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덤으로 가져가”... 사라져가는 정겨운 문방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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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덤으로 가져가”... 사라져가는 정겨운 문방구
  • 취재기자 손현아
  • 승인 2023.04.23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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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문방구, 무인 매장 늘면서 학교앞 문방구 거의 사라져
저출산에 코로나가 직격탄...알고 보면 학교 앞 '추억의 산실'

지난 12일 찾은 부산 서구 K초등학교 앞, 저 멀리 초등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간판 없는 문방구가 보였다. 옛날과 다름없는 여러 가지 저렴한 간식거리 식품들이 놓여져 있다. 그 안에는 연세가 좀 있는 사장님이 앉아 있었다.

저출산 문제에 따라온 학령인구 감소와 코로나는 오래된 문방구에 직격탄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약 6,000개 이상의 문방구가 사라졌다고 한다.

시대가 흘러가면서 ‘하나 덤으로 가져가’라는 정겨운 문방구는 줄어들고 무인 매장들이 그 자리를 메꾸고 있다. 과거 문방구는 초등학생들의 백화점 같았다. 100원 200원에 친구들과 흔히 '불량식품'이라 불리는 것을 사서 나누어 먹는 모습도 이제는 구경하기 어렵게 됐다.

간판 없는 문방구 앞에서 초등학생들이 놀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손현아).
간판 없는 문방구 앞에서 초등학생들이 놀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손현아).

개학일에 맞추어 실내화, 각종 준비물 등은 문방구에 가면 모두 입구에 준비되어 있었다. 안면 튼 사장님과 정겨운 인사. 학생들보다 학교 준비물들을 더 잘 아는 사장님의 모습은 추억 속으로만 기억해야 한다.

시내 K초등학교 정문 앞 간판 없는 문방구를 찾았다. 이 초등학교가 생긴 후 바로 따라 생긴 문방구이다. 간판은 외부에서도 내부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내부에는 수많은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끈끈이부터 옛날의 때가 묻어있는 물건들이 많았다.

문방구를 들어가자 왼쪽 의자에 앉아있는 약 26년 문방구의 역사를 지켜 온 문방구 사장님 A 씨가 손님을 맞는다. 그는 “문방구인데 문구는 하나도 안사가고 과자나 음료수, 장난감이나 팔고 있다. 준비물은 학교에서 다 내주다보니 공책 하나도 안 팔리고 준비물 끊긴지는 몇 년 됐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옛날 아이들은 요즘 애들과는 다르게 어른말도 잘 듣고 진실성도 있다. 요즘도 성인이 된 옛날 아이들이 찾아온다”며 추억을 회상했다.

예전엔 문방구에도 정이 있었으나, 언제부터인가 ‘정’이 사라졌다. A 씨는 “확실히 옛날 아이들이 정이 많았다”고 했다. 중학생 김모 학생(14)은 “문방구에는 현금 밖에 받지 않아 잘 안 가고 대형서점인 G문고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종류도 다양하고 좋다. 친구들도 대부분 G문고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온라인으로 준비물을 공지하고,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하루 만에 준비물을 받아볼 수 있는 시대다. 쉽게 문구류나 준비물을 구할 수 있지만 하나씩 덤으로 챙겨주고 친구들과 나눠 쓰는 정겨운 문화가 사라져가는 현장이 안타깝기만 하다.

옛날에는 동전이 소중하게 쓰이곤 했다. 동전 한 두 개로 맛있는 간식을 사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동전뿐 아니라 지폐도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아이들은 문방구의 중요성을 알까.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는 문방구가 추억의 산실이면서 학교 앞 역사가 된다는 것을 알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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