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병참기지 이어 미군부대로 100년간 묶여 있다 되찾은 땅, 부산시민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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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병참기지 이어 미군부대로 100년간 묶여 있다 되찾은 땅, 부산시민공원
  • 취재기자 석예린
  • 승인 2022.11.1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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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엔 경마장과 병참경비대, 해방후엔 미군 ‘캠프 하야리아’로 이용
부산시와 시민단체, 우리땅 찾기운동 벌여 100년만에 부산시민공원으로 재탄생
역사 문화 자연 숲길 등 주제로 공원 꾸며 과거와 현재 오가며 참여와 체험 가능

부산시민공원, 많은 사람들이 가족 또는 연인 친구와 함께 행복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찾는 곳이다. 지금은 누구나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장소지만 과거에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부산시민공원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자.

부산시민공원의 역사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역사관이 공원 안에 자리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석예린).
부산시민공원의 역사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역사관이 공원 안에 자리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석예린).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조선은 일본제국주의의 강제 통치를 받았다. 그 때 현재의 부산시민공원 부지도 예외는 아니었다. 1920년대 일본은 경제 호황을 맞이했다.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일본은 현재 부산시민공원 부지에 1930년 ‘서면경마장’을 준공했다. ‘서면경마장’은 일본인 중산층의 오락 활성화, 마권수익, 군마양성을 위해 건립되었다. 그리고 조선총독부의 세수확보 목적도 있었다. 군마양성의 목적을 품은 것을 보아 알 수 있듯이 일제는 경마장 부지를 군용지로 활용할 의도도 숨어 있었다. 그리고 1937년 중일전쟁 발발에 따른 기마부대 설치, 1941년 태평양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제 72 병참경비대 설치, 1942년 임시군속훈련소 설치 등을 통해 그 목적성이 잘 나타난다. 그 후 해방이 될 때까지 이 부지는 군수품 야적장으로 쓰였다.

일제가 태평양전쟁에서 패전국이 되자 점령군의 자격으로 한국에 온 미군이 이곳에 자리하게 되었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제 치하에 있던 대한제국이었기에 미군이 점령군의 자격으로 입성한 것이다. 점령군으로 온 미군을 해방군으로 생각한 한국 사람들은 말도 통하지 않는 이방인을 열렬히 반겼다. 그러나 미군정은 친일파 척결, 식량 및 경제정책, 신탁통치 방안 등 현안문제를 원만히 해결하지 못했다. 결국 이러한 문제는 UN에 상정되어 1948년 남한 단독으로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다. 정부 수립 후 미군은 일부 군사고문단만 남기고 철수했다. 그러나 곧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한국에 오게 된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함에 따라 미군은 연합군의 자격으로 다시 참전, 부산기지 사령부 ‘캠프 하야리아’를 설치해 군수물자 보급과 후방기지 지휘 업무를 맡았다. 이 때부터 60년간 ‘캠프 하야리아’는 부산과 공존하게 된다. 군사기능을 위한 곳이었으나 오랜 세월을 함께 하며 서로의 문화를 전달하고 소통하는 역할도 함께 했다.

‘캠프 하야리아’의 원래 이름은 부산기지 사령부였으나 주한 미군 역사연구소에 따르면 부대의 명칭을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명했던 미국 플로리다주의 하야리아 경마장에서 따왔다고 한다. 과거 경마장의 모습을 갖춘 부지의 모습을 보고 하야리아 경마장과 유사한 인상을 받아 붙여진 이름이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하야리아 경마장의 모습을 그려놓은 것을 전시해놓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석예린).
미국 플로리다주의 하야리아 경마장의 모습을 그려놓은 것을 전시해놓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석예린).

1990년대 들어서며 부산 서면 일대가 급격하게 발전함에 따라 군사기지 보호법으로 묶인 캠프 하야리아와 인근지역의 낙후성 문제가 대두되었다. 이 같은 기형적 도시구조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부산시민과 부산시 모두 찾고 있었다. 1995년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이 모여 ‘우리 땅 하야리아 등 되찾기 시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하면서 캠프 하야리아 부지 반환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었다. 이후 2004년 ‘하야리아부지 시민공원추진 범시민운동본부’로 발전시켜 무상양여 운동을 추진하였다. 부산시와 부산시민 각 계층의 노력이 함께 어우러져 국방부로부터 부지 관리권을 이양받았다. 이로써 100년만에 잃어버린 부지를 되찾고 시민공원이 조성됐다.

2014년 5월에 개장한 부산시민공원은 세계적인 공원 설계자인 제임스 코너의 설계를 바탕으로 기억(Memory), 문화(Culture), 즐거움(Pleasure), 자연(Nature), 참여(Participation) 5개 활동 주제로 조성되었다. 이 주제들을 바탕으로 기억의 숲길은 일제강점기, 미군주둔기 역사자료를 활용한 곳이고 문화의 숲길은 공원중앙을 가로지르는 숲을 통한 다양한 문화시설을 체험할 수 있다. 즐거움의 숲길은 단체 및 가족 단위의 즐거움을 충족할 수 있게 조성된 곳이다. 자연의 숲길은 수목, 시냇물과 연못 등 사계절 변화하는 숲이 주제이며 참여의 숲길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참여형 공간, 흥미유발형 숲으로 다양한 놀이를 할 수 있는 숲이다.

누구와 함께이든, 혼자든 시민공원에서 편히 즐길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강좌, 행사, 체험, 전시, 기타’ 총 다섯 가지 카테고리의 체험코스가 있다. 각 일정은 부산시민공원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어린이, 가족과 함께하는 숲 해설, 정원체험 프로그램도 신청자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 또 5개의 공방(판화, 입체, 섬유, 도자, 목공예), 2개의 작은 공연장 겸 연습실, 2개의 작은 전시실로 구성된 문화예술촌은 시민들이 직접 문화와 예술을 체험할 수 있고 작은 전시와 공연도 할 수 있는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다.

부산시민공원을 찾는 시민들이 부산시민공원의 역사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 경상남도 거제시에 거주하는 윤모(19) 씨는 “ 부산시민공원에 그렇게 깊은 역사가 있을 줄 몰랐다”며 “앞으로는 부산시민공원의 역사를 되새기며 공원을 방문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부산시민공원 기억의 숲에 재현되어 있는 하야리야 부대의 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석예린).
부산시민공원 기억의 숲에 재현되어 있는 하야리야 부대의 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석예린).

이렇게 다양한 문화체험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부산시민공원, 미래는 어떤모습일까? 미래에는 지금보다 공원으로의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산책하고 러닝하는 공간 뿐 아니라 단어 그대로 '공중의 보건ㆍ휴양ㆍ놀이 따위를 위하여 마련한 정원, 유원지, 동산 등의 사회 시설'로의 의미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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