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 주지사 부인, 페터먼 여사가 인종차별당한 사건...'샐러드 볼' 미국 사회의 고질적 인종차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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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 주지사 부인, 페터먼 여사가 인종차별당한 사건...'샐러드 볼' 미국 사회의 고질적 인종차별 논란
  • 부산시 수영구 박상현
  • 승인 2020.10.24 0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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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펜실바니아 주 부지사 부인 페터먼 여사가 브라질 출신이라고 인종차별당한 사건 발생
멜팅 팟과 샐러드 볼이 상징하는 다문화 국가 미국이 인종차별 강국인 건 아이러니
끝없는 의문..."다른 인종 간 이해와 존중이 그렇게도 어려운 일일까?"

최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한 백인 여성이 브라질 출신 여성에게 인종차별적 폭언을 뱉어 논란이 됐다. 모욕당한 여성의 이름은 ‘지젤 바헤투 페터먼’으로,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부지사 ‘존 페터먼’의 아내다.

12일, 페터먼 여사는 미국 뉴욕타임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사건의 전말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진상은 이랬다. 집 근처 슈퍼마켓에서 계산을 기다리고 있던 페터먼 여사는 한 백인 여성의 조롱 섞인 목소리를 들었다. “오, 저기 페터먼과 결혼한 검둥이가 있네.” 그 말을 들은 페터먼 여사는 얼어붙었다. 네티즌들의 잦은 인종차별적 비난을 견뎌냈던 그녀였지만, 면전에서 이런 모욕을 당할 것이라는 예상은 미처 못했다.

백인 여성이 페터먼 여사의 차까지 따라와 그녀를 조롱하고 있는 장면이다.펜실베이니아주 경찰은 여성의 신원을 파악했으며, 현재 수사를 벌이고 있다(사진: 지젤 바헤투 페터먼 트위터).
백인 여성이 페터먼 여사의 차까지 따라와 그녀를 조롱하고 있는 장면이다.펜실베이니아주 경찰은 여성의 신원을 파악했으며, 현재 수사를 벌이고 있다(사진: 지젤 바헤투 페터먼 트위터).

백인 여성은 귀가하려는 페터먼 여사의 차까지 따라와 “너는 검둥이”라며 비난을 이어갔다. 페터먼 여사는 해당 장면을 촬영해 자신의 SNS에 올렸고, 사건은 그렇게 화제를 낳으며 기사화됐다.

안타깝게도 모든 인종차별 피해가 기사화되지는 않는다. 해당 사건은 발생지가 미국 대선의 격선지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 주이며, 피해자가 그 주 부지사 아내였기 때문에 화제가 된 것이다. 사실상 미국 내 인종차별은 부지기수로 발생하기 때문에 만약 피해자가 일반인이었다면 이는 그저 그런 해프닝으로 끝났을 것이다.

미국에서 약 2년의 유학 생활을 끝내고 입국한 내 친구는 내게 자신이 겪은 인종차별을 얘기했다. 배가 고팠던 친구는 유명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를 찾았다. 그는 주문서에 자신의 영어 이름 ‘Jason’을 적고 음식을 기다렸다. 머지않아 그의 이름이 매장 안에 울렸고, 음식을 찾으러 간 친구는 그 자리에서 직원에게 인종차별을 당했다. 친구의 얼굴을 본 직원은 그에게 “Look at the mirror, You’re not Jason”이라며 음식을 주지 않았다. 직원은 동양인에게 제이슨이란 이름이 어울리기는 하냐며 친구를 조롱했고, 한참 실랑이를 벌인 끝에 친구는 음식을 들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우리는 미국 사회를 ‘샐러드 볼(salad bowl, 샐러드를 담는 그릇)’에 비유한다. 샐러드는 다양한 재료들이 저마다의 맛과 향을 잃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음식이다. 각기 다른 인종·민족이 모여 각자 개성을 잃지 않고, 하나의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 미국이 샐러드 볼이라 불리는 이유다.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무시하는 인종차별의 중심지가 이런 별칭을 갖는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음식은 재료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더 까다로운 손질을 요구한다. 손질하지 않은 음식은 아무리 맛깔나게 생겼다 한들 흙 맛을 내기 십상이다. 따라서 샐러드라는 이름으로 식탁에 오르기 전에, 먼저 이해와 존중을 통해 제대로 된 손질을 끝마쳐야 할 것이다. 손질에 실패한 흙투성이 샐러드는 아무도 찾지 않는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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