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 주목받는 시대, 병역 혜택은 과연 공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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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 주목받는 시대, 병역 혜택은 과연 공정한가?
  • 김연우
  • 승인 2023.12.15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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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대통령들 대부분이 공약에서 ‘공정’을 언급했을 정도로 우리 세대는 공정함을 원하고 있다. 우리 시대에서 뜻하는 ‘공정함’이란 과연 무엇일까.

‘공정’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작년 여름 인기리에 종영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권민우라는 캐릭터가 했던 대사다. “이 게임은 공정하지가 않아요. 우영우는 우리를 매번 이기는데 정작 우리는 우영우를 공격하면 안돼요. 왜? 자폐인이니까.” 권민우는 자폐를 가지고 있는 우영우가 약자가 아닌 강자라고 생각한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비장애인인 우리가 늘 배려하고 양보해야하는 현실이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드라마가 거듭될수록 이율배반적인 권민우의 모습은 비판받아 마땅했다. 하지만, 그가 생각했던 ‘공정함’과 ‘부당함’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특혜의 부당함’에 대해서 말이다. 물론, 비장애인들과 장애인들의 ‘특혜’ 는 다른 영역이다. 내가 주목하고 싶은 건 특혜의 기준이다. 장애인들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사는 비장애인들도 장애인들에게 주어지는 특혜에 불만을 갖는다.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공정함. 과연 우리는 특혜 앞에서 공정할 수 있을까?

지난 9월 뜨거운 열기 속에서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진행됐다. 대학가 술집은 주요 종목 게임을 하는 날이면 북새통을 이뤘고, 원룸의 층간소음도 암묵적으로 이해해주는 분위기였다. 평소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나도 거의 대부분의 경기를 챙겨볼 정도로 열성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게임은 테니스 남자 단식 경기였다. 한국 테니스 간판선수가 나온다는 뉴스를 보고 꼭 챙겨보리라 마음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생각보다 허무했던 경기로 패배를 당하는 우리나라 선수를 보고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경기 이후 코트에 라켓을 수차례 내리치고 분이 풀리지 않자 이미 부서진 라켓을 바닥에 집어던진 것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상대선수가 악수를 위해 다가갔지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짐을 정리하고 코트를 벗어났다. 군 입대를 앞두고 출전한 게임인 만큼 이러한 태도의 문제는 병역 혜택으로 연결 짓지 않을 수가 없었다. 중국의 한 매체는 한국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에서 많은 압박감을 느끼는 이유라고 짚기도 했다. 이 논란의 의중은 당사자인 선수만 알겠지만, 아시안게임으로 많은 선수들이 병역특례를 받는 건 사실이다. 많은 남성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고 싶어 하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현재 병역의무의 특례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올림픽 대회는 3위 이내, 아시아경기대회는 1위 등에 입상한 선수들이 병역 특례 혜택을 받는다. 예술 분야에서는 국제예술경연대회 2위 이내, 국내예술경연대회 1위, 중요 국가무형문화재 전수교육 이수자에게 혜택이 주어진다. 이로써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우리나라 축구, 야구 대표 팀 선수들이 병역특례 혜택을 받게 되었고 이외에 e스포츠 우승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갔다. 병역특례를 받는 이유는 국위선양에 기여했다는 공로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법률은 1973년에 도입이 되었다. 그때랑 지금이랑 국위선양의 기준이 분명 다를 텐데 어떠한 개정 없이 법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 굉장히 놀랍다. 세계무대에서 존재감이 없던 시절 나라의 위세를 알리는 예술인들에게 혜택을 준 것이 시초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양한 예술 분야가 생기면서 메달의 색깔로만은 그들의 노력을 가늠하기가 어려워졌다. 또, 사람들이 주목하는 종목이 있는가하면, 그렇지 못한 곳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예술인도 있다. 이러한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한 번의 메달 색깔로 특혜를 주는 것은 그야말로 그렇지 못한 예술인들에게는 부당한 대우다.

형평성의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병역특례 문제다. 나는 약 13년 동안 같은 아이돌그룹을 오래 좋아해왔다. k-pop이 세계무대로 나가기 시작했던 시기부터 방탄소년단의 등장까지 다 지켜본 일명 '골수팬‘ 이란 뜻이다. 슈퍼주니어, 빅뱅, 소녀시대, 2ne1, 비스트 등이 내가 학창시절을 함께 보내왔던 그룹들이다. 이들이 한류아이돌의 첫 시작이었고 각종 k-pop 산업들이 외국으로 진출할 수 있게 만든 아이돌들이다. 그런 그들이 성실하게 군 복무를 하고 돌아왔음에도 연예인 병사라는 꼬리표는 뗄 수 없었다. 물론, 실제로 연예인의 혜택을 얻어 편하게 군복무를 한 아이돌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타 일반인들과 똑같이 나라를 지키는 임무를 수행하며 오랜 공백기를 갖고 다시 활동을 하는 것에 두려움을 겪는 아이돌들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방탄소년단이 글로벌 무대에서 나라의 위상을 드높였기 때문에 병역특례를 줘야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부에서 여야가 함께 논의할 만큼 중요한 사안이였나? 한국 아이돌의 병역특례 문제가? 오랜 시간동안 아이돌 역사를 지켜봐온 팬으로써는 굉장히 심기불편하고도 씁쓸한 이슈였다. 방탄소년단이 우리나라에 가져온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나 또한 대단하게 생각한다. 자랑스러울 이슈다. 그런데 잘한 일에 대한 대가가 병역특례라는 것이 어딘가 아이러니하다. 걸그룹에게도 병역특례 만큼의 가치를 갖는 혜택을 줘야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보이그룹만 세계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게 아니니 말이다. 본인들이 원하는 특혜도 아니었을 텐데 아이돌의 병역특례 문제가 정쟁의 중심이 되니 이 또한 안타까울 일이다.

지금 법이 계속 유지된다면, 혜택을 받는 사람도 지켜보는 사람도 머쓱한 상황이 계속 될 것이다. 병역 특례는 어떠한 방향으로든 개정이 되어야 한다. 폐지만이 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종의 특례 개혁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병역을 면제해주는 것 보다 일종의 보상금을 주는 것은 어떨까? 성별에 가리지 않고 모두가 동등하게 받을 수 있는 특혜 일뿐더라, 수혜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도 불편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또, 혜택을 받는 기준을 재정립해야 한다. 한 번의 메달 색깔과 등수로 정해지는 것이 아닌 몇 회 이상 출전, 몇 회 이상 수상 등 누적순위로 정해진 기간에 한 번씩 보상금을 받아가는 것이다. 단발성 혜택이 아니어야 메달의 가치도 더욱 소중해질 것이고 그 가치를 아는 문화예술인들도 더욱 본업에 충실하게 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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