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데미 영화상, '백인 전치'에서 벗어난다...2024년부터 여성·유색인종 등 소수자 참여해야 작품상 자격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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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데미 영화상, '백인 전치'에서 벗어난다...2024년부터 여성·유색인종 등 소수자 참여해야 작품상 자격 얻는다
  • 전남 여수시 김성범
  • 승인 2020.10.0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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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최근 인종차별 문제를 작품상 자격 요건화로 제도 시정
최근 작품상에 '문라이트' '그린북' 등 흑인이나 장애인 주인공인 작품 연이어 수상
소수자 보호를 시드 개념으로 주어야 백인 역차별 막는다는 주장도 대두

올해 2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4관왕의 영예를 안겨주었던 아카데미 영화제의 작품상에 앞으로는 다양성에 관한 규정이 신설된다. 그 규정의 내용은 2024년부터 여성·유색인종·성 소수자·장애인 등이 비중 있게 참여한 영화에게만 작품상 후보에 오를 자격을 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정은 과거부터 백인들의 잔치라고 불리던 아카데미의 유색인종에 대한 근본적인 차별의 문제점을 갈아엎기 위한 결정으로 생각된다.

2024년부터는 여성이나 유색인종 등 소수자가 중요하게 참여한 영화만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 자격을 얻는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2024년부터는 여성이나 유색인종 등 소수자가 중요하게 참여한 영화만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 자격을 얻는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최근 흑인 시위에서 봤듯, 흑인 대다수는 인종차별을 과거부터 지속되고 있는 백인에게 유리한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수치는 지난해까지 92년 동안 남우주연상을 받은 흑인 배우는 단 네 명뿐이라는 것이다. 흑인 배우가 수상한 경우는 물론, 후보에 오른 경우조차 적었다는 사실은 명백히 인종차별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과정에서 아카데미 상에 관한 흑인들의 불만이 지금까지 쌓여온 것 같다. 특히, 요즘은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기에 흑인들이 느끼고 있던 구조에 대한 불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과거부터 최근까지도 미국의 고위층은 유색인종을 백인보다 열등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카데미가 왜 유색인종을 위한 정책 변경을 결정하게 됐는지 이해가 된다. 인종차별 문제점을 의식했는지 몇 년 전부터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을 받은 작품은 <문라이트>, <셰이프 오브 워터>, <그린북>과 같은 흑인, 장애인을 주연으로 한 작품들이었다. 최근 이런 변화가 판정단의 몫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정책적으로 장애인과 유색인종의 출연 및 영화제작에 참여한 비중이 높은 영화만이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게 제도적으로 수정된 것이다.

하지만 영화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소수약자 참여는 적었지만 같은 후보에 올랐던 다른 작품이 영화의 완성도 부분에서 작품상을 받은 작품보다 더 뛰어나다고 평가받는다. 이는 영화의 완성도보다는 일명 PC(Political Correctness)라고 불리는 정치적 올바름 사상에 근거해서 수상작을 결정하는 행위로 보인다. 거기에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흑인 인권 운동이 PC 사상의 움직임에 불을 지폈고, 그 결과 백인 남성을 향한 역차별이 심화된 것이다. 영화의 완성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썩 마음에 들지 않아 많은 비판을 받는 결정이다.

굳이 이렇게 정책적으로 소수자를 위한 규정을 수상 후보에 오르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만드는 방법밖에 없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스포츠의 ‘시드’ 개념으로 10개 정도의 작품상 후보 중 2~3자리는 여성·유색인종·성 소수자·장애인 등이 비중 있게 참여한 영화들이 무조건 오를 수 있도록 확보시키는 방법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되면, 사회적 약자들에게 경쟁할 공평한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또한, 시드권은 영화 제작자들에게는 영화의 완성도만을 놓고 경쟁을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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