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강사법'의 아픈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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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법'의 아픈 역설
  • 김민남
  • 승인 2018.12.22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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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남

내게는 시간강사로 생계를 이어가면서도 대학생을 가르친다는 자부심으로 10년도 훨씬 넘는 세월을 버티고 있는 제자가 네 명 있다. 지난 달 초 국회가 시간강사 처우를 개선한다는 목적으로 고등교육법 개정안, 이른바 '시간강사법'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법 개정은 입법 취지와는 반대로 처우개선은 고사하고 그들의 자리 자체를 흔들고 있다. 아픈 역설이고 슬픔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굳이 슬픔이라고 하는 건 그들에겐 처우 개선(改善)이 아니라 개악(改惡)인데다 생계마저 위협하는 결과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의 시간강사는 대학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에서는 보이지 않는 그림자 취급을 받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국회는 하루 빨리 그 대응책을 찾고, 정부는 우선 개정법 시행을 늦추면서 재정지원 등 강사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 당국은 재정 감당이 어렵다고 해서 강사 수를 줄이는 너무 쉬운 길부터 찾지 말고, 고통분담 차원에서라도 더 고민해봐야 한다.

시간강사들은 그 동안 충분히 헌신해왔다고 할 수 있다. 재직하고 있는 정(定) 교수들의 강의부담을 낮춰주었고, 학생들의 강의 질(質)을 담보해왔고, 또 대학의 재정부담을 덜어주었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오늘 이 수준을 유지하는 데 시간강사들의 기여와 헌신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지금 대학의 정 교수로 있는 교수들의 상당수는 강사생활부터 시작한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 대학들, 특히 사립대학들은 오랜 기간 정부의 방침에 따라 등록금 인상을 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재정사정이 아주 좋지 않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정부는 이번 강사처우개선법에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강화 등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게 우리 대학 수준을 그나마도 유지할 수 있는 길이다.

우리가 1960년대의 배고픔에서 벗어나 이 정도의 경제성장과 번영을 기져올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국민들의 전반적 교육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높았고, 그만큼 기초, 즉 '펀더맨털'이 단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대학들의 기여가 적지 않다. 대학은 국민들의 평균적 학력을 높여 삶의 질 확보에 이바지할 뿐만 아니라 국가발전을 견인하는 고급인재(人材)의 산실(産室)이다. 우리는 이 '현실적 당위(當爲)'를 새삼 인식할 필요가 있다.

2018년 12월 20일, 묵혜(默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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