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즈 영화관 설치 싸고 뜨거운 찬반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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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즈 영화관 설치 싸고 뜨거운 찬반논란
  • 취재기자 김민지
  • 승인 2015.08.10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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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워 관람 방해" VS "부모 입장도 이해해야"

직장인 김성현(27, 부산시 사상구) 씨는 얼마 전 개봉한 영화를 보기 위해 친구와 영화관에 갔다. 그러나 영화가 시작된 후, 그는 제대로 영화를 즐길 수 없었다. 함께 영화를 관람하던 아이가 쉴 새 없이 큰 목소리로 떠들었기 때문이다. 영화가 중반부에 들어서자, 아이의 고성이 더욱 커졌다. 참다못한 김 씨는 아이 부모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하지만 부모는 들은 체 만 체하며 아이에게 주의를 주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김 씨와 친구는 상영이 끝날 때까지 영화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는 “친구와 오랜만에 영화를 보러 왔는데 돈이 아까웠다. 영화 내용은 기억이 안 나고, 아이가 시끄럽게 떠들고 떼쓰던 것만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 주말을 맞아 영화를 보기 위해 온 손님들로 붐비는 부산의 한 영화관. 무더위 속 휴가철을 맞아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이 많다(사진: 취재기자 김민지).

해마다 극장가를 찾는 관객이 늘어가는 만큼, 어린이와 가족 관객도 많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인사이드아웃>, <미니언즈>와 같이 어른과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체 관람가 영화 개봉이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통제가 어려운 어린이 관객들 때문에 영화를 함께 관람하는 성인 관객들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의 근원은 전체 관람가 영화 뿐 만이 아니라 12세,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에도 보호자만 동행하면 어린이들이 입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대학생 김모(23, 부산시 북구) 씨는 최근 개봉한 15세 관람가 영화 <암살>을 보는데 옆에 앉은 아이 때문에 영화 관람 내내 불쾌함을 느꼈다. 아이는 엄마에게 “저 사람은 누구야?” “저 사람 왜 저기 있어?” “저 사람 죽은 거야?” 등의 질문을 하며 계속해서 영화 내용을 물었고, 옆에 앉은 김 씨에게도 그들 대화 소리가 모두 들렸다. 총격신이나 사람이 죽는 장면이 나올 때는 아이가 소리를 지르기도 했고 벌떡 일어나기도 했다. 김 씨는 “함께 영화를 보면서 너무 화가 났다. 아이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감동이나 여운이 다 깨졌다.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를 보기에 한참 어리고 영화 내용을 이해도 못하는 아이를 왜 데리고 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어린이 관객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오전 10시 이전에 상영되는 조조영화와 오후 11시 이후로 상영되는 심야영화만 골라보는 성인 관객도 점점 늘고 있다. 평소 영화를 좋아하는 여대생 손모(23,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이제 어린이 관객들을 피해 일부러 평일 조조 시간대의 영화를 예매한다.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 영화관에 가는 것이 불편하기도 하지만, 방해하는 아이들이 없어 마음 놓고 영화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손 씨는 “요즘 영화관에 영화 관람 중에 화장실에 자주 가거나 떠드는 아이들이 많다. 그래서 평일 조조영화를 주로 보는 편이다. 그 시간에 보면 애들도 없고 혼자 영화를 보러 온 사람밖에 없어서 집중이 잘 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영화 상영등급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체 관람가, 12세 이상 관람가, 15세 이상 관람가, 청소년 관람불가, 제한상영가(상영영화관 자체를 제한)로 구분하고 있다. 초등학생은 원칙적으로 전체 관람가 영화만 볼 수 있지만, 보호자가 함께 영화를 보는 경우에는 초등학생도 12세 이상 관람가 및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부모들이 보는 영화에 단지 따라온 어린이들 때문에 영화관 아르바이트생들의 입장은 난처하기만 하다. 얼마 전까지 부산에 있는 한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했던 대학생 김모(26, 부산시 기장군) 씨는 영화를 보다가 아이들의 방해로 집중할 수 없었다며 성인 관객들에게 컴플레인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김 씨에게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를 아이들이 봐도 되는 것이냐며 불만을 토로하는 관객이 대다수였다. 그는 “법으로도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는 보호자가 있으면 아이들도 볼 수 있어서 알바생들은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그냥 계속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어 속상했다”고 말했다.

