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 살에 나홀로 떠난 14박 15일 유럽여행... 여행은 진정한 나를 찾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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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두 살에 나홀로 떠난 14박 15일 유럽여행... 여행은 진정한 나를 찾는 시간
  • 취재기자 박소혜
  • 승인 2023.11.2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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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2주간 유럽 배낭여행을 떠난 동아대 화학 전공 김인서 씨
미국 교환학생을 디딤돌로 더 넓은 세상 경험하고 싶어
한곳에 머무르기보다 도전하며 나를 더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
홀로 14박 15일로 유럽여행을 떠난 대학생 김인서 씨가 영국 런던 타워 브리지를 배경으로 미소 짓고 있다(사진: 김인서 씨 제공).
홀로 14박 15일로 유럽여행을 떠난 대학생 김인서 씨가 영국 런던 타워 브리지를 배경으로 미소 짓고 있다(사진: 김인서 씨 제공).

“누가 뭐라 해도 난 나야 난 그냥 내가 되고 싶어”

2022년 12월 24일 모두가 잠들 시간, 곧 있을 13시간 비행을 준비하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이가 있다. 홀로 14박 15일 유럽여행을 떠나게 된 대학생 김인서(23, 부산시 수영구) 씨다. 그녀는 항상 큰일을 앞두고 긴장될 때 걸그룹 ITZY(있지)의 ‘WANNABE’ 하이라이트 부분을 곱씹어 부른다. 노래의 가사처럼 내면의 불안함은 떨치고 어디서든 당당한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김인서 씨는 14박 15일 동안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프랑스 파리, 스위스 인터라켄, 독일 뮌헨까지 총 4개국, 4개의 도시를 여행했다. 부산 동아대학교에서 화학과 화학공학을 전공하며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김인서 씨가 2주간의 홀로 유럽여행을 하기까지 그녀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혼자 힘으로 유럽에 첫 발을 내딛기까지

- 어떻게 홀로 2주간의 유럽여행을 결심하게 되었나?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과 국내 여행을 많이 다녔고, 작은 아버지가 태국에 사셔서 여행을 자주 갔다. 그러다 스물두 살 가을, 막연히 이젠 혼자 배낭여행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와 의견을 맞추고 계획을 짜기보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여행을 하고 싶었다.”

- 그렇다면 여행 자체에 대한 두려움은 많이 없었던 것 같은데.

“맞다. 원래 여행 자체의 두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처음 겪어보는 홀로 여행은 달랐다. 가족 없이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고, 이를 벗어나고 싶어 긍정적이고 신나는 노래를 자주 들었다.”

- 14박 15일 여행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었을 텐데.

“처음에 아버지께서 만만치 않은 경비로 반대하셨다. 하지만 ‘제가 모아둔 모든 돈을 다 사용하겠다’, ‘제 인생에 있어서 다신 없을 경험이다’며 아버지를 설득하였고, 결국 고개를 끄덕이셨다. 미국 교환학생을 가서 아르바이트했던 돈, 성적장학금으로 저축해둔 돈 등 전 재산을 탈탈 털었다. 그렇게 530만 원을 가지고 홀로 비행기에 올랐다.”

- 아버지를 제외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어머니는 자신은 그 나이에 해보지 못한 일이라면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라고 조언하셨다. 외삼촌과 이모들은 마음먹은 자체가 대단하다는 칭찬을 해주셨고, 한국 친구들은 마냥 이 사실이 부럽다고 했다.”

-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도 보통 일이 아니지 않나.

“그렇다. 어떤 국가를 가야 할지, 비자는 어떻게 할지 등 생각할 거리가 너무 많다. 그래도 부모님 도움 없이 혼자 준비해보고 싶어 직접 네이버 카페나 유튜브를 이용해 여행 선배들의 노하우나 후기를 많이 참고했다.”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 미국 교환학생

-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갔었다는데.

“작년 가을학기에 미국 오클라호마주로 교환학생을 갔다 왔다. 코로나로 인해 원래 가려고 했던 시기보다 늦게 가게 됐다.”

