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세 살 여대생이 여사장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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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세 살 여대생이 여사장 되다
  • 취재기자 조나리
  • 승인 2013.11.04 14: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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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페 하우스 유재은 씨...부모 반대 설득, 사업가의 길로
▲ 유재은 씨가 운영하는 크레페하우스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있다. 가게 곳곳에 있는 인형들과 미러볼 등 인테리어 소품들이 돋보인다(사진: 취재기자 조나리).

경성대 앞 골목. 2.5평 남짓한 자그마한 크레페 가게 앞에 사람들이 10m 가까이 줄을 서있다. 하얀색으로 예쁘게 페인트 칠해진 가게에는 반짝이는 미러볼, 여러 종류의 바비 인형,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가득하다. 가게 앞에 설치된 작은 스피커에서는 경쾌한 샹송이 흘러 나온다. 달콤한 버터향으로 가득한 이 가게의 주인은 23세 여대생이다.

재니 크레페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유재은(23) 씨는 현재 동의대학교 일어일문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개학 후 학교와 가게를 오가는 그녀는 요즘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그녀가 크레페 가게를 연 지는 3개월. 일본에 놀러 가서 크레페를 접하고 관심을 가지게 돼 여러 나라의 크레페에 대해 찾아보다가 결국에는 자신만의 크레페를 만들게 됐다.

크레페는 종잇장같이 얇은 팬케이크에 생크림, 과일, 잼 등을 넣어 돌돌 말아서 먹는 프랑스 음식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흔한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크레페를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손님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달콤한 디저트를 좋아하는 20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 재니 크레페 하우스의 크레페. 초코잼, 생크림, 오레오쿠키, 과일 등 얇은 빵 반죽 안에 들어가는 재료도 다양하다(사진: 취재기자 조나리).

크레페의 맛을 더해주는 것은 누텔라인데, 이 초콜릿 잼은 고칼로리지만 거부하기 힘들 만큼 유혹적인 맛을 가져서 악마의 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유재은 씨는 크게 생크림 크레페와 누텔라 크레페로 종류는 나눠 손님들이 입맛에 따라 쉽게 크레페를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그녀는 크레페 안에 바나나, 딸기를 비롯한 과일은 물론 아몬드, 계피가루, 오레오쿠키 등을 넣은 다양한 크레페를 만들었다. 재료의 양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여러 번 만들어 먹으며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유재은 씨는 한 달이 채 안 돼 모든 메뉴의 레시피를 완성시켰다.

유재은 씨는 평소에 먹는 것을 좋아하고 맛 집을 찾아 다닌 것을 좋아해 처음 레시피를 만드는데 큰 어려움 없이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내 입맛에 잘 맞는 건 다른 사람의 입에도 잘 맞을 거라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유재은 씨의 예상대로 그녀의 크레페는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특히 부산의 맛집을 소개하는 페이스북에 알려지게 되면서 입소문이 나 여기저기서 손님들이 몰려왔다. 처음에는 아르바이트 생과 유재은 씨 두 명으로 가게를 운영했지만 손님이 많아지며 지금은 10명의 아르바이트 생을 두고 있다. 지금은 보통 낮에는 3, 손님이 많은 저녁에는 4명의 아르바이트 생이 2.5평의 작은 가게 안에서 크레페를 만들고 있다.

▲ 재니 크레페 하우스의 주인 유재은 씨(사진: 취재기자 조나리)

유재은씨가 처음에 장사를 하겠다고 했을 때는 부모님의 반대가 컸다. 젊은 시절 거리에서 도너츠 장사부터 시작해 여러 가지 사업을 하며 자수성가한 그녀의 아버지는 딸이 본인처럼 사업을 하지 않고, 다른 평범한 대학생들처럼 공부하고 취업하길 바랬다.

하지만 아버지를 닮았는지 그녀 역시 사업가의 길을 가게 됐다. 의류사업을 하고 있는 어머니를 포함해 집 안 세 가족 모두가 사업가인 셈이다. 반대했던 부모님도 딸의 완고한 태도에 마음을 바꿔 물심양면으로 그녀를 도왔다. 프랑스 식 얇은 크레페 반죽도 과거 빵집을 운영했던 아버지의 도움으로 완성됐다. 반신반의했던 부모님도 가게가 기대 이상으로 번성하는 것을 보면서 지금은 함께 기뻐하고 있다.

젊은 사장이지만 편하고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지난 여름, 유재은 씨가 320도의 불 판 앞에서 12시간 넘게 서서 일을 했을 때는 한 달 만에 8kg이 빠질 정도로 힘들었다. ‘내 가게이기에 가능한 열정이다. 가게 간판 디자인부터 메뉴판, 각종 소품들, 아르바이트 생의 유니폼, 개인 명찰까지 가게에는 그녀의 손이 닿지 않은 것이 없다. 11시에 장사를 마치고 새벽 시간을 내어 이들을 손수 만들었다.

또 그녀는 새로운 아르바이트 생이 올 때마다 직접 옷 가게에 데리고 가서 그 사람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사준다. 그녀는 아르바이트 생들이 입는 멜빵바지나 고깔모자, 또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뮤지컬 노래, 요들, 디즈니 주제가 등 모든 것이 가게의 컨셉이기 때문에 아낌 없이 투자한다. 그녀는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것을 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멜빵 유니폼을 입거나 캣츠, 헤드윅, 맘마미아 등 뮤지컬 주제곡을 틀어주는 음식점을 간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유재은 씨는 손님이 많은 듯 보이지만 판매 금액의 절반이 재료 값에 쓰이기 때문에 큰 수익은 기대하지 않는다. 돈이 조금 더 비싸더라도 맛있는 크레페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녀는 처음부터 돈을 벌겠다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가게 주변에 대학 캠퍼스도 두 개나 있고 문화골목 등 느낌 있는 공간들이 많은데, 우리 가게도 경성대의 핫 플레이스(hot place)’가 되는 게 목적이다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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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7-10-07 04:23:40
'여'대생 '여'사장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대생 남사장이라는 말도 같이 쓰십니까?
여를 안붙히면 큰 일나나 보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