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는 환자의 또 다른 눈이 되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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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는 환자의 또 다른 눈이 되어줄 수 있다
  • 이형진
  • 승인 2023.12.07 2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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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가 반복해서 일어나자 보건복지부는 의료법을 개정하며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모든 수술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며 마취로 의식이 없는 환자를 수술할 때만 적용된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 의료계와 환자의 의견 대립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나는 양쪽 모두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고 과연 어떤 의견이 현명한 선택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싶어 이번 기사를 선정했다.

우선 나는 환자 측 주장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환자가 자신이 받는 수술에 대한 알 권리는 충분히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수술 시에 알 권리를 충분히 보장받지 못했기 때문에 그동안 의료사고가 일어났을 때 환자 측에서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혹여나 의료사고가 일어나더라도 환자의 알 권리를 지켜준다면 적어도 수술실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이라도 할 수 있다. 그것조차 못했던 안타까운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점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의료계에서는 수술실 CCTV 설치를 반대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CCTV의 존재가 오히려 의사들에게 득이 될 수도 있다. 수술실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석대로 꾸준히 해오던 의사들은 당당할 것이다. 오히려 문제가 생겼을 때 의사들이 당당히 증거자료로 제출할 수 있는 것은 CCTV 속 영상뿐이다. 자신들의 수술 방식에 남들에게 보여주지 못할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은 본인도 당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석대로 수술을 진행한다면 영상을 공개해도 떳떳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혹여나 불법 수술 등 잘못된 수술 방식을 가진 의사들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바로 고쳐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CCTV를 통해 의사들은 자신의 당당함을, 환자들은 알 권리를 챙기면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라고도 볼 수 있다.

박진규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수술실은 원래 극도의 긴장감이 감도는 공간”이라며 “감시당한다는 생각이 들면 환자와의 신뢰가 깨지고 의사들이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저기서 ‘감시’라는 단어 선택이 과연 맞는 판단인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식당, 카페, 지하철역 등 우리가 이용하는 시설 대부분에 CCTV는 설치되어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으며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났을 때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식당을 가서 CCTV를 보고 감시당한다고 생각해 불쾌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은 없다. 흔히들 이용하는 식당, 카페에서도 CCTV를 설치하는데 사람의 생명이 달린 수술실에 CCTV를 다는 것에 대해 감시당한다는 생각과 함께 반대 의견을 내는 것은 나의 생각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의료계에서 반대 의견을 내면서 CCTV 설치 시 환자와의 신뢰가 깨진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수술을 진행하게 되면 환자들은 의사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밖에 없다. 환자는 수술을 위해 자신의 많은 돈과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 자신의 일상을 잠시 중단하고 그 시기만큼은 수술이 그 환자의 인생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수술이 잘됨과 잘못됨은 의사의 손에 달렸다. 환자는 그저 의사를 믿고 기다릴 뿐이다. 이처럼 환자가 의사에게 주는 신뢰감은 가득한데 의사는 환자에 대한 신뢰감이 CCTV 하나로 뚝 떨어진다는 것이다. 환자들이 의사에 대한 신뢰감이 부족해서 CCTV 설치를 찬성하는 것이 아니라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식당에 있는 CCTV처럼 의사들이 이에 대한 인식을 조금은 가볍게 생각해도 괜찮을 것 같다.

기사를 쭉 훑어보니 의료계에서는 자신들을 감시하려고 하거나 자신들에 대한 신뢰감이 부족해서 CCTV를 설치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자신의 생명이 오가는 와중에 자신의 생명을 책임져줄 의사에게 악의적 의도를 가지며 그를 불신할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환자들은 그저 긍정적인 생각만 가지며 의사들을 믿고 수술에 임한다. 환자는 늘 의사에게 무한한 신뢰감을 주고 있다. 의료계에서도 CCTV 설치를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조금은 열린 마음으로 환자들에게 신뢰감을 주면서 수술에 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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