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무라 할까? 라틴어로 나뭇가지를 ‘ramus’라 한다는데 가지 많은 ‘라무스’이기에 나무일까? 혹시 우리말 나무와 라틴어 ‘ramus’가 서로 관련 있다면 너무나도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 나무를 뜻하는 한자 木은 땅에 박혀 위로 서있는 모습을 그린 상형문자다. 그래서 木 아래에 ―이 있는 본(本)은 뿌리를 뜻하며, 위에 길다란 ―이 있는 끝 말(末)은 나무가지의 끝을 뜻한다. 짧은 ―이 있는 아닐 미(未)는 짧기에 끝이 분명하지 않아서 아니라는 부정의 뜻이다.
나무를 뜻하는 여러 단어들 중에서 가장 맘에 와닿는 것은 영어 ‘tree’다. 돌맹이 등의 무생물을 제외하고 생명체 중에서 가장 단단한 것은 나무다. 그래서 단단하다는 뜻을 가진 고대 인도어 deru가 tree로 발음이 변했다는 설이 있는데 그럴 듯하다. 세상에 나무처럼 참된 생명체가 있을까? 그래서 tree에서 참됨을 뜻하는 true라는 단어가 파생되고 명사형 truth도 참되니 믿을 수 있기에 trust라는 단어가 나왔을 듯싶다. 결국 모두 나무에서 온 좋은 뜻의 낱말들이다.
우리 사람들은 나무를 좋아한다. 그래서 쉴 시간이 오면 될수록 나무 옆에서 쉰다. 사람과 나무가 함께 있는 한자 쉴 휴(休)의 모습 그대로다. 나무는 엄연한 생명체다. 동물(動物)처럼 움직이지 않고 땅에 뿌리를 박고 가만히 있는 식물(植物)이지만 움직일 필요가 없어서 움직이지 않을 뿐 움직이지 않고 광합성으로 영양분을 만들며 할 것 다 하고 살아가는 기특 대견 신통한 아름다운 생명체다. 의식실종인간을 식물인간이라고 말하는 건 멀쩡한 식물을 건방지게 비하하는 말이다. <빛에너지+6CO2+12H2O→C6H12O6+6H2O+6O2.>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화학반응식이니 외워둘 만하다. 요 식물의 광합성 반응식을 반대로 돌리면 동물의 세포호흡 반응식이다. 빛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바뀔 뿐이다. 나무가 내어주는 산소를 마시고 과실 내 영양분을 취하며 운동에너지를 얻으며 살아간다. 그러니 식물 덕분에 살아가는 동물들이다. 사실 지구의 주인은 인간을 비롯한 온갖 동물들보다 저 점잖게 보이는 참된 나무들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