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성교육보다 성범죄 예방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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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성교육보다 성범죄 예방교육이다
  • 김정은
  • 승인 2013.01.16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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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에 거주하는 아홉 살 영희(가명)는 지난달 집 앞 놀이터에서 40대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영희는 지나가던 행인의 도움으로 무사히 부모 곁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그 후로 학교는 물론이고 바깥에 나갈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영희는 현재 집에서 장난감 칼을 들고 있거나 이불 속으로만 들어가는 등의 이상 행동을 보여 병원에서 심리치료 중이다.

영희 양 사건의 범인이 검거되었지만,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아이의 말보다 가해자의 진술을 더욱 신용하였고, 그 탓인지 범인은 지금 집행유예로 풀려난 상태이다.

영희 어머니는 뉴스로만 보던 일이 자신의 아이에게 다가오자 실감이 나지 않았고 아이에게 어떻게 다가서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런 그녀에게 도움을 준 곳은 경찰서도 학교도 아닌 주민 스스로가 세운 아동발달센터였다.

경주시 인왕동에 위치한 ‘희망아동발달센터’는 지난 해 사용하지 않는 노인정을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개조하여 만든 어린이 놀이방 겸 상담소이다. 인왕동 주민 한인관(54) 씨는 이 지역이 학교 인근이어서 어린 학생들이 자주 지나다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골목길이 많고 가로등이 없어서 잦은 아동 성범죄가 발생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의논을 거쳐 자체적인 아동발달센터를 건립했다.

 

영희 어머니는 희망아동발달센터에서 상담 치료를 통해 유진이가 사라진 웃음을 되찾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도록 힘쓰고 있다. 그녀는 “학교에는 전문 상담선생님이 없다. 울타리조차 없는 학교에 상처받은 아이를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영희가 다니는 초등학교 교사 이윤영(39) 씨는 영희 소식을 접하고 학교 측에 성교육보다 성범죄 예방시간을 확대하고 전문적인 상담선생님을 모집하자고 건의했다. 그녀는 자기 반 아이가 이런 일을 겪는 동안 학교 측이 도움을 주지 못 해 속이 아팠다. 그녀는 “현재 초등학교의 성교육은 생물 시간과 다를 바 없다. 늘어나는 아동 성범죄에 발맞춰 이를 예방하기 위한 학교 내 성교육 체제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13세 미만의 아동 성범죄 발생 건수는 2003년 642건에서 2008년 1,220건으로 늘어 2배 가까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지난 해 대구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집단 성폭행 사건’은 이제 초등학생도 성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사회에 상기시켰다.

이처럼 늘어나는 아동 성범죄와 함께 한국에서는 성범 죄 예방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 지침에 따라 학교에서는 2009년부터 성범죄 예방교육과 성교육을 의무적으로 연간 17시간 이상 학년별로 편성, 운영하도록 되어있다. 전년도보다 연간 7시간 늘어났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학부모 이희연(41) 씨는 성교육시간 확보 정책은 몇 년 전부터 시행하던 방식이고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녀는 현재의 초등학생은 ‘작은 성인’이나 다름없을 만큼 성숙해졌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런 아이들에게 졸음만 유발하는 ‘정자와 난자의 만남’ 이야기식 성교육보다는 성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실질적 교육이 더 절실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정부의 예산보조로 아동 성범죄 예방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오사카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 중인 도귀순(22) 씨는 한국과는 다른 일본 초등학교의 경비체제로 인해 우편물 배달 아르바이트 중 봉변을 당했다. 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초등학교 교문을 들어서자 신원조회를 받느라 30분의 실랑이를 벌이고서야 일본에서 아동 대상의 범죄예방을 위해 초등학교 경비가 강화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사카 전역의 초등학교에는 지방정부 예산으로 경비원을 배치하고, 학교 정문의 경우는 방문자 확인 장치를 설치해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또한 오사카에서는 한 주에 한 시간 성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외부강사의 초청강의와 학년별 상담교사 배치, 부모에게 아이들의 등, 하교 시간을 알리는 서비스 등을 시행 중이라고 한다. 그녀는 “아동 성범죄가 터지고 뒤늦게 부랴부랴 부산을 떠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체계적인 성범죄 예방책을 세우고 있는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한국 YMCA가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의 민원상담 김효진(38) 씨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예방 교육이 한국에서는 외국에 비해 관심이 적고 아직까지 성범죄 예방교육보다 성교육 위주로 돌아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아동 성범죄 예방을 위해 주부들이 나섰다. 올바른 성문화 정착을 위해 강릉에서는 주부들이 주부인형극단 ‘사과나무’를 조직하여 ‘찾아가는 아동 성폭력 예방 인형극’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들은 아동 눈높이에 맞춘 성범죄 예방교육을 실시 중 이다.

‘사과 나무’ 단원으로 활약 중인 이은경(46) 씨는 이 연극은 지루하고 형식적인 수업이 아니고 친숙한 인형극을 활용해 아동 성범죄의 위험성과 대처방법을 알려줌으로써 아동 성범죄 예방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사설 단체인 ‘우둠지누리 아동성문화센터’의 황정이 씨는 아동 성범죄 피해를 받은 경우 ‘해바라기 아동센터’ 등을 이용할 것을 추천했다. 해바라기 아동센터는 성폭력 피해아동의 신체적, 정신적 피해에 대한 종합 진료체계를 구축하여 피해 아동 중심의 원-스탑 서비스를 실시하는 등 늘어나는 아동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여성부가 2004년에 설립한 센터이다.

이은경 씨는 아동 성폭력은 아이의 생애에 엄청 큰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녀는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성범죄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고 위급할 때 소리치거나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호신술 등 대처방안을 가르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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