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순이의 고백
상태바
편순이의 고백
  • 부산 남구 김윤주, 연제구 이정은, 경남 마산 최원석
  • 승인 2014.11.17 11: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카트>를 보고

(1)영화 <카트>를 보고 1

영화 <카트>는 부당한 노사관계의 실상을 고발하는 영화다. 영화에는 ‘갑’의 횡포에 고통 받는 ‘을’인 엄마와 아들이 나온다. 극 중 염정아가 연기하는 선희는 대형마트에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꾸려가는 가장이다. 그녀는 5년째 성실하게 일한 성과를 인정받아 곧 정직원 전환을 공표 받은 비정규직 직원이었다. 하지만 회사가 매각을 앞두고 돌연 비정규직 직원들에 대한 대량해고 조치에 들어가면서 선희는 회사로부터 일방적인 ‘고용계약 해지’를 통보받는다.

극 중 염정아의 아들, 도경수가 연기한 태영은 고등학생이지만 어려워진 가정형편에 수학여행 참가비를 낼 수 없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하지만 사장에게 두 달 여간 일한 급여를 요구하자, 불합리한 이유들로 차감되어 계산된 급여를 받게 된다. 처음에 약속된 시급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었으나 그 마저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착취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2014년 현재 법이 정한 최저임금은 시간당 5,210원이지만 그 최저시급을 보장받으며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특히나 편의점의 경우에는 더욱 상황이 좋지 않다. 편의점은 비교적 쉬운 알바로 생각하므로 ‘최저시급 못 받는 곳’으로 당연하게 이해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최저시급이 4,860원이었던 2013년, 시급 3,800원을 받고 편순이(편의점에서 일하는 여자)생활을 한 적이 있다. 그 금액이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당시 생활비가 급했고 적은 일자리를 두고 사람들과 경쟁처럼 면접을 보는 것에 지쳐있기도 했다. 최저시급을 요구하면 내 노동력이 가격경쟁에서 밀린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또한 장사가 매우 잘되는 가게도 아니었으므로 내가 업주에게 최저시급 이상을 받는다면 조금 미안하겠다는 생각까지 더해졌다. 하지만 이제와 돌이켜 생각해보면 왜 나는 ‘갑’의 이익을 먼저 배려하는 ‘을’이었을까?

편의점 일은 그리 평가절하 받을 만큼 만만한 알바도 아니었다. 혼자 일하는 경우가 많아 범죄노출에 취약할 뿐 아니라 취객이나 진상손님, 술, 담배를 구입하려는 미성년자 등을 상대하는 감정노동의 강도도 적지 않았다.

최저시급은 고용인이 받을 수 있는 가장 적은 금액을 의미하지만, 고용주들에게는 아이러니하게도 최대로 줄 수 있는 상향 마지노선처럼 인식되고 있다. 현재 최저시급제도의 감독을 고용인의 신고로 관리하고 있지만 이는 실효성이 없다. 대부분의 아르바이트생들은 업주와의 법적 갈등으로 인한 부담, 일자리를 잃을까봐, 귀찮아서, 소액이라서 등 다양한 이유로 신고를 꺼린다.

2015년에 최저시급이 7.1% 인상된 5,580원으로 오른다고 하지만 필자가 볼 때, 이러한 인상 액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정부는 매년 최저시급을 몇 백 원 더 올릴 것인지를 논의하기보다, 최저임금법을 지키지 않는 고용실태에 대한 관리 감독을 더욱 강화해야한다. 최저시급 보장은 내가 별나서 따지고 드는 권리가 아니다. 이는 노동자 모두가 함께 누려야 하는 최소한의 권리이고 당연한 권리라는 사회적 인식이 속히 뿌리내려야 한다.
                                                                                                         부산광역시 남구 김윤주

(2) 영화 <카트>를 보고 2

필자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주변 지인들에게 이 영화 티켓을 구해 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았다. 인기 아이돌 그룹 ‘엑소’의 한 맴버가 영화에 출연한다는 이유로 많은 여학생들의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이 영화를 단지 인기 아이돌의 티켓 파워를 이용해 대박을 노려보려는 그런 별 볼 일 없는 영화로 생각했다. ‘인터스텔라’라는 해외영화가 우리나라 영화관을 휩쓸고 있을 때, 나는 관객이 몆 명 없는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봤다. 그날 이 영화를 관람한 후, ‘인터스텔라’라는 영화가 대단한 영화라고 말하고 다녔던 내가 부끄러웠고,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관람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 후회되었다.

아이 영화는 2007년 까르푸라는 대형마트를 이랜드 계열인 홈에버가 무려 1조 천억이라는 무리한 금액으로 인수했고, 그로 인해 이랜드(홈에버)의 자금 사정이 나빠져 비정규직을 정리해고한 후 홈플러스에 팔았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극 중에 용역과 대치하는 장면 또한 2007년 6월 30일 토요일 상암돔 홈에버 월드컵점에서 있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자신의 일터에 들어가겠다고 용역 경비원과 몸싸움을 벌인 사건을 재구성한 것이다.

