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미투’에 교육계 와글와글...조사받던 고교교사 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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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미투’에 교육계 와글와글...조사받던 고교교사 투신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12.1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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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생들 '스쿨미투' 관련 집회 열어...'솜방망이' 처벌 보완할 사립학교법 개정안 국회 통과 / 신예진 기자

학교 내에서 벌어진 성폭력을 고발하는 ‘스쿨미투’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스쿨미투 가해자로 지목돼 조사를 받던 현직 고등학교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11일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현직 고등학교 교사 A(42) 씨는 지난 10일 오후 4시 48분께 대전 유성구 한 아파트 화단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19층에서 A 씨의 상의가 발견됨 점으로 미뤄 A 씨가 스스로 뛰어내리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A 씨는 투신 직전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문자메세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대전 모 여고에서 근무 중이었다. 해당 여고 학생들은 교사들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며 SNS에 폭로한 바 있다. 학생들은 일부 교사가 "화장실에서 옷을 벗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으면 수행평가 만점을 주겠다", "가슴은 만지면 커진다. 나중에 남자친구 생기면 부탁하라"는 등의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대전교육청은 이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명 및 무기명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중 비위 정도가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교원들을 대상으로 집중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일부 교사들이 학생들에 대한 강제 추행 시도, 수업 중 과도하고 부적절한 성적 표현 등을 일삼은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청은 이에 A 씨를 비롯한 교사 5명을 경찰에 고발했고, 이들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및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받게 됐다.

학교 내의 성폭력을 폭로하는 스쿨미투가 쏟아지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스쿨미투는 초등 교육계까지 번졌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충북 제천시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 남교사 B 씨가 여학생들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했다. B 씨는 현재 직위가 해제된 상태. 문제를 제기한 학생들은 B 씨가 어깨를 토닥이거나 얼굴을 들이밀었다고 주장했다. 교육청은 현재 B 교사가 아이들과 접촉할 수 없도록 출근을 중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스쿨미투는 서울 노원구의 용화여고의 폭로로 시작됐다. 지난 3월 용화여고 졸업생 96명은 재학시절 남교사들로부터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며 해당 교사들에 대한 조사와 징계를 요구하는 글을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올렸다. 문제 교사들은 학생의 엉덩이나 가슴을 툭툭치거나 입술이나 볼에 입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용화여고는 결국 사건에 연루된 18명의 교사들에 대해 징계를 내렸다.

답답함을 느낀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급기야 거리로 나왔다. 지난 달 3일 학생의 날을 맞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 등 30여 개 단체가 주최하는 스쿨미투 집회인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가 진행됐다. 주최 측은 중고등학생, 학부모, 일반 시민을 포함해 약 10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쏟아지는 스쿨미투의 중심에는 사립학교가 있다. 현재 사립학교법에는 학교법인이 시도교육청의 징계요구를 이행하지 않거나 그보다 낮은 수준의 징계를 결정해도 제재할 수단이 없다. 이 때문에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다행히 지난 11월 이같은 문제를 보완할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교육청이 사립학교 교원에 징계의결 및 해임을 요구할 경우 사립학교 임용권자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사립학교는 이를 따라야 한다. 또 학교가 교육청의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조항도 신설했다.

이와 더불어 스쿨미투에 동참한 학생들의 2차 가해가 부작용으로 떠올랐다. 폭로 학생의 신상이 공개돼 학교에서 핍박을 받는가 하면 학교 친구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하는 등이다. 또 A 교사 사건처럼 가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로 피해자인 학생이 지목돼 화살이 엉뚱한 방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교육청의 빠른 대처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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