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시민 교육, 지루하다구요? 천만에요" 경성대 교수들의 실전강의 '흥미만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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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시민 교육, 지루하다구요? 천만에요" 경성대 교수들의 실전강의 '흥미만땅'
  • 취재기자 류효훈
  • 승인 2018.11.1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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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인재대학 정경희 교수 등....부산 교육청과 협조, 참여형 수업으로 시민 학생들 인기끌어 / 류효훈 기자
‘부산형’ 민주시민교육을 진행하는 경성대 창의인재대학소속 정경희 교수(왼쪽), 김희진 교수(중앙), 권은주 교수(오른쪽)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류효훈).

“우리는 농약 없는 프리미엄 사과 ‘GUCCI APPLE’를 팝니다. 일부는 공장으로, 일부는 직접 포장하며 10kg에 7만 원으로 G마트, 홈플러스, 11번가, 메가마트 등에 직접 납품하여 판매합니다.”

이 활동은 중학생들이 사과나무 농장의 주인이 되어 사과를 어떤 제품으로 시장에 내놓을지 그림으로 표현해보는 ‘민주시민교육’ 수업시간에 실시된 프로그램 중 하나다.

이름만 들으면 지루할 것 같은 ‘민주시민교육’이 달라졌다. 경성대학교 창의인재 대학 정경희 교수, 권은주 교수, 김희진 교수 등 6명은 중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면서도 재미를 잡은 '민주시민교육' 수업을 개발했다.

이들이 만든 민주시민교육 수업은 부산광역시 교육청의 ‘찾아가는 민주시민 교실’ 공모사업에서 당선돼 교육에 적용됐다. 부산시가 올해부터 자유학기제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민주시민교육 관련 수업 개발 사업을 공모하자, 정경희 교수는 다른 동료 교수와 함께 평소 관심이 있어 이 사업에 지원했다. 경성대에서 이미 인성 관련 교양 과목을 진행하고 있는 정 교수는 “대학생들에게 가르치던 것을 중학생들 수준에 맞춰서 진행해보면 어떨지 동료 교수에게 제안했다. 더불어 우리의 역량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면 좋겠다는 데 생각이 모아져 지원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김희진 교수의 공감 대화 기법을 적용한 ‘더불어 사는 세상, 공감하며 소통하기’ 중 난파선 게임에서 맡은 역할을 통해 학생들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갈지 발표하고 있다. 이 수업 역시 민주시민 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다(사진: 정경희 교수 제공).

중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민주시민교육은 소통능력, 합리성, 공정성, 배려성 등 총 4가지의 품성을 교육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이는 중학교 교육과정의 사회교과에서 설정하고 있는 민주시민이 갖추어야 할 가치 및 태도와 도덕 교과서가 제시하는 인성의 기본요소와 일치한다.

정경희 교수는 민주시민교육은 이미 경기도라든지 다른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어 부산에 맞는 민주시민 교육의 필요성을 느꼈다. 정 교수는 다른 지역을 직접 가서 수업을 참관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이들을 보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경성대에서 진행했던 통합인성 등 민주시민과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들을 접목시켜서 탄생한 것이 부산형 민주시민 교육이다"고 말했다. 

부산형 민주시민교육 중 김희진 교수는 공감 대화 기법을 적용한 ‘더불어 사는 세상, 공감하며 소통하기’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각자 자신에게 어떤 장점이 있는지 그것을 찾아서 표출할 수 있게 교육한다.

김희진 교수는 난파선 게임을 통해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에 어떻게 문제 해결할 수 있는지 발표하는 형태로 수업을 진행한다. 김 교수는 “이 과정에서 학생들끼리 소통하며 서로 바라보는 관점이나 관계에 대해 느낀다. 이것들은 책에서 배우는 것이 아닌, 친구들과의 소통 활동을 통해서 얻는 경험이 된다. 이런 수업 과정을 통해서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며 자존감을 키울 수 있게 유도한다”고 말했다.

권은주 교수의 프리즘 이미지 카드와 만다라트 기법을 통해 ‘편견과 다양성 이해하기’ 수업 중 포스트잇을 통해 진행하는 프리즘 이미지 카드 수업의 모습(사진: 정경희 교수 제공).