이 영화는 다만 표면적으로 비지는 마트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이야기만이 전부가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보여줌으로써 여러 연령층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다. 열심히 일하고도 올바른 아르바이트 비용을 받지 못하는 한 고등학생의 이야기, 면접을 수십 번 보고도 취업을 하지 못한 20대 비정규직 근로자의 이야기, 미혼모로서 어린아이를 혼자 키워야 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또 부당한 회사에 맞서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대변하는 인간적인 정직원까지. 부당한 것에 부당하다고 바꿔야 한다고 소리치는 이들의 목소리가 점점 묻혀가는 전개마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너무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영화를 올해 내가 본 최고의 영화라고 생각한다. 어느 한 방향으로 치우쳐진 전개가 아니라, 등장인물마다 그가 표현하는 삶이 있고, 마음속 깊이 공감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는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오는 순간,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최고라고 불리는 감독이 만든 영화보다,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이러한 영화가 국내에서 많이 개봉되기를 바라고, 이러한 영화들로 인해서 많은 사람의 가슴속이 뜨거워진다면, 부당한 것을 부당하다고 소리치는 이들의 목소리가 묻히지 않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경상남도 마산시 최원석

 

(3)영화 <카트>를 보고 3

비정규직 600만 시대. 지난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8월 경제활동인구 근로 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규모는 607만 7000명으로 나타났다. 현재 대한민국의 임금근로자 가운데 대략 30%가 비정규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우리나라 노동 취약계층인 비정규직은 불확실한 고용과 열악한 임금 속에서 살아간다.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에서 차별받고, 노동 삼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은 물론, 산재보험 혜택도 받지 못한다. 이러한 이유로 비정규직을 현대판 노예계약이라고 비유하는 것은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

영화 <카트>는 우리에게 비정규직의 현실을 보여주고, 그들을 보호하고자 만든 법이 얼마나 모순적인 것인지 느끼게 해 준다. 잊을만하면 우리에게 비정규직 부당해고 소식이 뉴스로 들려온다. 비정규직 600만 시대에 사는 우리는 이 영화를 마냥 재미로 즐길 수만은 없다.

영화에서 ‘더 마트’의 비정규직 직원들은 저임금에도 항상 웃는 얼굴로 각자 맡은 일을 한다. 마트 캐셔직 여성노동자들은 회사가 잘되면, 자신들의 일자리도 보장받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동안 수당도 받지 못한 비정규직 캐셔 선희도 곧 정규직으로 전환해 준다는 말에 기뻐한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일한 그들이라 할지라도, 회사의 구조조정 중 벌어진 정리해고를 피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회사 측으로부터 ‘일괄계약해지 및 외주화’라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게 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용역으로 대체하여 그들을 해고하겠다는 것이다. 이들 중에는 계약 기간이 아직 한참 남은 사람이 대다수였고, 정규직 전환을 코앞에 둔 선희도 해고 대상이었다. 일방적인 해고통보로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나앉게 된 여성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이라는 동아줄을 잡아보려 한다. 그리하여 그들은 노조를 만들어 마트 점거 등 단체행동을 시작하고, 이를 막으려는 사측 관리자들과 대립하며 맞서 싸운다.

영화 <카트>는 2007년에 실제로 일어난 ‘이랜드 홈에버 비정규직 부당해고 사건’을 토대로 재구성하였다.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제정된 ‘비정규직보호법(기간제법, 파견법)’이 2007년 7월 시행을 앞두자, 이랜드그룹은 홈에버의 계산 업무를 외주화하기 위해 비정규 노동자를 무더기로 해고했다.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기한을 2년으로 제한하고, 그 이상 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기간제법의 적용을 피하기 위한 회사의 '꼼수'였다. 그 일로 홈에버 비정규직은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510일가량 파업했고, 노조지도부가 복직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나머지 노조원들이 복직하며 절반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경영 효율화라는 명목으로 비정규직을 부당 해고하는 회사의 횡포는 7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자본권력의 횡포는 날로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게 현 사회에 더 어울리는 말이다.

최근 중소기업 중앙회에서 해고된 뒤 자살한 비정규직 여직원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중앙회는 기간제법에 의한 여직원의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해 2년 동안 7차례에 걸쳐 2~6개월씩 이른바 '쪼개기 계약'을 했다. 결국, 이 여직원은 입사 2년이 되기 이틀 전에 해고됐고, 정규직 전환을 빌미로 성희롱 당한 내용을 적은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개정된 비정규직보호법은 회사 측의 꼼수로 비정규직을 보호할 ‘방패’가 아니라 그들의 뒤통수를 겨냥한 ‘화살’이 되어 비정규직에게 돌아오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회사 측의 이익 창출 때문에 모든 근로자를 정규직으로만 구성할 수는 없다. 적어도 비정규직을 부당 해고하여, 그들을 하루아침에 벼랑 끝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기간제의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회사에서 내쳐지는 시기를 늦추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결국에는 ‘갑’인 회사들이 법의 틈을 이용해 꼼수를 부려 3년 동안 ‘을’인 비정규직을 부려 먹다 내칠 것이 분명하다. 단순히 기간을 늘리는 것보다 회사의 꼼수를 막을 수 있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비정규직의 비율이 늘고 있는 지금, 지켜주지도 못할 형식적인 보호가 아닌 그들의 입장을 좀 더 헤아릴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보호로 비정규직의 설움을 다독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부산광역시 연제구 이정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