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연예인의 생일은 팬들에겐 기념일... “생일카페 투어 가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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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연예인의 생일은 팬들에겐 기념일... “생일카페 투어 가야 해요”
  • 취재기자 이채현
  • 승인 2023.12.15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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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은 이제 한국의 가요 그 이상으로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잡고 있다. 다른 나라의 대중음악 문화와는 조금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바로 팬과 가수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즉, 팬덤 문화가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가수와 팬은 활발하게 소통하며 다양한 감정을 주고받으며 깊은 교류를 한다. 팬 사인회에 가서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을 담은 손 편지를 써 주고, 직접 눈을 보고 전달하고 싶었던 말들로 서로 위로받기도 한다. 또, 가수에 대한 애정이 담긴 사진을 찍어 사진전을 열기도 하고, 팬들끼리 굿즈를 만들어 사고 팔기도 한다.

이 모든 행동의 이유는 그저 ‘가수에 대한 애정’인 것이다. 그래서 팬들은 특히 가수의 생일을 명절이나 기념일처럼 크게 축하해주는데, 이런 분위기에서 생겨난 특별한 문화중에 하나인 ‘생일 카페’가 있다.

카페 내부가 백현의 사진으로 꾸며진 모습이다 (사진: 취재기자 이채현).
카페 내부가 생일을 맞은 가수 백현의 사진으로 꾸며져 있다 (사진: 취재기자 이채현).

‘생일 카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는 카페를 좋아하는 가수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조금 변형한 카페이다. 일반적인 카페 내부 인테리어를 하고 있는 가게에 생일인 가수의 사진을 붙이고, 슬로건을 걸어놓는 등 팬들과 가수를 위한 특별한 공간으로 바꾼다. 그리고 음료를 주문하면 가수의 사진이나 이름이 적힌 컵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런 생일 카페는 카페를 대여하여 진행하는데,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도 팬이고 소비하는 것도 팬이다. 특정한 수익구조가 없어도 그저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생일을 팬들끼리 기념하기 위해서 여는 이벤트인 것이다.

대학생 김모(20,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는게 좋다”고 말했다. 또 학생 이모(17, 부산시 남구) 양은 “좋아하는 가수의 사진이나 비공식 굿즈들을 카페 한 번 이용하는 가격에 얻을 수 있어서 좋고, 꾸며져 있는 사진들이 전시회를 보는 것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생일 카페에 들어가면, 반짝반짝한 눈으로 카페 내부에 전시된 굿즈들, 붙어있는 사진들을 찍기 바쁘다. 그리고 주문할 때도 카운터에 가 신중하게 생각한다. 보통은 생일인 가수가 실제로 좋아하는 음료 메뉴를 굿즈를 받을 수 있는 패키지 메뉴로 선정하는데, 다양한 굿즈 종류들을 다 받을 것인지, 컵만 받을 것인지 포토카드도 받을 것인지 신중하게 고민한다. 고민 끝에 메뉴를 주문하고 받을 때 굿즈와 음료를 함께 받는다. 그리고는 함께 온 친구와 함께 좋아하는 가수의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걸려 있는 사진들과 자신을 함께 카메라에 담아 하루를 기록하기도 한다. 혼자 왔다고 해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같은 가수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모인 공간이기에, 말을 걸기에도 어렵지 않을뿐더러 사진을 부탁하면 성심성의껏 찍어주기도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이벤트는 서울에서만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서울로 가기 힘든 지방순이(지방과 빠순이의 합성어로, 지방에 사는 빠순이를 이르는 말)들을 위해 최근 들어서는 지방 카페에서도 생일 카페를 많이 진행하고 있다.

대학생 정모(김해시 삼계동, 23) 씨는 “예전에 덕질을 할 때에는 서울에 한 번 갈 때 드는 돈이 꽤 컸는데, 돈도 아낄 수 있고 동시에 시간도 절약할 수 있어서 좋아요. 가까운 거리에 있다 보니 주변에 있는 모든 생일 카페를 가는 생일 카페 투어를 할 수 있게 되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처럼 생일 카페를 한 군데 혹은 두 군데만 가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갈 수 있는 생일 카페를 모두 검색해 투어를 하는 문화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 들어 팬덤문화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지만,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건강하게 응원해줄 수 있는 문화를 더욱더 조명해주어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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