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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에서 프리미어 리그를 즐긴다," 부산유일 축구펍 HALA젊은 두 여성 팬이 창업...입간판에 호날두, 술집 내부도 명문팀 유니폼으로 장식 / 이도희 기자

부산 동래역 2번 출구에서 나와 왼쪽으로 꺾어 내려오다 보면 'HALA'라고 적힌 펍의 간판이 보인다. 축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스페인의 명문 팀 레알마드리드의 응원구호 ‘halamadrid’에서 따온 HALA라는 이름은 스페인어로 '화이팅'을 뜻한다. 입구로 들어가면 레알마드리드의 엠블럼이 손님들을 맞이한다. 입구에서부터 눈치 챌 수 있듯이 이 가게의 사장은 레알마드리드의 팬이다. 부산의 유일한 축구펍인 HALA는 올해 영국 프리미어리그(EPL)의 올해 개막일에 맞춰 지난 8월 10일 오픈했다.

HALA(알라)의 입구로 들어오자마자 오른 쪽으로 레알마드리드의 엠블럼이 눈에 들어온다(사진: 취재기자 이도희).

가게가 있는 지하로 내려오면 손님들의 환호성과 대형 스크린에서 축구를 중계하는 소리들이 들린다. 입구에는 한 주간의 중계 일정을 알려주는 알림표와 레알마드리드의 대표적인 선수인 호날두의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왼쪽은 가게 입구에 있는 경기 알림표, 오른쪽은 호날두 입간판(사진: 취재기자 이도희).

입구만 보고 이 곳이 레알마드리드의 팬 펍이라고 생각하는 건 오해다. 이 곳의 사장인 이인혜 씨는 레알마드리드의 팬이지만 '알라'를 찾는 손님들은 다양한 팀의 팬들이기 때문에 가게 내부에는 영국의 프리미어리그와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 팀들을 포함한 다양한 축구팀의 유니폼이 걸려 있고, 경기마다 서로 다른 팀들을 응원하는 손님들도 많다. 가게 내부에 걸려 있는 대형 스크린에서는 늘 축구 경기가 중계된다.

벽에는 다양한 축구 팀들의 유니폼이 걸려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도희).

이 가게를 찾은 손님 백민호(22, 부산시 남구) 씨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이다. 그는 “영국 축구를 좋아하는 팬으로써, 팬들끼리 함께 맥주를 마시며 응원하는 유럽의 축구 펍 문화가 부러웠는데 우리나라에도 점점 축구 펍들이 생기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맨유 경기가 있는 날은 꼭 예약해서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축구팀 아스날의 팬인 박현주(22, 부산시 남구) 씨는 “가게 내부가 아담해서 경기가 있는 날은 꼭 예약을 해야할 것 같다. 축구는 역시 북적거리면서 함께 봐야 재밌는 스포츠인 것 같다”고 말했다.

HALA는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인 여사장 두 명이 운영하고 있다. 이인혜 사장(27)과 송은지 사장(27)은 각각 스페인의 레알마드리드와 영국의 첼시 팬이다. 두 사람은 레알마드리드의 ‘우리형’ 호날두 선수와 첼시의 아자르 선수에게 마음을 뺏겨서 두 축구 클럽을 응원하다가 결국 경기 하나 하나를 찾아보게 됐고, 선수 한 명 한 명에게 빠지게 됐다고. 축구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이인혜 씨의 영향이 크다. 송은지 씨는 “예전부터 인혜가 레알의 경기가 있을 때마다 새벽에도 깨워서 보라고 했다. 전 축구를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이제 축구 펍을 열고, 손님들과 같이 응원하면서 보는 것도 재미있고, 첼시라는 팀에 애정을 가지게 되다 보니 팀이 이기면 기분이 너무 좋아서 지금은 축구에 푹 빠져 있다”고 말했다.

