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의 뉴스 '코로나 바이러스'
한 해가 저물어간다. 작년 이맘때쯤 우리의 모습은 어땠을까. 아마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해 우리는 각자 계획을 세우기 바빴을 것이다. 빛나는 시작을 기대하며 누군가는 국내외 여행을 목표로, 또 누군가는 취업을 목표로 다짐하며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계획 중 많은 것을 포기한 채 올 한 해를 마무리해야 했다.
‘다사다난’이란 단어가 이렇게나 어울리는 해가 있었을까. 한 해의 마지막은 늘 시원섭섭함이 가득하기 마련이다. 올해는 어쩐지 빠르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젠 일상 언어가 돼버린 코로나19부터 n번방, 조두순 출소 등 2020년은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냈던 한 해였다. 다사다난했던 올해를 보내주며, 시빅뉴스가 ‘2020년 대한민국 10대 뉴스’를 뽑아봤다.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

2020년 한 해는 그야말로 코로나19로 시작해 코로나19로 끝났다. 올해 1월 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교회, 요양 시설, 구치소 등에서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하며 본격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됐다. 코로나19는 1차(2월), 2차(8월) 대유행을 거쳐 11월 중순부터 3차 대유행이 본격화됐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는 12월 30일 0시 기준 국내 총 누적 확진자 수가 5만 9773명이라고 밝혔다. 정미숙(53) 씨는 “추위 속에 1~2시간씩 길게 줄 서서 마스크 1~2장씩 겨우 사는 일부터 시작된 한 해였다”며 “코로나 감염확산을 막기 위한 갖가지 정책에도 불구하고, 교회, 요양병원 등 각지에서 터져 나오는 확진 소식에 분노와 걱정이 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엔 꼭 코로나가 종식돼 2020년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길 희망한다”며 “다시 맞이하는 일상은 모든 것이 감사함으로 다가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카데미 4관왕의 신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지난 2월 열린 제92회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4관왕에 이름을 올렸다. <기생충>은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 극영화상의 트로피를 받았다. 특히 작품상은 한국영화 101년 역사상 최초이며 아카데미 92년 사상 비영어 영화 수상은 <기생충>이 처음이었다. 지난 해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 쾌거에 이어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 됐다. 뿐만 아니라 <기생충>에 등장한 라면 요리 ‘짜파구리(짜파구리+너구리)’는 별도의 상품으로 출시돼 세계 각국으로 수출하는 등 다양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불러왔다.
디지털 성범죄 ‘n번방’

두 여대생의 최초 보도로 ‘n번방’ 사건이 세상에 밝혀졌다. 이는 2018년 하반기부터 2020년 3월까지 미성년자를 포함한 일반 여성들을 협박해 성 착취 영상물을 찍게 하고 텔레그램을 통해 판매, 유포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다. 지난 3월 n번방 사건의 주범인 ‘박사방’ 조주빈이 검거됐고, 차례로 운영자들과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수사가 진행됐다. 경찰은 30일 기준 디지털 성범죄 총 2807건을 단속해 3575명을 검거하고 245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여 모(22, 울산시 중구) 씨는 “n번방 사건을 보며 가해자 처벌이 더욱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혹은 여자들)가 더 조심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고 무서웠다”며 “디지털 성범죄를 막을 수 있는 더 강력하고 확실한 법이 마련될 수 있도록 나 또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한 스쿨존 위한 ‘민식이법’

민식이법은 지난해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민식(가명, 당시 9세) 군 사고 이후 발의된 법안이다. 지난해 12월 10일 국회를 통과해 올해 3월 25일부터 시행됐다. 민식이법은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 2건의 법으로 이뤄져 있다. 이는 스쿨존 내 신호등, 과속단속카메라 설치 의무화와 사망, 상해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지난 5월 21일 전주에서 민식이법 시행 이후 최초로 스쿨존에서 2세 어린이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전주시는 사고 다음 날 간이 중앙분리대를 설치했지만, 사후약방문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우이동 경비원 사망사건

지난 5월 서울시 강북구 우이동에서 입주민의 갑질로 인해 아파트 경비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사건이다. 사건의 가해자는 경비원 최 씨가 이중 주차돼있던 자신의 차량을 밀어 이동시켰다는 이유로 폭행하고 관리실로 끌고 가 해고하라고 소리쳤다. 이후 가해자는 최 씨에게 지속적인 폭언과 갑질을 했고, 지난 5월 최 씨는 억울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입주민의 갑질로 발생한 경비원의 죽음 앞에 주민들은 경비초소에 추모공간을 마련했고, 지역사회에선 경비 노동자의 인권 보호와 안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올 하반기 서울 강북구를 비롯한 도봉구, 송파구 등 기초의회에선 아파트 경비원 인권 보호를 내용으로 하는 관련 조례가 제정되기도 했다.
식을 줄 모르는 트로트 열풍

