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무슬림들, "IS 몰라요. 우린 평화를 존중해요"
상태바
인니 무슬림들, "IS 몰라요. 우린 평화를 존중해요"
  • 인도네시아 특파원 김제니
  • 승인 2015.11.21 15: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니는 이슬람 문화권...교회, 힌두교 사원도 공존, 여성 차별도 못 느껴

기자는 6개월 동안 인도네시아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할 기회를 갖게 됐다. 이 기쁜 소식이 확정된 올 봄에 기자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곧바로 이를 전했지만, 가족들의 반응은 그리 축하 일색이 아니었다. 그 이유는 다들 무슬림이 가득한 나라에 여자 혼자서 안전한 생활을 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이슬람 신자들, 즉 무슬림이 있긴 하지만 매우 소수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한국인은 오직 언론을 통해서만 이슬람교를 접한다. 하지만 이슬람교에 관한 국내 뉴스는 대다수가 서양 언론의 시각에서 보여주는 폭력적인 모습이다 보니, 이슬람교는 한국에서 그다지 이미지가 좋은 종교는 아니다.

특히, IS의 추태가 미디어를 통해 낱낱이 밝혀지면서 이슬람에게 보내는 시선 또한 따가워졌다. 지난 13일, IS가 주도한 최소 129명이 희생된 프랑스 파리 테러사건이 일어났을 때, 뜬금없게도 인도네시아에 살고 있는 기자에게 지인들로부터 안부를 묻는 몇 차례 연락이 왔다. 이슬람과 IS를 같다고 생각한 지인들의 괜한 걱정이었다. 함께 온 한국인 유학생들 역시 한국의 지인들로부터 안부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약 2억 5,000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네시아는 그 중 87%가 이슬람교를 믿는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종교가 없다고 말하면 외계인을 보는듯한 눈길을 받을 정도로 대다수 국민이 이슬람 신자이고 일부가 기독교를 믿는다. 결국 국민 중 무신론자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대부분이 무슬림인 만큼 나라 전체에 이슬람 문화가 녹아있다. 이슬람 문화를 처음 접해 기자에게 가장 이색적으로 다가온 모습은 어디에 가든 위치한 작은 기도실을 뜻하는 ‘무숄라(musholla)’가 있다는 것이다. 무숄라는 무슬림의 5대 의무 중의 하나인 '살라트(salat)' 때문에 곳곳에 만들어졌다. 살라트란 모든 이슬람교도에게 부과된 일상 속 예배와 기도를 의미하는데, 이를 돕기 위한 무숄라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쇼핑몰은 물론, 공항, 기차역, 주차장에도 있다. 인도네시아 한인 유학생 손연주(21) 씨는 “우스갯소리로 지인들 사이에선 인도네시아에는 화장실보다 무숄라 찾기가 더 쉽다고 말할 정도로 무숄라가 많다”며 혀를 내둘렀다.

기자가 족자카르타에 여행을 갔을 때, 무숄라에 관련한 당황스런 기억이 하나 있다. 기자 일행은 짧은 기간 동안 인도네시아 많은 곳을 여행하기 위해 기사 딸린 자동차를 대여했다. 그 기사는 종일 운전하면서도 여행 내내 이곳저곳을 안내해주었고 입장표 끊는 것까지 친절하게 우리를 도와주었다. 그러나 힌두교 사원인 ‘프람바난(Prambanan)’에 도착하자 그의 친절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프람바난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마자, 그는 “미안하지만, 나는 힌두교 사원인 프람바난에 들어갈 수 없어요. 나중에 만나요!”라며 부리나케 무숄라로 뛰어갔다. 우리 일행은 당황스러웠지만 다른 문화를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 인도네시아에서 판매되는 해녀복 스타일의 수영복(사진: 인도네시아 특파원 김제니).

무슬림 여성들은 머리와 목을 가려주는 히잡, 머리와 몸을 가려주는 차도르 등을 이용해 얼굴을 제외한 피부를 가리고 다닌다. 무슬림 여성들은 수영할 때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숨겨야하는데, 그렇다보니 인도네시아에서는 마치 해녀복 같이 모자가 달려있는 특이한 형태의 긴팔 수영복이 판매되고 있다. 기자가 다니고 있는 대학은 이슬람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기독교 재단의 대학임에도 불구하고, 등교 시에 피부가 많이 드러나는 민소매나 짧은 바지는 입을 수 없다. 그리고 발가락이 고스란히 보이는 샌들이나 슬리퍼 또한 착용 금지다. 이에 관련해 인도네시아 한인 유학생 전다은(21) 씨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문화가 곳곳에 배어있어 생소하게 느껴진다”며 “그렇지만 기독교 재단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이슬람 문화를 따르는 것은 약간 강압적인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 대학에서 의복에 관해 특이한 점은 시험기간에는 특별히 예의를 갖춘 복장을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여대생들은 한국에서 예쁘고 멋지게 꾸미고 다니다가도 시험기간에는 멋을 안 부리고 편하게 입는 경향이 있는데, 이곳은 정반대였다. 시험기간에 남학생들은 인도네시아 전통의상인 바틱이나 깔끔한 셔츠를 입어야하고, 여학생은 바틱이나 셔츠와 더불어 무릎 밑으로 오는 치마나 긴 바지를 입어야한다.

▲ 프람바난(사진: 인도네시아 특파원 김제니).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이슬람교뿐만 아니라, 개신교, 불교, 천주교, 힌두교 등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나라다. 한국의 경주처럼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역사 도시인 ‘족자카르타(Yogyakarta)’만 보더라도 세계에서 가장 큰 불교유적지인 보로부두르(Borobudur)와 힌두교 사원인 프람바난(Prambanan)이 위치하고 있어, 인도네시아는 다양한 종교를 품고 있음을 보여준다.

▲ 인도네시아 시내 푸드코트(사진: 인도네시아 특파원 김제니).

하지만, 인도네시아 인구의 대부분이 무슬림이다 보니 ‘할랄(Halal)’마크가 대다수 식당에서 보인다. 할랄마크란 알코올이나 돼지고기 등이 포함되지 않아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을 총칭한다. 푸드코트 또한 예외가 아닌데, 할랄마크가 붙어있는 많은 식당들 가운데 인도네시아어로 돼지를 뜻하는 ‘babi’를 떡하니 붙여놓은 식당들도 눈에 띈다. 무슬림들 사이에서 무슬림이 아닌 사람이 돼지고기를 먹는다고 해서 무슬림들이 눈총을 주지 않는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모든 종교를 존중하는 것이다.

무슬림이 아닌 여성들의 옷차림도 학교나 회사 같은 공적인 장소에서는 종교에 관계없이 누구나 민소매나 짧은 치마와 짧은 바지를 피하지만, 번화가나 쇼핑몰에서는 예외였다. 쇼핑몰 안에서는 굉장히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들이 흔하게 보인다. 기자는 쇼핑몰에서 우연히 같은 학교의 인도네시아 여학생을 만난 적이 있는데 학교에서의 옷차림과 매우 달라 못 알아볼 뻔한 기억도 있다.

대개 미디어를 통해 접한 이슬람교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굉장히 심하다는 인상을 주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짧은 시간이지만 인도네시아에 살며 느낀 점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다. 또한 폭력적인 IS와 일반적인 무슬림은 완전하게 달랐다. 무슬림인 스리(19) 씨는 IS와 무슬림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에 대해 “이슬람과 IS를 동일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IS는 선량한 무슬림과는 완전하게 다른 존재다. 나 또한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 파리 테러 사건은 정말로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