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대 사거리 이면도로 '문화골목'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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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대 사거리 이면도로 '문화골목'을 아시나요
  • 취재기자 장미화
  • 승인 2015.06.18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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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장, 갤러리, 와인바 등 들어서..젊은이들 문화소비 공간으로 각광

 마치 시간이 멈춰있는 것 같은, 화려하진 않지만 속은 꽉 찬 골목이 부산 대학가 한 쪽에 있다. 부산 남구에 위치한 경성대 맞은편 21센츄리 건물 뒤로 자리한 대학가의 골목골목 중 한 곳이 ‘문화골목이’다. 이곳은 대학가 주점 거리 한 블락이 옆과 앞으로 세 곳의 입구가 문화골목으로 통하는 구조로 돼 있다. 문화골목이라 이름 붙여진 이곳은 골목이라기 보단 다닥다닥 붙어있는 한 블록의 좁은 건물들이 일층과 이층으로 다양한 문화 공간을 즐길 수 있는 가게들로 재탄생되어 있는 곳이다.

▲ 문화골목을 찾아오는 간략한 약도와 문화골목의 전체적인 모습을 가게들과 함께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장미화).

문화골목을 구상하고 건축한 최윤식은 가산건축사 사무소를 운영하는 건축가이자 인테리어 전문가다. 전공을 건축으로 삼았던 그는 평소 음악과 여러 문화생활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시절부터 가진 그런 관심이 자연스레 문화의 불모지인 부산에 문화공간을 만드는 것은 건축가로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라고 생각게 했다. 최윤식 은 십자 모습의 골목에 들어서있던 5개의 주택을 사들여 담을 허물고 소극장, 갤러리, 와인바, 카페, 레스토랑, 꽃집으로 탄생시켰다. 여러 문화를 한데 모았다고 해서 복합 문화공간으로 불리기도 한다. 2008년 ‘부산다운 건축상’에서 대상을 받은 이곳은 이미 부산지역의 명소로 입소문이 나있는 곳이기도 하다. 있는 그대로의 건축물을 친환경적으로 설계하고, 단절된 소통을 여러 골목으로 통하게 한다는 문화골목의 키워드는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있다.

대학가 앞, 수많은 식당과 술집들 사이에 문화골목으로 통하는 골목으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하늘로 치솟아 있는 탑 아래 걸린 녹슨 종과 ‘골목’이라고 적혀진 글이다. ‘용천지랄 소극장’이란 특이한 이름을 가진 소극장은 문화골목의 웃음 포인트 중 한 곳이다. 하늘로 솟구치려는 용의 몸짓처럼, 야단법석인 연극을 하는 소극장이란 깊은 뜻을 가지고 있다. 문화골목 2층에 위치한 용천지랄 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의 포스터도 입구 곳곳에 걸려 있다. 또한 나무를 깎아 만든 용의 모형이 입구에 매달려 눈길을 끈다. 골목에 들어서면, 아스팔트 바닥이 아닌 나무와 흙들로 바닥이 깔려 있고, 마치 가정집 정원에 온 듯 돌과 나무, 담장 곳곳에는 넝쿨들이 좁은 골목길에 뒤엉켜 있다. 낡은 골동품들과 언제부터 녹슬기 시작했는지 모를 철제 소품들도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골목 곳곳에 놓여있다.

   

▲ 문화골목에 들어서자마자 ‘골목’이라는 글이 적힌 탑과 녹슨 종이 보인다. ‘용천지랄 소극장’을 알리는 용 조각도 입구에 걸려 있다(사진: 취재기자 장미화).

   
▲ “골목 안에 공연도 보고 그림도 있고 술마시고 노래도 하네. 바람 한자락에 커피 wine”이라고 녹슨 철판에 문화골목을 나타내는 글귀가 적혀 있다. 주택 정원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장미화).

인천에서 부산으로 여행 온 고정원(29) 씨는 부산으로 여행가기 전 부산여행 관련 블로그를 찾아보다 문화골목을 우연히 알게 됐다. 부산의 쌈지길이라는 명칭으로 문화골목을 소개한 글을 보고 이곳을 찾았다. 고 씨는 “둘러보는데 20분도 걸리지 않는 적막한 공간이다. 설명할 수 없는 이 분위기가 그냥 맘에 든다”고 말했다.

골목을 들어가면, 바로 위치한 ‘고방’은 전통식 주점이다. 마치 옛날 기와집의 창고로 쓰였을 법한 나무 대문이 인상적이다. 이곳에서는 주로 전 종류와 생선요리, 동동주를 즐길 수 있다. 고방 옆집은 꽃을 구입하고 꽃꽂이 강습도 열리는 ‘아뜰리에 포레’ 꽃집이다. 많은 창문으로 이뤄진 꽃집은 벽 곳곳에 꽃을 걸어둬 멋스러움을 더했고 그 시기에 적격인 꽃들을 구경할 수 있어 보는 재미도 있다. 꽃집의 내부 벽을 흰색 페인트칠을 하여 걸린 꽃들이 더욱 눈에 들어온다.

▲ 오래된 나무로 만든 대문을 가진 전통식 술집 ‘고방’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장미화).
▲ 꽃집인 ‘아뜰리에’의 외부와 내부의 모습. 꽃집의 외부 벽을 흰 색 페인트칠을 한 나무판자를 이용하고 꽃집의 입구 문을 쇠로 인테리어 하여 서로 대조적인 느낌이다(사진: 취재기자 장미화).