부산 북구에 있는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 이모(25, 부산시 북구) 씨는 민폐를 끼치는 어린이 관객보다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부모 관객을 볼 때마다 황당함을 느낀다. 아이는 아이가 보고 싶어 하는 영화를 보러가게 한 뒤, 엄마들끼리는 따로 모여 다른 영화를 보러가거나 커피를 마시러 가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 씨는 “아이들이 영화를 보는 중에 부모님의 관리가 있어야 직원들도 안심하는데, 아이들끼리만 영화를 보게 하고 엄마들은 따로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심지어는 아이들 영화표만 구매한 뒤, 자녀를 보호한다는 핑계로 따로 영화표를 사지 않고 영화를 함께 관람하는 부모들도 있다. 표를 검사하는 이 씨에게 처음에는 아이들만 영화관에 앉혀주고 금방 나오겠다고 말한 뒤, 영화 상영이 끝날 때까지 나오지 않고 함께 영화를 보는 것이다. 그는 “영화 상영이 시작되면 나가겠다고 하면서 불이 꺼지면 그냥 어영부영 넘어가는 부모가 많다. 그럼 다른 관객들의 관람에 피해가 될까봐 알바생도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대형 영화관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는 관객들의 편의를 위해 어린이와 가족 고객을 위한 키즈 전용 영화관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키즈 전용 영화관은 말 그대로 어린이를 위한 영화 관람 환경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아이들의 체형에 맞춘 소형 어린이 좌석과 보호자가 함께 앉을 수 있는 가족석 등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키즈 전용 영화관은 CGV의 경우, 경기도 북수원점과 서울 노원구 하계점에서 운영 중이고, 롯데시네마는 서울 송파구의 cine Family 월드타워점, 메가박스는 MEGA KIDS BOX라는 이름으로 수원 영통구에서 운영 중이다. 전국적으로 키즈 전용 영화관은 총 4곳밖에 없을뿐더러, 서울과 경기 일부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선 아예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의 인터넷 모임 맘스카페 회원인 ‘별빛**’ 씨는 아이들과 눈치를 보지 않고 영화를 볼 수 있는 전용관을 찾기 힘들어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그녀는 “아이들이 보고 싶다는 영화가 있는데 키즈 전용 상영관은 모두 서울 시내에 집중되어 있어 가기 힘들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여가를 즐기기 너무 각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인터넷 카페 등에는 ‘영화관 무개념 부모,’ ‘영화관 관크(관객 크리티컬의 줄임말로, 관람에 방해를 주는 다른 관객을 일컫는 말) 초딩’ 등을 만나 불쾌감을 느꼈다는 글이 속출하고 있다. 심지어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영화관에서 어른들만 모여서 영화를 관람하고 아이들의 관람을 제한하는 노 키즈(No Kids)관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 영화 상영 시간이 가까워지자 부모와 아이가 함께 상영관에 입장하려는 모습이 눈에 띈다(사진: 취재기자 김민지).

한 익명의 누리꾼은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전체 관람가 영화도 제발 노키즈관을 따로 만들든 어린이 전용 상영관을 만들든 구별해서 상영했으면 좋겠다. 요즘 영화비가 싼 편도 아닌데 내 돈 주고 좀 재밌게 보겠다고 보러 간 영화를 제대로 못 보면 속상하다. 아니면 성인만 입장가능한 시간대라도 만들었으면 좋겠다. 일부 민폐 가족 관객들 때문에 일반화하고 싶지 않지만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건 항상 걱정되고 불편하다”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키즈맘카페에서 닉네임 ‘노란은행잎(adc2****)’으로 활동하고 있는 주부 회원은 “노키즈(No Kids)라는 말은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본인들만 챙기고 영화보기 급급한 부모들 때문에 생긴 것 같다. 공공장소 예절을 지키는 것은 아이들 기를 죽이는 게 아니라, 개념 있는 사회인으로 만드는 첫걸음이다. 같은 부모 입장이긴 하지만 영화관에도 노키즈관은 필요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롯데시네마 측은 직원들이 상영관 내부에서 관람시간 내내 근무배치 되지는 않기 때문에 아이들을 통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상영관 온도나 습도, 영화 상태 등 상영관 점검을 위해 직원들이 30분마다 각 관을 체크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관 입장에서 영화 상영 중에 관객들에게 강한 조치를 취하기는 힘들다. 상영관 입장 시에 어린 자녀와 입장하는 고객에게 미리 주의를 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CGV 관계자는 영화 상영 중에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어린이나 일부 관객에 대한 경고처리나 퇴장조치 등을 취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CGV 관계자는 “영화 상영 중 아이들의 소음이나 방해로 심한 피해를 입으신 관객 분들에게는 후에 해당 지점이 관람권을 대체하는 등의 보상을 해드리는 등 해결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부모 동의하에 어린이들이 입장하는 것은 현재 법으로 허용되고 있기 때문에 영화관만의 방침으로 입장을 제한할 수는 없다. 관객들의 불편한 사항을 최대한 고려하고 있지만, 보상이나 대처 방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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