트로트가 ‘성인가요’, ‘구세대 전유물’이란 말은 이제 통용되지 않는 듯하다.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방영된 TV조선의 '미스터트롯'은 종편 역사상 최고 시청률인 35.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미스터트롯 출연 가수들이 꾸미는 ‘전국 투어 콘서트’는 예매 시작 10분 만에 서울 공연 2만 석이 매진됐으며, 그들이 출연한 TV조선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 – 사랑의 콜센타'도 전국 시청률 23.1%를 기록했다. 이후 MBC '최애 엔터테인먼트', SBS '트롯신이 떴다', KBS '트롯 전국체전' 등 트로트는 종편, 지상파 가릴 것 없이 등장했다. 하지만 식을 줄 모르는 국내 트로트 열풍에 불만을 드러내는 의견들도 있었다. 이승연(22, 부산시 남구) 씨는 “트로트가 인기를 얻은 초반엔 나도 방송을 챙겨볼 정도로 좋아했지만, TV를 틀기만 하면 트로트가 나오니까 듣기 싫어졌다”며 “미안하지만 죄 없는 트로트 가수들도 싫어지려 한다.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명 유튜버들의 뒷광고 논란

지난 8월 많은 유튜버들의 ‘뒷광고’ 논란이 터져 나왔다. 뒷광고란 특정 업체로부터 대가를 받고 콘텐츠를 만든 후 유료광고 표기 없이 SNS에 업로드하는 것을 뜻한다. 유명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은 "내 돈 주고 내가 산(내돈내산)"이라고 소개한 제품 가운데 수천만 원의 광고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가수 강민경, 유튜버 문복희, 보겸, 양팡 등이 뒷광고 논란으로 줄줄이 사과했다. 논란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에선 지난 9월부터 시행된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 개정안에 대한 안내서’를 공개했다.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던 유튜버들이지만, 그들은 사과문이 올라온 지 6개월 안에 속속 복귀했다. 시청자들은 뻔뻔하게 복귀하는 유튜버들을 보며 ‘유튜버 6개월 복귀 법칙’이라며 비난했다.
성추행 혐의 박원순 전 서울시장 극단적 선택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지난 7월 9일 일정을 취소하고 홀로 공관을 나서 이튿날 북악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전 시장은 실종 전날인 8일 그의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피소된 상태였다. 박 전 시장은 국내 첫 직장 내 성희롱 소송(1993년,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 등을 이끈 인물이었던 만큼 그의 성추문 파문에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29일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성추행 고소사건은 불기소(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시대, 새로운 문화 ‘언택트 중계’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수업은 물론이고 회사 일이나 각종 회의를 모두 집안에서 해야 했다. 비대면 전환으로 가장 큰 피해를 맞은 건 공연, 행사 분야다. 집합금지 조치로 인해 사람들이 대면으로 모여야만 하는 행사 모두 중지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연 업계는 새로운 활로로 비대면 방식을 택했다. 각종 지자체 축제는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으로, 공연 행사는 유튜브 생중계 등 각자만의 방법을 마련해 상영됐다. 또한 가수의 콘서트는 각종 플랫폼을 활용해 라이브로 공연을 펼쳤다. 박가현(22, 울산시 중구) 씨는 “올해 아이돌의 공연을 챙겨봤다”며 “언택트로 집에서 편하게 공연을 볼 수 있어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금은 안전한 게 최우선”이라면서 “가수들도, 팬들도 안전하게 비대면 방식을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나영이 사건' 가해자 조두순 출소

2008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한 상가건물 화장실에서 당시 만 8세 여아를 납치해 성폭행하고 신체를 훼손한 ‘나영이 사건.’ 해당 사건의 가해자 조두순이 지난 12일 징역 12년의 형기를 마치고 만기 출소했다. 조두순은 출소 후 피해자가 살고 있던 동네로 돌아갔고, 오히려 피해자가 주소를 옮겼다. 조두순이 출소한 후, 집 앞은 시위대와 경찰관, 취재진, 유튜버들로 어수선했다. 유튜버들은 조두순을 향한 분노를 드러냈지만 소음으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했고, 유튜버 본인의 영상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오버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다. 조두순은 앞으로 7년간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5년간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신상정보가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