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칼럼] 인간에게도 적용되는 유전자 돌연변이
상태바
[박기철 칼럼] 인간에게도 적용되는 유전자 돌연변이
  • 칼럼니스트 박기철
  • 승인 2024.01.23 05: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페리칸의 특이한 부리는 돌연변이의 결과인듯
앞으로 생명세계엔 어떤 모양의 생명체 등장할까
부리를 숨기고 있는 모습
페리칸이 부리를 숨기고 있는 모습(사진: 박기철 교수 제공).

아들레이드의 토렌스강(River Torrens) 양 옆으로 있는 산책길을 걸었다. 이상한 새 세 마리가 눈에 띄었다. 오리도 아닌 것이 난생 처음 보는 희한한 새였다. 길 가는 사람들한테 하도 많이 당해 보아서인지 가까이 다가가도 꿈쩍 안했다. 더 가까이 다가가서 좀 큰 소리로 말을 건네니 그 때서야 정체와 본색을 드러냈다. 페리칸(pelican)이었다. 조용히 쉬고 있는데 왜 귀찮게 구느냐며 나한테 공격적이며 감정섞인 몸짓을 보였다. 내가 급하게 뒤로 내뺄 만큼 위협적이었다. 한 성질 하는 녀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동물원 철장에서야 보는 새지만 이렇게 공원 물가에서 보다니 신기했다.

페리칸은 그 특이한 주머니 모양 부리 때문에 낯익다. 하지만 머리를 완전히 뒤로 젖혀 그 부리를 저렇게 깃털에 넣은 모습은 낯설다. 그러니 무슨 새인줄 몰랐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페리카나 치킨집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새였는데도 말이다. 짐작하건대 페리카나는 페리칸에서 온 말일 듯싶다. 무엇이 페리칸적인 페리카나일까? 반전(反轉)이 아닐까? 부리를 숨기고 있는 모습과 드러낸 모습이 완전히 색다른 반전이다. 페리카나라고 치킨집 이름도 지금까지의 치킨 맛과 다른 반전의 색다른 맛을 준다고 해서 그리 작명한 거 같기도 하다.

페리칸이 주머니 부리를 드러낸 모습
페리칸이 주머니 부리를 드러낸 모습(사진: 박기철 교수 제공).

페리칸은 왜 저렇게 특이한 부리를 가지게 되었을까? 내 머릿속 제한된 부족한 생물학 지식을 가지고 설명하자면 두 가지 서로 다른 이론이 있다. 용불용설(用不用說) 이론에 따르면 먹이를 담기 위하여 부리를 계속 쓰면用 그렇게 부리가 주머니처럼 점점 더 커진다는 것이다. 안쓰면不用 반대로 큰 부리가 퇴화된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돌연변이 이론에 따르면 갑자기(突然) 유전자에 이상한 변이(變異)가 생겨 주머니 모양의 부리가 달린 새가 태어났는데 그 부리 덕분에 새가 더 잘 먹고 잘 살게 된다면 그런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새가 후세로 더 많이 이어져 그런 모양의 새가 더 많이 태어난다는 것이다.

반대로 그 부리 때문에 살기 힘들다면 적자생존 경쟁에서 뒤처져 그런 그런 모양의 새가 덜 태어나고 결국 유전자 대가 끊긴다는 것이다. 생물학자들은 용불용설보다 돌연변이 이론을 더 정설로 받아들인다. 인간의 높은 지능도 처음엔 돌연변이에서 비롯되었단다. 서양인들의 파란 눈동자와 금발도 돌연변이에 의한 것이란다. 돌연변이에 의해 그런 모습을 가진 사람이 태어났는데 그것이 이성을 더 많이 끄는 매력요인으로 작용한다면 그런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후손이 더 많이 태어나 후세로 더 많이 이어져 파란 눈동자와 금발이 지금처럼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런 돌연변이 이론에 따라 생명세계가 전개된다면 앞날에는 또 어떤 모양의 생명체가 등장할까? 인간의 모습도 어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상상할 수는 있다. 아무래도 돌연변이 인간을 그린 ‘엑스맨’이라는 과장된 헐리우드 영화 속 인간처럼 될 것같지는 않다. 그런데 베르나르가 쓴 ‘제3인류’라는 소설에서는 다 자란 키가 17cm 정도의 초소형이며 여성형 인류를 이야기하는데 그럴 듯하다. 소설에서 왜 그런 초소형-여성형 인간을 제3의 인류로 가정했을까? 제1인류의 키는 대략 17m나 되었는데 1/10로 줄어 현재 제2인류는 대략 170cm 정도다. 그런데 또 1/10로 줄어 제3인류는 17cm정도 된다는데… 너무 거대한 것들을 추구하고 거친 남성형 수컷 마초가 주도하는 지금의 제2인류에 대한 풍자가 아닐까?

소설 속 이야기가 신랄한 풍자 만이 아닌 가능한 전망일지 모른다. 아무래도 앞으로는 무자비한 폭력을 마구 휘두르는 덩치큰 거친 남성을 제치고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며 쓰레기를 적게 배출하는 초소형 몸과 부드러운 마음의 여성형 인간이 적자생존하여 더 많이 태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우리 인류의 모습은 정말로 소설속 제3인류의 17cm 소인 모습처럼 진화할지 모른다. 작은 키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적자생존한다면 그럴 만도 하다. 실제로 남미의 에쿠아도르에는 성인의 키가 1m 정도 밖에 안되는 소인들이 많다는데 그들은 현대인이 겪는 현대병에 암에 걸리지 않는단다. 그래서 성인병과 암이 고질적이며 만성적 현대병이 된 이 사회에서 키작은 유전자를 가진 그들이 더 많이 적자생존한다면? 키큰 사람들보다 더 많이 키 작은 후손을 남겨 인류의 키가 점점 더 작아질 거라고 상상할 수는 있겠다. 엉뚱한 상상이겠지만… 커다른 주머니 부리를 가진 페리칸이 돌연변이로 태어나면서 그 돌연변이 덕분에 적자생존하여 저리도 태연히 살아 남았던 것처럼…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