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 칼럼] 나의 10대 뉴스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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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희 칼럼] 나의 10대 뉴스 만들기
  • 논설주간 박창희
  • 승인 2023.12.3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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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보내온 카톡글에 신선한 충격
2023년 '나의 10대 뉴스' 만들며 성찰
성심 다해 쌓으면 생애사 자서전 될 것

카친(카톡친구)이 흥미로운 글 하나를 보내왔다. ‘2023 나의 10대 뉴스’였다. 알고 지내는 P선생이다. 그가 다방면에 손을 뻗는 팔방미인이라는 건 알았는데, 이번엔 ‘뉴스 제작자’라니! ‘오마이뉴스’하고는 전혀 다른 개인 뉴스에 구미가 당겼다. 가볍게 읽어보았다.

1. UAE와 오만 20일 자유여행 2. 아제르바이잔 20일 자유여행 3. ‘창의 한자’ 출간 4. ‘머릿속 전시회’ 출간 5. 장편소설 웹진 연재 시작 6. 글자따라 생각따라 유튜브 시작 7. 고교 밴드 ‘삼뺀’ 첫 공연 8. KBS TV 대담한 사람들 인터뷰 9. 카톡 대문 사진 10여 년만에 리뉴얼 10. 제자가 나랑 딱 맞는 캐리커쳐 그려줌.

많은 일을 하셨다. 공감이 가면서 웃음이 삐어져 나왔다. 순간 무릎을 탁 쳤다. ‘이거야, 이게 찐뉴스야!’ 거창한 국내 10대 뉴스, 세계 10대 뉴스 챙길 거 뭐 있어? 자기 삶의 뉴스가 휠씬 중요하지… 지난 한 해 동분서주 하며 열심히 산 한 사람의 궤적이 그려졌다.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제10회 해운대 빛축제에 선보인 미디어 프로젝트존에서 시민들이 저마다 추억을 새기고 있다(사진: 박창희 기자).
제10회 해운대 빛축제에 선보인 미디어 프로젝트존에서 시민들이 저마다 추억을 새기고 있다(사진: 박창희 기자).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2023 나의 10대 뉴스’를 생각해 봤다.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 처음에는 잡생각들이 뒤엉켜 혼란스러웠는데, 내 삶의 뉴스라는 관점에서 한 해를 돌아보자 머리가 정리되면서 지난 궤적이 떠올랐다. 메모를 해 보았다.

1. 8월말 몽골 1주일 걷기 여행 2. 몽골 게르의 황홀한 별밤 체험 3. 초여름부터 난생 처음 맨발걷기 시작 3. 걷기단체 대표 취임 4. 가야사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맞춰 가야사 공부 시작 5. 새 아파트 이사 준비 6. 헬스장 등록하고 피트니스 시작 7. 1주일에 한곡씩 신곡 기타 연습 8. 취침 전 교향곡 한 곡 듣기 9. 낙동강 저술작업 착수 10. 매일 시 한수 읽기.

스스로 놀랐다. 별로 한 게 없다고 생각한 것이 메모를 해보니 제법 내용이 탄실하지 않은가. 한 일도 없이 한 해를 보냈다는 자괴감이 들었는데, 스스로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내용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단지 짬을 내 ‘나의 10대 뉴스’를 적어 보았을 뿐인데 망외의 소득이 안긴 것이다.

글을 보내준 P선생이 고마웠다. P선생은 넌지시 가르치고 있었다. 따라다니거나 끌려다니는 삶이 아닌, 자기 의지로 뚜벅뚜벅 걷는 사람은 뭘 해도 아름답다고. 긍정적 사고와 주체적 삶. 생각나는 말이 있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즉 ‘가는 곳마다 주체가 되라, 지금 서 있는 곳이 모두 진리다’라는 경구다. 중국 당나라 시대의 임제(臨濟) 선사의 언행을 기록한 ‘임제록’에 나오는 말이다. 이것을 쉽게 풀어 써보면 ‘나의 10대 뉴스 만들기’가 되지 않을까. 형편이 어떠니, 환경이 어떠니 하지 말고, 현실을 수용하고 자기가 선 자리에서 전심전력을 다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지금 서 있는 그 자리가 모두 진리인데, 뭘 더 찾느냐 얘기다.

미국 하바드대 박사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도 제일 먼저 꼽는 것이 “주도적이 되라”는 것이다. 어느 곳이든지 객이 아닌 주인이 되라는 것은 성공적인 삶의 공통적인 요건이다. 자기개발서에 나오는 뻔한 얘기 같지만, 주도적 삶을 ‘나의 뉴스’로 만들 수 있다면 한층 윤기나는 삶이 될 것 같다.

‘나의 10대 뉴스’란 콘셉트가 참신한 것은 아니지만, 자기 정리, 성찰, 새로운 계획 수립을 위한 정리작업으로 꽤 유용하다는 것을 알았다. 남들이 선정한 뉴스에 정신을 뺏긴채 객체화 될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저질 정치 뉴스 따위에 매몰돼 일희일비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갑진년 새해에 다짐한다. 내가 세상의 중심이다. 되돌아보면 어느 한 순간도 내 생이 아닌 순간이 없다. 세상 일에 휩쓸릴 게 아니라 내가 세상 일을 만들어 간다는 자세. 2024년 연말에는 한층 더 내실있는 ‘나의 10대 뉴스’를 작성해 보리라. 그런 뉴스가 쌓이고 쌓이면 그게 바로 한 개인의 생애사, 자서전이 될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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