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범 칼럼] ‘병역의 의무’에 당당한 ‘스타’들
상태바
[차용범 칼럼] ‘병역의 의무’에 당당한 ‘스타’들
  • CIVIC뉴스 칼럼니스트 차용범
  • 승인 2022.11.21 06: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진·현빈·임영웅, 그리고 BTS

방탄소년단(BTS)의 ‘병역특례’를 둘러싼 5년여 논쟁, 그 끝은 허무했다. BTS 맏형 ‘진’의 전격적 입대 선언에, 논쟁을 달궈왔던 정치권-언론-(BTS)소속사는 어색하고 민망하다. 이 논쟁, ‘진’의 입대 선언이 없었더라도, ‘병역특례’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결론 내기는 어려웠을 터다. 무책임한 정치권-분별없는 언론의 부추김만으로, 대한민국 남성 앞에 공정해야 ‘병역의 의무’를 뒤흔들 수 있었겠나.

그 신성불가침의 영역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은 견고하다. 정치권은 BTS의 명성에 편승하여 ‘병역특례’ 논의를 이끌면서도 결론 내기를 꺼렸다. 소속사(하이브)는 병역특례를 끌어내려 집요한 작전(?)을 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일부 언론은 언론윤리를 외면하며 그 병역특례 허용 논의에 가세했다. 그 과정에서 언론이 숱한 사회문제를 빚은 것은 뼈아픈 타락으로 기억해야 하리.

BTS의 병역특례 논란을 부추긴 건 정치권부터다. 특히 전 정부 시절, BTS는 대통령과 유엔총회에 동행하며 국가적 행사에 자주 참석했다. 당시 여권은 BTS의 병역특례를 주장했고, 국회의원들은 앞다퉈 병역법 개정을 서둘렀다. 그러나 정부는 미적지근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공정에의 논의가 뜨거워지며 젊은 층의 반발을 두려워한 것이다.

현 여권도 비슷한 행태를 반복했다. 당 정책위의장은 찬성 논의에 적극 가세했고, 부산시장은 병역특례를 대통령에게 공식 건의했다. 국회 국방위 역시 국민 의견을 살피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논란을 끝낸 것은 당사자다. 굳이 말하자면, BTS는 그런 선택을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실상, 그 논의에 대한 여론은 썩 좋지 못했다. 온라인에서 ‘BTS 군 특례 반대 패러디’가 넘쳐났고, 기사 댓글은 비난 일변도였다.

이번 논란의 함의는 분명하다. ‘체육·예술요원’에의 병역특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제도, 우리의 국격(國格)이 열악했던 시절, 국제 스포츠 경기에서 입상한 체육요원에게 ‘국위 선양’을 내세워 대체복무를 허용하면서부터다. BTS의 ‘대체복무’를 추진한 명분 역시, ‘예술요원’으로의 ‘국위 선양’이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대한민국의 국위를 선양하는 징집 대상자는 어디 그들뿐이겠나?


1. BTS가 누구인가? 최근 10년간 미국 빌보드 차트를 석권해 온 K-팝 스타 그룹이다. 세계적 주요 통신사가 BTS의 입대 결정을 속보로 전할 만큼 그 명성은 세계적이다. 그 BTS가 숱한 논란 끝에 현역 입대를 감당하는 상황에, ‘논란의 불씨’를 그대로 둘 이유도 없다. 어차피 병역제도를 개선한다면, 이제 ‘대체복무’제도를 없애는 것을 논의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BTS의 결정은 비록 늦었으나, 그 선택은 칭찬받을 만하다.

BTS의 병역특례를 둘러싼 5년여 논란은, 결국 BTS의 순차적 입대 선언으로 끝났다(BTS 부산공연 장면, 하이브).
BTS의 병역특례를 둘러싼 5년 논란은, 결국 BTS의 순차적 입대 선언으로 끝났다(BTS 부산공연 장면, 하이브).

