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15년이 끝나가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5년 올해에는 어떤 사건들이 사람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았을까? <시빅뉴스>는 기성 언론과는 시각을 달리 해서 젊은 관점에서의 10대 뉴스를 살펴 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서 <시빅뉴스>는 '부산 지역 대학생이 뽑은 2015년 10대 뉴스' 설문조사를 직접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실시됐으며, 부산 부경대학교와 경성대학교에서 전공과 학년 상관 없이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이 공통으로 수강하는 교양과목 각각 두 개씩 4개 강의를 선정해서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직접 기입식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는 일종의 의도적 할당에 의한 군집표집 방법이었다. 총 응답자는 229명이었으며, 이중 남녀 비율은 6 대 4로 남자가 다소 많았다. 학년별 분포는 1.5 : 3.0 : 3.5 : 2로 3학년이 많고 1학년이 다소 적었다.
전공별 분포는 인문계열, 이공계열, 예체능계열이 각각 4.0 : 5.0 : 1.0로, 실제 대학의 전공 비율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인구학적 분포를 종합하면, 이 설문조사는 부산 지역 대학생을 대체로 대표하고 있는 인구분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은 <시빅뉴스>가 미리 고른 20개의 올해 빅 뉴스를 나열하고 그중에서 3개의 중요 뉴스를 복수로 고르라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공동 1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메르스 유행
조사 대상자 대학생들의 21%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와 ‘메르스 유행’ 뉴스가 가장 중요한 뉴스라고 응답했다. 일반인들과는 달리, 대학생들의 최다 관심을 받은 뉴스는 학습권과 관련이 있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였다. 올바른 역사관을 세워야 한다며 국정교과서 편찬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부 입맛대로 골라 만든 교과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여론이 올 한 해 팽팽하게 맞섰다.
이번 여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가 우리나라를 강타했다. 첫 환자가 발생하고 마지막 환자가 사망하기까지 218일 동안 메르스 확진자는 총 186명이 나왔다. 그중 90명은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했고 환자들의 부주의와 당국의 방역 실패로 인해 결국 38명이 사망하고 우리나라는 메르스 사망자 발생국 2위에 오르게 됐다. 여행, 봉사 등 이동해야 할 일이 많은 젊은이들에게 메르스는 매우 불편한 존재였다는 것이 조사에 참석한 응답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공동 3위: 파리 테러, IS 팽창
지난 11월 13일은 끔찍한 13일의 금요일이었다. 유럽의 심장이라 불리는 프랑스 파리의 최소 7곳에서 총격, 자살폭탄테러, 인질극 등 동시다발 테러가 일어났는데, IS는 이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유럽에서 시리아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여론이 대거 조성됐다. 파리 테러는 응답자의 14%, IS는 응답자의 10%가 대형 뉴스라고 판단했다. 이 뉴스 역시 해외 여행이 활발한 대학생들에게 활동에 장애가 되는 대상이었으며, 세계 평화라는 순수한 마음을 지닌 젊은이들에게 가슴 아픈 사건이었기에 대형 뉴스로 대학생들이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5위: 담뱃값 인상
올 초 정부는 담뱃값을 2,000원 인상했다. 정부는 담배 소비량이 34% 이상 줄어서 국민들의 금연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흡연자들이 느끼는 효과는 미미했다. 응답자의 11%가 담뱃값 인상을 올해의 뉴스로 골랐다. 이는 용돈이 궁한 대학생들에게 담뱃값 인상 뉴스는 일반인들이 선정한 10대 뉴스와는 달리 자못 심각한 뉴스였다는 것을 나타낸다. 특히, 담뱃값 인상을 중요 뉴스로 선정한 대학생 중에서 15.9%는 여성, 84.1%는 남성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통계적으로도 의미 있는 차이였다. 담뱃값 인상에 영향을 받은 사람은 흡연자가 많은 남자 대학생들이었던 것이다.