- 교환학생을 가기로 결심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대학 졸업 후 미국에서의 삶을 꿈꾸고 있어 교환학생은 중학생 시절부터 내 꿈이었다. 어릴 적 꿈이 동시 통역사였던 만큼 외국어에 흥미가 많았다. 언젠간 홀로 여행할 나를 만나기 위한 준비단계였다.”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간 김인서 씨가 스톡룸 어시스턴스로 일한 후 받은 아르바이트 확인증. 그녀는 “미국에서의 생활이 스스로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사진: 김인서 씨 제공).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간 김인서 씨가 스톡룸 어시스턴스로 일한 후 받은 아르바이트 확인증. 그녀는 “미국에서의 생활이 스스로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사진: 김인서 씨 제공).

- 미국에서 아르바이트한 돈으로 유럽여행을 했다는데, 어떤 아르바이트였는가?

“환율이 비쌀 때 교환학생을 가서 아르바이트는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과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는데 때마침 친구의 소개로 화학과 스톡룸 어시스턴스로 일하게 됐다. 거기서 나의 역할은 각 수업의 실험 도구와 시약을 준비해주고, 하자가 있는 실험 도구를 바꾸어주는 일이었다. 2주 동안은 실험 도구의 이름이 너무 어려워 그 누구보다 열심히 헤맸다.”

- 반면 타국에서의 아르바이트와 교환학생 경험을 통해 얻는 것들이 있지 않았나?

“함께 일하는 현지인 친구를 사귀면서 낯선 외국인과의 대화가 두렵지 않게 됐다. 우리나라와 다른 교육 방식, 언어, 문화를 가진 친구들과의 수업도 나를 더 개방적으로 만들었다. 눈이 마주치면 웃어주고 모르는 사이여도 옷이 예쁘다고 칭찬해주는 문화가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 교환학생 경험이 홀로 유럽여행에서도 도움이 됐을 것 같은데.

“현지 친구들과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운 회화는 어느 나라에 가도 먹혔다. 또 기숙사에서 지내면서 스스로 삼시 세끼를 다 차려 먹고, 주말마다 빨래와 청소를 하던 생활은 나를 더 알뜰하고 독립적으로 만들었다. 특히 물가가 비싼 스위스를 여행할 땐 사 먹기보다 있는 재료로 요리를 할 수 있는 자신이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여전히 아른거리는 유럽여행의 여운

- 유럽에서의 일정은 어땠나.

“경유를 포함한 13시간 비행으로 영국 런던에 4박 5일, 유로스타 열차를 타고 3시간 가량 걸려 도착한 프랑스 파리에서 3박 4일을 머물렀다. 1월 1일 새해에는 떼제베 열차를 타고 5시간을 달려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3박 4일, 마지막으로 ICE 열차를 타고 독일 뮌헨에서 4박 5일을 보냈다.”

- 4개국을 여행했다는데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나라가 있나?

“주저하지 않고 스위스라고 말할 수 있다. 인터라켄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느껴진 여유와 눈으로 뒤덮인 설산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배경을 실제로 보니 신기하기도 했다. 이 풍경을 놓치고 싶지 않아 모르는 현지인을 붙잡고 사진을 많이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스위스 인터라켄 설산에서 김인서 씨가 두 팔을 벌리고 패러글라이딩을 즐기고 있다(사진: 김인서 씨 제공).
스위스 인터라켄 설산에서 김인서 씨가 두 팔을 벌리고 패러글라이딩을 즐기고 있다(사진: 김인서 씨 제공).

- 스위스에서의 다른 경험은 없나?

“스위스 인터라켄 설산에서 했던 패러글라이딩을 잊을 수 없다. 물론 한국에서도 할 수 있는 체험이지만, 내 눈앞에 설산과 푸른 하늘, 내 발밑의 잔잔한 호수, 그리고 뒤에서 날 지켜주는 가이드와의 소중한 대화는 돈을 주고도 사지 못할 경험이었다. 장비 대여부터 장소 이동까지 약 30만 원이 들었는데 비싸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이거 보려고 여행하구나’ 싶은 순간이었다.”

- 다른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은데.