BTS 군 특례 논란 속에서, 병역의 의무에 임한 대중스타들의 선택을 새삼 되새긴다. 그 논란은 실상, 병역의 의무과 관계있는 남성에겐 큰 관심사였으며, 군 제대 남성을 중심으로 널리 공유한 ‘BTS 특례 반대 패러디’ 역시 주목할 가치가 컸다. BTS의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콘서트’를 ‘BTS 군대 면제 기원 콘서트’로 비꼬아 부르고, 군 면제에 엄격한 징집 대상 기준표를 공유하며 BTS의 면제 논의를 비난한 예를 보라.

BTS 소속사 하이브는 지난봄 미국 BTS 콘서트에 국내언론 기자 100여 명을 초청, 3박 5일의 항공·숙박·식사 비용을 지원했다. 언론으로선 언론윤리의 이해상충 회피 원칙을 어긴 것이다. 콘서트를 끝낸 뒤 하이브는 BTS 병역문제에 따른 고충을 얘기했고, 많은 언론은 관련 기사를 게재했다. 생각해 보라, 하이브는 왜 언론의 팸투어 비용을 지원했으며, 언론은 왜 BTS에 우호적인 기사를 썼겠는가-.


2. 대중은 이번 논란에서, 병역의 의무에 떳떳했던 국내외 스타들을 대거 소환했다, BTS의 특례복무를 반대하거나 입대 결정을 환영하면서다. 병역문제에 관한 연예계 스타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논할 때, 가수 남진-배우 현빈을 얘기할 만하다. 남진(본명 김남진)은 20대 초반 스타덤에 올랐을 때 해병대에 자원입대했다. 베트남 참전을 자청, 군 복무 3년을 청룡부대에서 복무했고, 제대 후 '한국의 엘비스 프레슬리'라는 애칭과 함께 인기 절정을 구가했다.

배우 현빈(본명 김태평) 역시 인기 절정의 순간, 나이 서른 줄에 해병대에 자원입대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넉 달 뒤 군사대치 최일선의 수색대를 지원, 신선한 감동을 선사했다. 인기 절정의 가수 임영웅은 강원도 최전방, ‘육군의 해병대’라는 ‘백골부대’ 출신이다. 그는 그곳의 군 복무를 늘 자랑스러워하고 있고, 그 군 복무에 바탕한 선한 영향력은 대단하다.

인기절정의 대중가수 임영웅은 강원도 최전방 백골부대 출신으로, 그곳의 군 복무를 늘 자랑스러워 하며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임영웅 팬카페).
인기절정의 대중가수 임영웅은 강원도 최전방 백골부대 출신으로, 그곳의 군 복무를 늘 자랑스러워 하며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임영웅 팬카페).

외국에서도 군 생활을 마치고 스타로 거듭난 연예인은 많다.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 그는 전성기를 구가하던 1957년 징집 영장을 받곤 ‘다른 입대자와 같은 대우를 해 줄 것’을 청했다. 연예 특기부대 근무 제의를 거절하고 동서냉전의 최전선 독일에서 기갑 포병으로 근무했다. 그는 만기제대 후 더 큰 인기를 누렸다. 국가를 위해 자신의 명운을 걸곤, 모든 세대로부터 호감을 얻으며 승승장구했다.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가 서독 주둔지에서 M48 탱크 위에 올라 있는 장면(상)과 입대 당시(중), ‘007시리즈’의 전설적 스타 숀 코너리(아래((구글 이미지).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가 서독 주둔지에서 M48 탱크에 올라 있는 장면(상)과 입대 당시(중), ‘007시리즈’의 전설적 스타 숀 코너리(아래)(구글 이미지).

군대에 다녀와 성공한 세계적 스타도, 많다. 한국 근무 경험을 바탕삼아 할리우드 스타로 성장한 척 노리스부터, 9-11 이후 자원입대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아담 드라이버, 제2차 세계대전 때 비행기를 몰고 히틀러와 맞서 싸운 클라크 케이블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 스티브 맥퀸, 험프리 보가트, 숀 코너리 등이다.