맞은편은 ‘다반’ 카페다. 낮에는 카페로 운영되고 저녁에는 와인과 간단한 술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운영된다. 대학생 김지수(24) 씨는 카페 다반을 자주 오는 편이다. 카페의 큰 창을 통해 골목 안에 위치한 큰 나무들과 꽃을 바라보며 운치를 즐기는 편이란다.

문화골목은 주로 색채가 거의 없는 단조로운 느낌이다. 곳곳에 피어있는 꽃과 넝쿨들, 한 쪽에 자리한 금붕어가 단조로운 이곳의 색감을 채워준다. 녹슨 자전거와 다양한 고철이 문화골목의 인테리어로 사용됐고 다듬어지지 않은 넝쿨과 나무들이 그대로 어우러져 멋을 내고 있다.

▲ 간판이 쇠로 되어있고 '다반' 글자 모양대로 뚫려져있어 눈길을 끄는 ‘다반’ 카페의 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장미화).

문화골목의 2층으로 올라가는 곳 역시 화려한 대리석을 이용하기보다 주택에서 그대로 사용하였을 것 같은 쇠로 만든 녹슨 계단을 그대로 두거나 벽돌로 쌓아올린 돌계단이다. 계단 옆 난간에는 어디서 사용되었을지 모를 녹슨 배기통과 자전거가 장식으로 매달려있다. 그곳을 따라 오르면 이름부터 강렬한 용천지랄 소극장이 있다. 대부분 공연을 보러 들렸다가 이곳의 매력에 빠진단다. 소극장 옆에는 노래를 신청해 들을 수 있는 맥주가게 ‘노가다’가 있다. 2만 여장의 LP판과 CD가 벽면가득 채워져 있다. 내부 천장이 뾰족해 산장과도 비슷하다.

▲ 2층에 위치한 소극장으로 올라가는 녹슨 계단 옆에 녹이 슬데로 슨 자전거가 걸려있는 모습(사진: 취재기자 장미화).
▲ 2층에 위치한 이름도 특이한 용천지랄 소극장과 음악과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노가다’ 가게가 있다(사진: 취재기자 장미화).

2층으로 오르는 또 다른 길이 있다. 1층 다반 카페 맞은편에는 좁고 기다란 골목이 있다. 골목 벽은 빨간 벽돌을 쌓고 그 사이마다 유리병을 끼워 넣어 짧은 골목을 지나가는 데도 눈을 뗄 수 없다. 조금 더 지나다보면 장미 넝쿨과 호랑이발톱 나무가 심어져있는 곳이 나온다. 또 다른 출입구다. 담장 옆으로 기왓장을 쌓아두어 그것이 그 모습 그대로 멋을 낸다.

▲ 2층으로 향하는 또 다른 골목이자 문화골목의 또 다른 입구로 통하는 길. 빨간 벽돌 사이사이에 유리병을 넣고 높이별로 종을 매달아 놓은 것이 인상적이다(사진: 취재기자 장미화).
▲ 빨간 벽돌이 있는 그 골목을 빠져나오면 문화골목의 또 다른 입구로 가는 길. 툭툭 놓아둔 것 같은 기와가 쌓여있다(사진: 취재기자 장미화).

그 짧은 골목에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놓여 있다. 몇 계단 오르지 않아 ‘부엉이집’이라는 와인과 카페, 이국적 음식을 파는 음식점이 있다. 월계수, 로즈마리, 바질 등 20여 가지의 향신료를 사용해 모든 메뉴를 만든다. 인도식 커리가 대표 메뉴다. 경기도 김포에서 문화골목을 들린 이지혜 씨는 또띠아를 인도식 커리에 찍어먹는 메뉴를 시켰다. 이 씨는 “와인과 커리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궁합인데 의외로 매력있다”고 했다. 부엉이집을 나와 위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가면 문화골목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옥상이 나온다.

▲ 2층에 위치한 부엉이집의 모습. 그 뒤로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의 모습이 보인다(사진: 취재기자 장미화).

최윤식 건축가는 문화골목 내 가게들을 대부분 직접 운영해왔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가게들을 오래 함께 일해 온 직원들에게 경영권을 넘긴 상태다. 현재는 소극장, 노가다, 다반 등 소수만 그가 운영하고 있다.

문화골목은 구석구석 숨겨진 골목을 찾는 재미와 2층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미로처럼 숨겨진 가게를 찾는 재미 역시 느낄 수 있다. 고즈넉한 분위기 때문인지 이곳을 구경하는 이들은 덩달아 차분하고 조심스럽다. 아뜰리에 포레 꽃집 관계자는 여전히 문화골목에 관광객과 외국인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고 했다. 인터넷을 통해서도 문화골목을 소개하고 방문한 블로그 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문화골목을 개방한 지 6년, 7년이 되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넝쿨의 잎은 풍성해지고 더욱 녹슬어가는 골동품들은 흘러가는 시간 속에 오히려 자연스러움을 더한다.

최윤식 건축가는 문화골목이 단지 일시적인 장사가 아닌 대학가에 어울리는 공간으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 그는 이와 같은 공간이 곳곳에 생겨 문화 콘텐츠 공간이 더욱 활성화되길 바라고 있다. 최 씨는 “올 겨울부터는 문화골목 내에 문화교실과 문화행사 등을 진행해 문화골목으로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성대, 부경대 대학가에 위치한 문화골목은 다른 대학가 내에도 필요한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부산대가 있는 부산시 금정구 관계자는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학로를 모두 다녀본 뒤 문화골목과 같은 공간을 조성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문화골목 같은 공간이) 대학로 상권과 지역 문화단체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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