“12월 31일 밤,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 앞에서 카운트다운을 하며 새해를 맞았던 날이 기억난다. 새벽 1시, 주변 모든 불이 꺼지고 하얗게 반짝이는 에펠탑은 지금까지도 내 배경화면일 정도로 너무 아름다웠다. 카운트다운을 하기 전에 만난 서울대 치의학과 오빠 두 명, 성우를 준비하던 언니, 벨기에에서 인턴을 하던 언니는 아직까지 서로의 안부를 묻는 사이로 남아있다.”

-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친구를 사귀는 것도 여행의 묘미가 될 것 같다.

“정말 그렇다. 여행을 가기 전엔 풍경이 주는 감동이 가장 클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다. 타지에서 사람을 만나면서 받는 기쁨과 따스함은 내게 안정을 준다. 스위스 열차에서 만난 직장인 오빠,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만난 동갑내기 성균관대 철학과 친구 등 여기서 만난 소중한 인연은 멀리 있어도 든든한 존재가 됐다.”

가벼운 마음가짐이 중요하죠

프랑스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김인서 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김인서 씨 제공).
프랑스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김인서 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김인서 씨 제공).

- 긴 여행이었을텐데 한국이 생각났던 순간은 없었나.

“없을 리가 없다. 몸도 마음도 지쳤던 파리에서의 첫 날을 꼽겠다. 숙소로 가는 열차를 잘 못 탔고, 거리를 헤매고 있는데 짐가방이 고장 나 파리 거리 한복판에서 옷이 쏟아져버렸다. 우여곡절 끝에 숙소에 도착하니 이미 자정이 넘은 시간이더라. 그때 지도 없이 어디든 갈 수 있는 한국이, 부모님이 너무 그리웠다.”

- 문화 차이로 생긴 어려움도 분명 있었을 것 같은데.

“어려움보단 이해가 우선시 됐다. 특히 식당에서 절대 웨이터를 부르거나 손짓을 하면 안된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내가 여행한 대부분의 나라는 일하는 직원들이 있어 우리가 따뜻한 음식과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반면 한국에서는 메뉴가 잘못 나오거나 직원이 실수하면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도 크게 부풀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 힘든 순간이 올 때 어떻게 극복했나.

“가장 중요한 건 마음 컨트롤이다. 어떻게 사람이 살면서 좋은 일만 있을 수 있나. 슬픔의 수렁에 빠지기보다 닥친 시련이 별일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내일 얼마나 좋은 일이 있으려고 오늘 이렇게 힘든건가’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럼 정말 마법처럼 생각이 가벼워지더라. 정말 사람은 마음먹기 나름이다.”

삶을 움직이는 여행의 힘

- 여행 후 느낀 점은?

“여행은 나를 나로 살게 만들고 삶의 원동력이 된다. 현실이 힘들어도 예전의 기억으로 살아가게끔 만드는 신기한 힘이 있다.”

- 여행 후 가장 큰 변화가 무엇인가?

“두려움이 사라졌다. 예전엔 어떤 일을 도전할 때도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었는데 지금은 결과가 안 좋아도 다음을 기약하고 노력한 과정에 박수를 보낼 수 있게 됐다.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한 시간은 내게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나. 그렇지 않다.”

- 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을 것 같은데.

“난 여행 중독에 빠지는 중인가 보다. 올해 7월 일본으로 홀로 3박 4일 여행을 떠났다. 낯설었던 유럽도 미국도 잘 다녀왔기 때문에 두려움도 망설임도 없었다. 오사카, 교토, 가나자와를 다니며 총 14만 보를 걸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걷고. 오히려 에너지 충전을 제대로 했다.”

더 넓은 세상에서 능력을 펼치고 싶어

- 앞으로의 목표는?

“한국에서 생활하기보다 더 넓은 세상에 몸 담그고 싶다. 미국에서 어느 정도 일을 하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내 능력을 살려서 생활하고 싶다. 정말 좋아하는 일로 능력을 갖추고, 하고 싶은 취미 생활을 하며 행복하게 사는 삶. 그런 삶을 위해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 홀로 여행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람은 누구나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것 자체가 내면에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긍정적 신호이니 눈감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민보다 고’라는 말이 어울리겠다. 모두 ‘고민보다 고’하여 후회 없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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