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묻었다'라는 말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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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묻었다'라는 말을 아시나요?
  • 경남 거제시 조우진
  • 승인 2023.10.03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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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적 디즈니의 인어공주라는 애니메이션을 봤던 기억이 있다. 2023년 5월, 인어공주 실사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 나는 자연스레 붉은 머리의 인어가 물속을 헤엄치던 모습이 기억이 났다. 하지만 디즈니의 예고편에는 갈색 머리칼에 레게 헤어스타일을 한 아프리카계 배우 핼리 베일리가 동화 인어공주의 주인공인 에리얼 역을 맡고 있었다. 나는 여러 사이트에서 “PC 묻었다”라는 말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고 이 말이 어떤 뜻인지 궁금해져 알아봤다.

영화 ‘인어공주’의 주인공 에리얼을 연기하는 핼리 베일리의 모습이다(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인어공주’의 주인공 에리얼을 연기하는 핼리 베일리의 모습이다(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PC 묻었다'라는 말에서 PC란 Political Correctness의 준말이다. 이는 ‘정치적 올바름’을 뜻하며 쉽게 말해 인종과 성별, 종교, 성적지향, 장애, 직업 등과 관련해 소수 약자에 대한 편견이 섞인 표현을 쓰지 말자는 정치적, 사회적 운동을 말한다.

PC 요소를 올바르게 적용했을 경우는 올해 개봉한 영화 중 하나인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또한 PC 요소가 적당히 녹아들었다고 말할 수 있다. 게임에선 항상 악당 쿠파에게 납치당해 구해지기만을 기다리는 피치 공주가 영화에서는 주인공인 마리오를 가르쳐주고 쿠파를 상대로 당당히 맞서는 멋진 캐릭터로 변했다. PC 영화의 조건 중 하나인 능동적이고 강한 여성 주인공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게임에선 마리오의 뒤에서 2인자로 존재하던 동생 루이지가 영화에선 형 마리오를 구해주며 소외당하던 소수자의 주인공화를 충족시켰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원작을 존중하여 훼손하지 않고 만들었다는 점이 가장 핵심이었다.

하지만 PC 요소를 과도하게 적용할 경우에는 원작 '반지의 제왕'에서는 ‘엘프는 피부색이 하얗다’는 특징을 가졌다고 소개됐지만, 드라마 '반지의 제왕'에서 흑인 엘프의 등장으로 '원작을 파괴한다'라며 팬들의 반발이 빗발치던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원작이 훼손되거나 집중을 방해하는 등 과도한 PC는 독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PC를 미디어나 게임 등에 적용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PC 요소를 잘 적용한 매체들은 관객들이나 게임 플레이어들이 PC 요소가 들어갔는지도 모르게 하는 것이다. PC 요소가 적당히 들어갔으니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출신, 인종, 성별, 성적 지향, 성 정체성, 종교, 장애, 나이 등 PC의 다양한 요소들이 존재하지만, 시민들도 이러한 요소들을 받아들이기까지의 어느 정도의 시간과 점차적인 단계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PC와 관련해 조사하면서 세계적으로 영상물 등급 제도에 PC 규정을 정하여 간편하게 PC 요소들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 알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어떨지 생각해봤다. 예를 들어 ‘이 영상에는 동성애와 관련된 부분이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와 같이 간단한 안내 문구를 작성한다든지 그렇게나마 사람들이 선택적으로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느꼈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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