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쩍 만지며 "오빠라고 해"...직장 내 성희롱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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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만지며 "오빠라고 해"...직장 내 성희롱 만연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9.06.2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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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성희롱 신고' 지난 1년간 717건...하루 평균 2건 꼴
성희롱 신고를 이유로 피해자 해고한 사례도

아르바이트 A 씨는 상사가 오빠라는 호칭을 쓰도록 강요하고, 업무 외 만남을 요구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다. 견디지 못한 A 씨는 상사의 언행과 신체접촉 등에 대해 회사에 신고했다. 그러나 회사는 A 씨를 보호하기는커녕 사건을 덮기에 급급했고, A 씨를 향한 상사의 괴롭힘이 시작됐다. 결국 A 씨는 퇴사했다.

직장인 B 씨는 직장 내 남자 직원들의 성희롱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했다. 관련 직원들은 노동부의 조사를 받게 됐다. 그러자 사장은 회사 이미지가 실추됐다면서 피해자인 B 씨를 해고했다.

이처럼 지위를 악용한 직장 내 성희롱은 언제쯤 사라질까. 미투 등으로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은 높아졌지만,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 직장 내 성희롱은 여전히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익명 신고 센터에는 지난 1년간 717건의 사고가 접수됐다. 월평균 60, 하루 평균 2건 꼴로 꾸준히 신고 접수가 된 셈이다. 성희롱 익명 신고 센터는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서 익명으로 직장 내 성희롱을 신고할 수 있도록 개설됐다.

특히 피해자 실명 신고가 423건으로 익명 294건보다 많았다. 고용노동부는 익명으로 신고가 가능함에도 실명 신고가 많다는 것은 (가해) 행위자에 대한 조치와 사업장을 감독해 달라는 의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고 사업장은 민간 기업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난 1년 동안 658건으로 91.8%를 차지했다. 민간기업을 규모별로 보면, 50인 미만 사업장이 116(16.2%)으로 가장 많았고, 300인 이상 사업장이 93(13.0%), 50인 이상~300인 미만 사업장이 85(11.9%)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피해자가 사업장명을 미기재하는 등 규모를 확인할 수 없는 사업장은 364개소(신고건수의 50.8%)에 달했다.

가해자는 주로 남성에 피해자보다 직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 대상의 54.2%가 남성이었다. 여성은 6.5%로 나타났다. 여성 피해자·남성 가해자는 48.4%, 남성 피해자·여성 가해자는 1.8%로 나타났다. 피해자·가해자 모두 남성인 경우는 3.6%, 여성인 경우는 4.2%로 집계됐다.

또 가해자가 같은 회사 소속인 경우가 90.8%로 가장 높았다. 구체적으로 가해자 중 사업주나 대표이사로 신고된 경우가 27.1%, 피해자보다 상위 직급인 상사 등으로 신고된 경우가 52.4%였다.

성희롱 유형으로는 머리카락과 손, 어깨, 엉덩이 등을 만지는 신체접촉과 추행이 48.5%(중복 응답)로 가장 높았다. 이어 성적농담·음담패설 42.0%, 외모평가·성적발언 18.8%, 사적만남 요구발언 9.5% 등으로 나타났다.

현재 고용부는 접수된 신고 717건 중 112건을 조사 중이다. 앞서 25건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하고, 305건에 대해서는 행정지도 조치를 내렸다. 검찰송치를 한 사례도 1건이 있다. 피해자가 신고를 취하한 사례는 146건이다.

고용부는 익명신고만으로도 행정지도 및 사업장 근로감독을 실시하고 있다. 신고 대상이 된 사업장은 고용평등 근로감독 대상 사업장으로 선정하고, 2차 피해 등을 확인한다.

선우정택 정책기획관은 신고된 성희롱 사례들 대부분이 2018년에 발생한 것이라면서 직장 내 성희롱을 예방하고 사회전반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피해 사실에 대한 제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익명신고센터 이용을 당부했다.

한편 오는 7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제76조 개정)’이 시행된다. 성희롱을 비롯해 직장에서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악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모든 행위가 금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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