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칼럼]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안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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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 칼럼]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안목
  • 칼럼니스트 박기철
  • 승인 2023.12.1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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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게 보인 남자였지만 밝게 미소짓던 소년

아들레이드Adelaide 도심에서 바닷가 글레넬그Glenelg까지 가는 전차를 타려는데 겉보기에 좀 불량해 보이는 남자가 있었다. 아디다스 츄리닝training 옷을 헐렁하게 입은 모습이 후져 보였다. 호주에서는 담배가 비싸서 저렇게 담배를 말아서 피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츄리닝 남자도 담배를 말고 있었다. 츄리닝복에 딸린 모자 쓴 모습이 많이 음침해 보였다. 그 어두운 모습이 하도 인상적이어서 다른 사진을 찍는 척 하면서 이 남자의 인물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전차를 타며 이 남자와 떨어졌다.

나중에 전차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서 나는 깜짝 놀랐다. 사진 속에서 웬 소년이 나를 보고 맑고 밝게 웃고 있는 것 아닌가? 음침하고 어두운 남자가 아니라 맑게 생긴 나이어린 소년이었다. 날 보며 밝게 미소짓고 있었다. 20세도 안되는 고등학생 정도 될 것으로 짐작된다. 인간의 눈personal eye과 카메라 눈camera eye은 다른 것일까? 내가 직접 본 남자의 모습과 카메라에 찍힌 남자의 모습은 왜 이리도 확연하게 다른 것일까? 어느 쪽이 진실에 더 가까운 모습일까? 사정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이번 만큼은 카메라의 눈이 내 눈보다 더 진실에 가깝게 포착했을 것으로 사료思料된다. 나라는 인간의 눈은 선입견으로 둘러 싸인 어두운 눈이었다. 내 눈이 어두웠기에 나는 밝은 소년을 어둡게 본 것이다.

인간의 선입견은 참으로 어리석다. 오해와 착각의 시작은 잘못된 선입견에서 비롯된다. 내가 만일 이 소년의 사진을 찍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들레이드에서 스치듯 만난 이 밝은 소년을 어두운 남자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우리를 어둠속에 갇히게 하는 어리석은 선입견으로부터 벗어나야 우리는 세상을 밝게 볼 수 있다. 우리의 밝은 눈이 세상을 더 밝게 바라볼 수 있게 할 것이다. 세상이 아름답다면 더 아름다움을 잘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두운 껍질이 벗겨진 아름다운 안목眼目을 장착해야 우리는 세상을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지 못하면 우리는 평생 어둠에 갖히며 살 게 될 것이다. 이 소년의 앞날이 늘 맑고 밝게 길하며 형통하기를 기원한다. 담배는 될수록 아니 무조건 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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