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수행평가, 하려면 제대로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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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수행평가, 하려면 제대로 해라
  • 부산시 동래구 최여진
  • 승인 2018.12.1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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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시민발언대] 부산시 동래구 최여진

내가 수능 시험장에서 나올 때에는 설렘보다 허무함과 두려움이 컸다. 앞으로 도저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다음날까지 잠만 잤다. 다음날 학교를 가보니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친구들 대부분이 무엇을 할지 혼란스러워했다. 때문에 그해 11월이 끝날 때까지 영화 한 편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12월이 돼서 비로소 아무렇지 않게 수능과 대학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 때에는 이미 근의 공식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정말 신기했다. 근의 공식은 배운 후 3년 가까이 항상 머릿속에 있었는데 수능 이후 누군가 내 머릿속에 ‘모두 삭제’를 눌린 것 같았다. 나는 지금까지 뭘 배운 걸까 회의감이 들었다. 30번이 넘는 시험을 치면서 나에게 무엇이 남은 걸까?

우리나라의 시험 제도는 오래 전부터 논점의 중심이 되어왔다. 과한 경쟁구도와 조기 교육, 학교의 역할이 불분명해지는 사교육 등 많은 문제점이 제기됐다.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삼각형 변의 길이, 각도 구하는 법 등 실생활에서는 쓰지 않을 지식들을 배우고 그 지식들로 친구들과 경쟁한다. 10세를 겨우 넘긴 아이들에게 너무 과한 경쟁구도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수행평가를 실습 위주로 제대로 시행하면 학생들의 진로 선택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학생들은 모두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공부를 하고 똑같은 시간에 쉬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많은 학생들이 고등학교 3학년이 돼서야 긴박함을 느끼고 급하게 진로를 생각한다. 그 중에는 성적에 맞추어 잘 알지도 모르는 학과에 가는 친구들도 꽤 많다. 이런 친구들 중에서는 수업 몇 번 듣고 학교를 그만 두거나, 학교를 그만 둘 용기가 없어 억지로 재학하다가 졸업하거나 후회하고 뒤늦게 학교를 그만두는 친구들도 있다. 이러한 친구들이 조금 더 어렸을 때부터 많은 경험을 하면서 진로를 찾아 나갔다면 어땠을까.

경쟁 구도를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학생들은 모두 각자 잘하는 것이 다르고 하고 싶은 것이 다른데, 모든 학생을 같은 분야에서 같은 지식으로 경쟁을 시키는 것은 낭비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실생활에 필요한 지식, 인성 위주로 교육하고 학생들이 최대한 빨리 적성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에 따라 1년에 겨우 네 번 밖에 없는 시험만으로 1년의 성적이 결정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 수행평가의 비중을 더욱 늘려야 한다. 하지만 현재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는 대부분의 수행평가는 제출만을 위한 형식적인 과제들이다. 때문에 수행평가의 비중을 늘리기 위해서는 변별력을 키울 수 있게 난이도를 높여야 한다. 실습 위주의 난이도 있는 수행평가를 하면서 학생들이 여러 가지를 경험해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지 학생들은 비로소 대학에서 성적에 맞춰 급하게 써낸 학과의 지루한 강의가 아닌, 정말 자신이 배우고 싶던 흥미로운 강의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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