미국에서 교육 프로그램까지 개발했던 권은주 교수는 프리즘 이미지 카드와 만다라트 기법을 통해 ‘편견과 다양성 이해하기’ 수업을 진행한다. 권 교수는 이 수업을 통해 아이들의 사고를 확장시키는 교육을 진행했다. 권 교수는 “주위에서 확장되어가는 관계, 즉 나, 친구들, 이웃들, 공동체, 넓게는 전 지구 환경적인 문제 등으로 학생들의 시선을 확장시키고, 소통 능력을 키우며, 쉽게 자신의 생각을 끄집어 낼 수 있도록 교육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수업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한 할머니가 비오는 날 머리에 무언가를 이고 가는 이미지를 학생들에게 보여주며 '비가 와도 일을 꼭 하러 가야하니 차별이다', '일을 해야만 먹고사는 것이 삶의 방법이다', '그렇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들을 파악하도록 도와준다는 것. 또한 학생들만의 시선으로 사회 문제가 담긴 이미지를 보게 하고, 그 이미지에서 비친 모습을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민주시민으로서 스스로 학생들 각자의 생각을 말하게도 지도한단다.

학생들이 발표한 여러 개의 사과나무농장 중 하나인 “GUCCI APPLE”(사진: 정경희 교수 제공).

광고를 전공한 정경희 교수는 마케팅적 기법과 커뮤니케이션 기법을 통해 자본주의 소비자 주권을 민주시민으로서 지켜낼 수 있는지에 대해 교육한다. 정 교수는 실제로 학생들이 사과나무 농장을 운영하는 주인이라면 어떻게 이걸 제품으로 팔지, 그리고 시장에 내놓을지 그림으로 표현하게 하는 교육을 진행한다. 정 교수는 “이 교육을 통해 지역사회의 기업과 경영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며, 반대로 소비자 입장에서 되짚어 볼 수 있게 만든다. 더불어 이것이 공정한 가치인지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들의 수업을 보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를 찾을 수 있다. 바로 교육받는 중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정경희 교수는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민주시민교육의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모든 수업이 그들이 말할 수 있고, 인정하고, 듣고, 존중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김희진 교수(왼쪽), 정경희 교수(중앙), 권은주 교수(오른쪽)가 모여 자신이 진행했던 민주시민교육의 대해 피드백을 받으며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류효훈).

부산의 8개 중학교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민주시민교육은 학생들에게 뿐만 아니라 교수들에게도 유익했다. 김희진 교수는 대학생을 가르치는 교수가 중학생들이 흥미를 갖고 수업을 듣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주변의 우려를 많이 들었다. 김 교수는 "기존의 다른 대학교수이 진행하는 수업에서 중학생들이 지루해 하고 어려워 했다고 들었다. 어떻게 그들에게 접근할지 깊게 고민하면서 수업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경희 교수는 교수들과 중학생이 소통하며 보람을 느끼고 학생들을 통해 배운 점도 많다고 했다. 그는 "중학생들을 가르치며 배운 것을 다시 대학생들에게 교육하게 되면서 중학교와 대학교의 교육융합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대학교육과 중학교 교육의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정경희 교수는 이번 민주시민교육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이 자존감을 찾아가는 듯해서 뿌듯함을 느꼈다고 했다. 정 교수는 "한 학생이 반에서 따돌림 비슷한 느낌을 당하는 아이가 있었다. 그 친구는 책을 많이 읽어서 아는 것이 많았지만 교우관계가 좋지 않았다. 민주시민교육을 통해 말하는 기회를 갖고 발표토론을 하니, 그 학생이 독서를 통해 아는 것을 말할 수 있어서 자신감이 생겼다. 그 학생이 민주시민교육 수업이 듣기 좋았다고 얘기했을 때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권은주 교수는 중학생들이 매주 수업을 기대하게 됐다고 말해서 기분 좋았다고 했다. 권 교수는 “학생들이 '배운 것을 앞으로 응용하며 살아가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을 때, 그들로부터 내가 에너지를 받았고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정경희 교수는 민주시민교육은 수업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학생들의 마음과 나아가서는 학교교육 자체가 민주화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경희 교수는 “한 학교를 갔는데 엘리베이터 규칙에 노약자와 짐 든 사람만 탈 수 있다고 붙여져 있었다. 학생들은 타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이 규칙을 정한 이유는 있겠지만, 학생들이 이 규칙이 차이인가 차별인가 생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학습의 대상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구현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정경희 교수, 권은주 교수, 김희진 교수는 기존의 수업을 더 발전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정 교수는 대학생과 중학생들을 연결하는 멘토교육을 생각하고 있다. 김 교수도 "중, 고등학생들 대상으로 경성대 교양과목을 듣는 대학생들을 연결해주는 멘토링 교육도 가능할 듯하다. 그리그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인문학 교수의 특강을 듣게 할 수도 있을 듯하다"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대학교 토론대회가 열릴 때 기회가 된다면 이를 중학생들에게 보여주고 토론 대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혹은 대학생들이 어떻게 공부하는지를 직접 보여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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