다. 이 씨는 수업계획서와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작성해 제출했고 합격해 특강을 할 수 있게 됐던 것. 지금까지 15개 학교에서 웹툰 발전 과정, 제작 방법, 불법 복제 사이트 관련 등의 자료로 특강을 해왔고, 지금도 특강을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미술관에서 관람객 등에게 작품을 설명해주는 ‘도슨트’를 해볼 기회도 생겼다. “서울에서 전시회를 많이 보면서 큐레이터나 도슨트 분들이 너무 멋있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기회가 주어져서 2016년에 열린 ‘부산 웹툰 쇼’에 도슨트로 참여할 수 있었어요.” 

그는 웹툰 작가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다양한 꿈을 이룬 것이 신기하기도, 감사하기도 하다며 “기회가 주어졌을 때 놓치지 않고 잡아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 고 말했다.

웹툰작가 ‘모글리로 활동 중인 이현정 씨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차진영).

이제 22세의 그가 남들보다 빨리 자신의 꿈을 찾아 실현해 나가고 있는 것은 미술을 전공한 어머니의 영향도 컸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레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 그는 중학생 때는 친구들과 모여 만화를 그리면서 점점 캐릭터와 스토리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했다. 학교에서 주최하는 대회에도 여러 번 참가하며 점점 만화에 빠져들었다.

만화 공부를 하던 중 우연히 ‘글로벌 웹툰 센터’ 가 주최한 웹툰 강좌를 수강했다. “3일 정도의 짧은 강좌였는데, 그때 소속 작가로 계시는 작가와의 인연으로 만화의 길로 접어들었어요. ‘만화를 그려보지 않겠냐’는 작가님의 제안에 3년 간 화실을 다니게 되었고, 이전까지는 미술학원 한 번 다녀보지 않았는데, 화실에 3년간 다닌 것이 만화를 그리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늘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한동안 ‘매너리즘’에 빠졌다. 매일 하던 ‘뭐 그리지?’ 하는 행복한 고민도 들지 않았다. 그는 당시엔 웹툰이 대중화되기 전이어서 현실적으로 웹툰으로 성공하는 것이 어렵다는 생각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고 그 때를 회상했다. '모글리'란 필명도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그 때를 되새기며 항상 ‘뭐 그리지?’ 라는 기분 좋은 생각으로 작품 활동을 하겠다는 각오가 담긴 이름.

“‘뭐 그리지?’ 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하다보면 ‘모글리’라가 돼요. 그 때를 생각하면서 웹툰을 즐거운 마음으로 그리려고 이름을 ‘모글리’ 라고 지었어요.” 

자신이 그린 만화가 전시되는 것, 직접 그린 캐릭터로 굿즈를 내는 것, 연재를 잘 마무리 짓는 것 모두가 그를 뿌듯하게 한다. “<산골청웅 오봉구>도 5화 콘티를 내기 위해 마지막 이틀 밤샐 때 죽을 것만 같았어요. 그런데 완성본을 내고 침대에 누울 때 ‘다 끝났다’는 생각을 하니 행복했어요.”

이 씨는 무슨 일을 하든지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맛있는 밥을 먹는 것, 그림 그리는 것도 행복한데, 이런 것들을 해서 행복하기보다 제가 행복해서 어떤 일을 해도 좋아요”라고 현정 씨는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앞으로는 장편 작품을 계획 중이다. “장편 작품과 단편 작품의 호흡은 달라요. 데뷔를 했지만 지금은 신인인데, 웹툰에 대해서 조금 더 프로페셔널해져서 스케줄이나 작품을 잘 소화하고 싶어요.” 현정 씨는 장편 작품을 기획해서 여러 플랫폼에 제의해볼 계획이다. 현정 씨의 최종 목표는 행복해지는 것이다. 구체적인 목표가 있을 수 있지만, 미래의 목표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는 것. “지금 행복한 것이 미래가 행복해지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그는 매순간 행복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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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2017-12-22 16:22:37
저 웹툰센터 전시관에서 일하고 있는데 반갑네요...!
기사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