큰 경기가 있는 날은 가게가 손님으로 가득 차 선 채로 관람하는 손님들도 많기 때문에 보고 싶은 경기가 있는 날이나 주말엔 예약이 필수다. 가게 내부에는 축구 콘솔게임을 할 수 있는 곳과 테이블 축구 게임을 할 수 있는 코너도 있다. 이 축구 게임을 사장들이 잘한다는 소문이 나서 가게를 방문하는 손님들과 게임으로 내기를 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고. 송은지 씨는 “그냥 재미로 손님들과 꿀밤내기를 해서 많이 맞는다. 봐주는 분들이 하나도 없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왼쪽은 가게 내부 벽을 장식하고 있는 레알마드리드 선수 라모스의 네온사인), 가게에서는 시원한 맥주와 함께 축구를 감상 할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도희)

단순히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는 차원을 넘어서 펍까지 열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송은지 씨는 “예전부터 서로 같이 장사하면 좋을 것 같다고 우스갯소리로 얘기를 자주 했다. 작년 둘이서 유럽 챔피언스리그 중계를 서울의 한 축구 펍에서 보고 왔는데 부산에는 이런 축구 펍이 없다는 점이 너무 아쉬워서 열게 됐다”고 말했다. 가게를 열겠다고 하자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혔지만 결국 허락해주셨다고 한다. 그는 “해외 축구는 새벽 경기가 대부분이라 늦은 시간에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다. 하지만 오랜 설득 끝에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고 결국 부모님이 두 손 두 발 다 드셨다”고 말했다.

기자가 가게를 방문한 날은 소위 말하는 ‘빅게임,’ ‘꿀잼게임’이 있는 날이었다. 그래서 경기 시작 한 시간 전부터 가게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예약하지 않고 가게를 찾은 손님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날 중계는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첼시와 3위인 맨시티의 경기. 이 날 경기 결과로 순위가 바뀌는 게임이라 손님들의 표정들은 들떠보였다. 경기가 시작되고 전반 막바지에 첼시 선수의 자책골로 맨시티가 앞서 나갔다. 맨시티의 팬들은 환호한 반면, 송은지 사장과 첼시 팬 손님들은 탄식을 내뱉었다. 하지만 경기가 3:1로 첼시의 역전승으로 끝나자 가게를 찾은 첼시 팬 손님들은 열광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응원했다. 손님이 대부분이 남자여서 맥주를 마시며 응원하다 손님끼리 다툼이 발생한 적이 있는지 궁금했다. 송은지 씨는 “다행히 아직 그런 분들은 없었다. 사실 저희 둘이서 서로 다른 팀을 응원하면서 난리다”며 웃었다.

첼시와 맨시티의 경기를 응원하는 손님들로 가게가 가득 찼다(사진: 취재기자 이도희).

하지만 기자가 가게를 방문한 날,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술이 취해서 소리를 지르고 가게 손님들에게 욕설을 내뱉으며 삿대질하고 난동 부리는 한 손님이 있었다. 두 사장은 어쩔 줄 몰라 당황해했고, 결국 경찰이 출동해 사태가 진정됐다. 송은지 씨는 “처음 있는 일이라 너무 당황스러웠다. 언젠가 한 번은 있지 않을까 예상했던 일이지만 손님들도 계신데 난동을 부리니 어쩔 줄 몰라서 바로 경찰을 불렀다. 앞으로는 보디가드를 한 명 섭외하든지 해야겠다”고 말했다.

두 사장은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지만 현재는 사업 파트너다. 송은지 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매일 보고, 같이 놀았지만 그 때는 놀기만 좋아하던 우리였기 때문에 달라진 점이 많다. 다른 친구들도 처음엔 너희가 어떻게 같이 장사를 하냐며 많이 말리기도 했는데, 지금은 우리 둘 다 열정을 가지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부러워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해준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질문에 송은지 씨는 “가게 내부가 작아서 좀 더 확장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현재에 충실하고 싶다”고 말했고, 이인혜 씨는 “축구 펍이 딸린 풋살장을 운영하는게 소원이다. 경기를 뛰거나 보면서 맥주도 한 잔 하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취재기자 이도희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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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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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부의즐거움 2017-01-06 08:22:47

    축구펍이라니!! 정말 새로운 개념이네요~
    해외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다같이 모여서
    축구를 관전하는 재미가 정말 쏠쏠한데...!
    축구펍 HALA 잘 기억해뒀다가 주말에
    한 번 찾아가봐야겠어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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