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 청소년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소중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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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탈 청소년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소중한 이유
  • 부산시 동래구 조현찬
  • 승인 2018.12.0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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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시민발언대] 부산시 동래구 조현찬

14세 때, 나는 '농구 게임을 할 수 있는 필통(미니 농구게임기와 필통 겸용 상품)'이 너무 갖고 싶었다. 하지만 돈이 없었고 돈이 없는데 갖고 싶은 욕구가 나의 이성을 지배해버리자, 도둑질이라는 해서는 안 될 일탈을 실행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그 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도둑질은 들키지만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라는 확고한 신념이 생겼다. 이러한 신념은 나를 더 대담하고 무섭게 만들었다.

첫 번째 도둑질 이후에는 모든 게 쉬웠다. 나는 그 이후에도 유희왕 카드, 샤프, 필기구, 불량식품 등의 많은 도둑질을 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도둑질에 대한 죄책감도, 두려움도 느끼지 못하게 됐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의 따뜻한 격려와 선도가 청소년의 일탈을 줄일 수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하지만 그게 나의 실수였다. 어느날 알바하던 업소의 사장은 매출과 맞지 않는 재고 때문에 누군가 도둑질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결국 내 일탈의 꼬리가 잡히고 말았다. 주변의 손가락질, 부모님의 실망, 큰 액수의 보상금은 나로 하여금 이때까지의 일탈행동이 크나큰 범죄임을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도둑질한 나에게 해준 업소 사장의 대응은 내 생각과는 완전히 달랐다. 사장은 무엇을 훔쳤고, 왜 이런 짓을 했는지 추궁하지 않았다. 사장은 “네가 한 행동은 사회적으로 큰 책임과 벌이 따른다. 그러니 앞으로 이러한 행동이 잘못된 행동임을 알고 반성해야 하며, 다시는 하지 않으면 된다”는 가르침을 주었다. 이러한 사장의 말은 나에게 큰 반성과 죄책, 그리고 책임의 무게를 느끼게 해주었다.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희대의 연쇄 살인마 강호순의 유년시절은 나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연합뉴스의 기사에 의하면, 강호순의 유년시절 동네 주민들은 “강호순은 어릴 적, 남의 물건에 더러 손을 대는 등 손버릇이 안 좋아 어른들의 이쁨을 받지 못했다. 강호순이 남의 자식이라 크게 관심 없었고, 큰 잘못 했으니 죗값을 받겠지“라고 인터뷰했다.

강호순의 유년시절과 나의 유년시절은 비슷한 듯 보이지만 달랐다. 나는 나의 일탈에 대한 책임감과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해준 사장의 따뜻한 말이 있었다. 반면에 강호순은 자신의 잘못에 대한 인지도 하지 못했으며, 그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 체벌, 욕이란 벌만 받았다. 당시 강호순에게 잘못에 대한 반성과 책임감의 무게를 알려 준 어른이 있었다면 강호순도 일탈에 대하여 깊게 고민해보지는 않았을까?

법과 규범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하지만 법과 규범이 있기 이전에 우리는 도덕과 양심으로 사회를 유지해왔다. 사람을 이끄는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예비 살인마, 예비 범죄자를 막는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이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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