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린 노인의 가족 이야기 '오! 문희'는 우리 사회 슬픈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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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걸린 노인의 가족 이야기 '오! 문희'는 우리 사회 슬픈 자화상
  • 부산시 연제구 주소현
  • 승인 2020.09.26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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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걸린 할머니가 손녀 뺑소니범 추적하는 이야기 자체가 감정이입 유도
어머니와 아들의 애증과 갈등은 우리 사회에 끈 화두 던져

나는 얼마 전 노인 학대가 4년 새 2배로 급증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또 다른 뉴스는 노인 학대의 가해자로 아들이 제일 높은 비율로 차지한다는 충격적인 통계 결과를 제시했다. 이에 대한 전문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인 학대는 개인적·사회적 불만을 상대적 약자에게 표출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아동 학대에 이어 노인 학대도 심각해지는 듯하다. 한때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며 어린 자식들의 굳건한 보호막이 됐던 이들이 어느샌가 힘없는 약자가 돼버렸다. 이 모든 현실이 내게 너무나 안타깝게 다가왔다.

최근 개봉된 영화 <오! 문희>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노인 학대에 대한 심각성을 알았기에 나는 이 영화를 힘없는 노인 오문희에 감정 이입하며 보게 됐다. 영화 속 치매에 걸린 오문희는 손녀 보미의 뺑소니 사고의 유일한 목격자다. 치매에 걸려 온전한 정신이 아니었음에도 보미를 치고 간 뺑소니범을 잡겠다는 그녀의 의지는 대단했다. 뺑소니범을 찾는 중에 오문희가 맨 정신으로 있을 때는 손을 꼽을 정도였음에도 오문희가 자신의 손녀를 향한 마음만큼은 강했다.

영화 '오! 문희'의 주인공 나문희(사진: 네이버 영화)
영화 '오! 문희'의 주인공 나문희(사진: 네이버 영화)

영화는 보미를 치고 간 뺑소니범을 잡는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지만 중간중간 오문희 아들 두원을 향한 오문희의 사랑도 느낄 수 있었다. 오문희가 치매 때문에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와중에도 빗길을 걸으며 아들 두원이 어릴 적 좋아하던 열매를 따온 장면이 그러했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아들과 손녀에 대한 할머니의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반대로 보미의 사고를 오문희 탓으로 돌리던 두원의 행동이 내겐 너무나 모질게 느껴졌다. 할머니는 자신의 자식에게 무한한 애정을 주지만 아들은 그런 어머니의 사랑을 되돌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끝부분에서나마 두원은 오문희와의 사이를 회복하지만 어머니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아들의 행동은 나에게 여전히 달갑지 않았다. 아무래도 아들 두원과 엄마 오문희의 잠시 틀어졌던 관계가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아 약간의 씁쓸함을 느꼈다.

노인 학대의 가해자로 피해 노인의 아들이 1위로 지목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 영화를 보며 우리는 자식들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 얼마나 크고 강한지를 느꼈으면 좋겠다. 이 힘없는 노인들이 한때 무한한 사랑으로 키우던 자신의 자식들에게 학대를 당하는 심정은 어떨까. 그럼에도 자식이니 원망도 못할 이들의 심정이 너무나 애처롭게 다가온다. 비록 지금은 병들고 힘없는 노인이지만 가족들을 향한 굳건한 마음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분지의 편집장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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