반면, 국내 연예인 중엔 징병제의 기틀을 흔든 사례도 많다. 겉보기에는 아무 이상 없이 활동하는 인기 스타가 ‘건강 이상’으로 군대에 가지 않은 것이다. 서태지는 ‘위 천공’, 김원준은 ‘견관절 재발성 탈구’, 주영훈은 ‘조기흥분 증후군’, 장동건은 ‘기흉’…, 이름도 낯선 질환을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은 사례다. 조성모의 공익근무 판정도 마찬가지다. 연예판에서 그처럼 뛰고 나는, 오락 프로그램에선 ‘운동짱’이기까지 한 스타들이 어디가, 어떻게 ‘군대엘 못 갈 정도로’ 아프단 말인가?


3. 한국은 국민개병(皆兵) 원칙에 따라 징병제를 채택한 나라다. 국민주권국가 국민이 부담할 헌법상 의무에 바탕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병역의무 이행에 특히 민감하다. 당사자는 물론, 가족 하나라도 병역을 기피했다간 도저히 ‘큰일’을 도모할 수 없는 나라다. 문제는 ‘대체복무’ 제도다. 군의 인력수요보다 입영 대상자가 많던 시절 도입한 제도다. 그 제도의 변천사를 짚으면, 징병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읽을 수 있다.

지금은 종교적 병역거부자도 대체복무를 할 수 있지만, 2018년까지만 해도 벙역 기피에 따른 형사처벌을 받아야 했다. 대법원은 2011년,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기피한 특정 종교 신도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종교·양심의 자유는 상대적 가치이며, 결코 국방의 의무보다 우월한 권리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국방의 의무’를 새삼 강조했다. 국가의 존립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기본적 의무라는 것, 남북 분단의 안보상황을 고려할 때 국방의 의무는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명연설로 유명하다. 그의 명연설에는 당연히, 통합과 비전의 리더십이 담겨 있다. 늘 시대정신을 읽고 미래방향을 제시하며, 연설을 통해 세계를 움직여온 것이다. 그 중, 해군사관학교 졸업식 축사가 있다. 그의 진실과 이상을 담은 명연설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해운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시대의 진실과 군인의 이상을 담은 명연설로 초급 장교들의 자긍심을 한껏 일깨웠다(사진: 구글이미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해운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시대의 진실과 군인의 이상을 담은 명연설로 초급 장교들의 자긍심을 한껏 일깨웠다(사진: 구글이미지).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하게 되어 대단히 영광입니다. 왜냐하면, 대통령이 갖는 여러 특권 중 군 통수권자로서의 임무를 수행하는 특권만큼 영광스러운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 미국이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갖게 된 건 무기와 기술력이 뛰어나서가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여러분, 군인들의 군인정신 때문입니다.” 그 진정성 있는 목소리를 듣는 초급장교들의 자긍심·사명감은 과연 어떠했겠나.


이제 세계적 아이돌 그룹 BTS 멤버들도 곧 입대, 병역을 이행한다. 병역의 의무는 말 그대로, 신성불가침의 영역임을 실감한다. 그동안의 논란 과정에서 국방 당국은 “해외공연도 가능하다”는 말을 흘렸으나, 국내외 사례들을 보면 그들의 평범한 군 생활은 그들에게도 좋을 것이다. 이미 병역법 개정 논의가 나왔으니, 이 기회에 문제의 ‘병역특례’며 ‘대체복무’를 없애는 건 어떤가.

그동안 시대도, 상황도 급변하고 있다. 앞으로, BTS처럼 세계 속 한국의 국위를 선양할 청년은 계속 나타나지 않겠나. 최근 병역자원 감소 흐름으론 병역특례 제도를 운영하기도 어렵다. 청년들의 공정의식 앞에, 그 제도 자체가 불공정 요인이다. 이제 정부-국회가 함께 나서,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찾아가야 한다. 신성한 병역의 의무를 뒤흔들며 사회적 갈등을 부를 이유는, 더는 없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