6위: DMZ 목함지뢰
DMZ 목함지뢰 폭발 사건은 조사 대상자 중 9%가 중요 뉴스로 선정해서 6위에 올랐다. 직접 군대를 다녀왔거나 갈 남자 대학생들이 이 시산을 10대 뉴스로 선정했을 것이라는 예측을 깨고, 남자 응답자의 25.2%와 여성 응답자의 중 24.4%가 각각 DMZ 목함지뢰를 중요한 뉴스라고 선택해서 남녀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여자 대학생들도 남자 친구나 가족이 군대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이 사건 역시 큰 사건으로 체감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DMZ 지뢰 폭발 사건은 지난 8월 4일 우리 측 비무장지대(DMZ)에 매설된 지뢰가 폭발하면서 우리군 부사관 2명이 부상을 입은 사고다. 군 합동조사단은 사건 발생 6일 후 지뢰 매설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발표했다. 지뢰는 우리 측 GP 앞쪽에 설치된 철책 통문 부근에 3개가 설치돼 있었고, 1차로 2개의 지뢰가 폭발한 뒤 2차로 나머지 1개가 폭발했다. <시빅뉴스>는 사람이야기를 통해서 2명의 부상자 중 한 명인 하재헌 하사의 이야기를 기사화한 적이 있다.
7위: 과일맛 소주 유행
2015년에는 과일 맛이 나는 소주가 대학가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그 시작은 유자맛 소주인 ‘처음처럼 순하리’였는데, 품귀현상까지 일어나면서 없어서 못 먹는다는 뜻으로 소주계의 '허니버터칩'이라 불리기도 했다. 이후 타 업체에서도 복숭아, 자몽 등 여러 가지 과일맛이 나는 소주를 내놓으면서 과일맛 소주 경쟁이 본격화됐다.
과일맛 소주를 고른 응답자 중 남자는 48.1%, 여자는 51.9%로 거의 비슷하나 여성 응답자가 약간 더 많았다. 소주를 즐기는 대학생들의 취향을 반영하듯, 올해 10대 뉴스에 괴일맛 소주 출시가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일반인들과는 사뭇 다른 뉴스 취향이 여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8위: 간통법 폐지
헌법재판소는 국가가 법률로 간통을 처벌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간통법을 위헌으로 판결했다. 이에 따라, 62년 만에 간통죄 처벌 규정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간통법 폐지는 전체 응답자 중 4%가 올해의 뉴스로 뽑았다. 간통법 폐지를 고른 응답자 중 남녀의 차이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9위: 인천 어린이집 폭행사건
그 다음으로는 인천 어린이집 폭행사건이 올해의 뉴스 순위에 올랐다. 조사 대상자의 약 4%가 이를 선택했다. 지난 1월, 인천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급식으로 나온 김치를 남겼다는 이유로 아동을 폭행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전국민적 분노가 일었다. 이 사건 이후 여러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의 폭행 사건이 밝혀지면서 보육시설에 CCTV를 의무 설치해야 한다는 부모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공동 10위: 폭스바겐 리콜, 시리아 난민 수용
폭스바겐 리콜과 시리아 난민 수용은 조사 대상자의 2%가 중요 뉴스로 꼽았다. 폭스바겐 리콜을 뽑은 응답자 중 73.3%가 남성으로, 차량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남자 대학생이 여성들보다 더 관심이 많았다. 미국 환경보호청이 폭스바겐 차가 기준치의 최대 40배에 이르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한다는 이유로 폭스바겐그룹 차량 48만 2,000여 대에 대해 리콜 명령을 내렸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진 후 우리나라 환경부도 폭스바겐 차량 12만 5,000여 대를 리콜 처분했다.
그러나 폭스바겐코리아는 미국 내 소비자와 다르게 국내 소비자에게는 어떤 보상책도 내놓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국내 소비자들은 폭스바겐을 상대로 손해 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시리아 난민 수용은 독일 메르켈 총리가 일명 ‘묻지마 수용’을 말하면서 국내외 찬반 논란이 일었다. 테러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인도주의 차원에서 난민을 수용할 것인지 등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들이 오갔지만 결국 독일은 예산문제로 난민 수용 정책을 폐기했다. 우리나라도 시리아 난민 200명이 들어와 난민 신청을 했다.
그 외 중요 뉴스
이밖에 성완종 리스트,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미국 동성결혼 합법화, 네팔 지진, 리퍼트 대사 피습사건, 최저임금 인상, 프로야구 도박사건과 같은 뉴스도 대학생들이 올해의 뉴스로 선택했으나 10대 뉴스에 끼이지는 못했다.
대학생 이미영(24,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교과서 국정화가 1위인 것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씨는 “메르스도 심각했지만, 교과서 국정화 논란은 대학생이 아니더라도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부산 지역 대학생들의 10대 뉴스 선정 결과에 의문을 던진 이도 있었다. 대학생 김윤주(25, 인천시 중구) 씨는 “금수저, 흙수저 논란은 왜 10대 뉴스에 들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