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고민 상담 앱 ‘나쁜기억지우개’, 이용자 데이터 무단 판매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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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고민 상담 앱 ‘나쁜기억지우개’, 이용자 데이터 무단 판매 파문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9.01.07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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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위치, 고민 등 정보 수집해 월 500만 원에 팔려다 발각돼 / 신예진 기자

청소년들이 고민을 털어놓기 찾았던 익명 고민 상담 앱인 ‘나쁜 기억 지우개’가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정리해 판매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청소년들은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며 분노했고, 회사 측은 데이터 판매 글을 내리고 사과했다. 그러나 여전히 사측을 향한 비판 여론은 거세다.

‘나쁜 기억 지우개’는 이름 그대로 청소년들의 고민과 불만을 익명으로 들어주고 나쁜 기억을 지워주는 앱이다. 청소년을 타깃으로 시작한 앱은 아니었지만 깊은 고민을 나눌 곳 없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 인기를 톡톡히 누렸다. 지난 1월부터는 청소년 상담센터와 연계해 모바일 무료 상담 서비스도 개시했다. 그 덕에 서비스를 시작한 2016년부터 현재까지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으로 50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가 이뤄졌다.

그러나 최근 ‘나쁜 기억 지우개’ 측이 이용자들의 고민 내용과 위치 정보가 담긴 데이터를 판매한다는 사실이 SNS를 중심으로 알려졌다. 사측이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의 데이터 오픈 마켓인 ‘데이터 스토어’에 ‘지역별 청소년 고민 데이터’를 판매한다는 글을 게시했던 것. 가격은 월 500만으로 사측은 이용자들의 고민은 출생연도, 성별, 고민 글 내용, 글 작성 당시 이용자 위치 등을 제공하고자 했다.

고민 상담 앱 '나쁜 기억 지우개'가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판매하려다 들통났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청소년들은 “다시는 사용하지 않겠다”며 배신감을 감추지 못했다. 초기 이용자 A 씨는 “나쁜 기억 지우개 앱이 만들어 진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좋은 줄 알고 사용했다”면서 “공지도 없이 고민을 파는 것이 말이 되나”고 분노했다.

타인에게 말하지 못할 수치스러운 고민을 공유했던 청소년들은 이번 사태에 더욱 실망한 기색을 내비쳤다. 한 네티즌은 “저 앱에 할 말 못 할 말 다 했는데 성별, 위치, 고민 내용을 수집했다니”라면서 “나는 저 앱이 도움 되고 좋았지만 뒷통수 맞은 것 같아서 허탈하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누군가에게 말 못 할 고민, 누군가에게 돈벌이 수단”이라면서 혀를 찼다.

나쁜 기억 지우개를 판매하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이용자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사진: 나쁜 지우개 앱 캡처).

나쁜 기억 지우개 측은 해당 논란에 지난 5일 공개 사과했다. 사측은 “회사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데이터를 판매하려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개인정보 수집 및 판매 동의 여부를 약관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측은 데이터 판매 글을 내린 상태다. 그간 판매 시도에도 데이터는 한 건도 판매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저희가 한 잘못한 일은 약관에만 적어놓고 고민 나눔에 올라온 고민 글을 통계 등의 용도로 판매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나쁜 기억 지우개의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서였다. 이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업체의 해명에도 이용자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용자들은 앱을 다운받을 수 있는 구글 앱스토어 등을 통해 비판 글과 불매 유도 글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앱 평가 점수를 1점대로 설정해 '평점 깎기'에 돌입했다. 네티즌들은 “남의 사생활을 팔다니 말이 나오지 않는다”, “님들 이거 다운받지 마세요”, “절박한 사람들 팔아서 돈 버는 기업”, “이 앱을 다운받으면 여러분의 고민이 월 500만 원에 데이터로 팔려갑니다” 등 비판 의견을 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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