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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성(性)이력 증거 채택 금지에, "무고한 사람 잡을라" 논란'성폭력법죄 특례법' 개정안 국회 제출..."피해자 보호 위한 것" VS "꽃뱀 활개칠 것" / 정혜리 기자
성폭력 무고 수사에서 피해자의 '성(性) 이력'을 증거로 채택하는 것 등을 금지하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발의되자 찬반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사진: pixabay 무료이미지).

성폭력 범죄 수사 중 무고 수사는 사건 종결 후에 할 수 있도록 하고, 피해자의 '성(性) 이력'을 증거로 채택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자, 찬반 여론이 극렬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번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 법률안’은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 외 10명이 공동 발의했다. 정 의원은 “여성가족부의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 중 극소수만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고, 성폭력 사건 수사 과정에서 수사기관이 피해자를 무고로 의심하는 사례가 빈발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 장치가 사라지고 심각한 인권 침해를 초래하고 있다”고 제안 사유를 밝혔다.

현행 형법 상 성폭력 피의자가 무고로 맞고소하는 경우 피해자는 피의자 신분으로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 가부장적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 피해 신고는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게 현실이다. 피해자는 소송 진행 과정에서 자신을 ‘꽃뱀’으로 보는 주위 사람들의 의심과 비난 때문에라도 신고 자체를 꺼리게 되는 것. 여가부가 2013년 발표한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해 성폭력은 2만 건이 넘게 발생한다. 하지만 2008년 형사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주요 범죄 암수추정 연구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의 암수범죄율이 87.5%로, 실제 발생하는 성범죄는 신고된 것보다 최대 6배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개정안엔 이같은 현실을 반영해 피해자의 ‘성 이력’ 즉 성적 경험, 행동, 평판, 성폭력 고소 유무, 성매매 범죄 관련 기록 등 과거 사실을 성범죄 입증을 위해 증거로 제출하거나 이를 토대로 신문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개정안 발의 후, 여론이 찬반으로 갈려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대표 발의자인 정춘숙 의원 공식 블로그에도 700개에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개정안에 반대하는 이들은 “억울한 사람은 무고죄 맞고소도 못 하고 손 놓고 있어야 하느냐,” “애먼 사람은 잡고 꽃뱀은 활개치게 만드는 법안,”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정춘숙 의원 블로그에 댓글을 단 누리꾼 H**는 의도한 효과보다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간에 일부러 누명 씌웠다는 게 드러나도 진행 중인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다”며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듯 성범죄 피해자가 무고 피해자보다 많다는 이유로 이렇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 kh******는 “꽃뱀이 돼 사기 치고 남자 등쳐 먹는 여자를 고소하지 못한다니”라며 “이런 악법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나온다면 형사소송법 대원칙 무죄추정의 원칙, 헌법상의 재판청구권이 무시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동의하는 누리꾼들은 “법이 통과되면 바로 위헌법률심판 제청하겠다”고도 댓글을 달았다.

반면 법안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 최가인(24, 서울시 종로구) 씨는 “왜 피의자가 억울해지는 것부터 걱정하느냐?”며 “누가 더 억울한 상황이 많은지도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다. 피해자 입장에는 이입하지 못하면서 가해자 입장에는 이입이 되는가”라고 되물었다.

시민운동가 김윤주 씨도 “물론 무고한 사람이 허위 고소로 피해를 입으면 안 된다”면서도 “하지만 성폭력 범죄의 특성에 대한 이해 없이 일반 사건과 같은 시각으로 성범죄 무고죄를 취급한다는 것도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취재기자 정혜리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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