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문학을 발전시킨 향파 이주홍의 뒤를 따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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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역문학을 발전시킨 향파 이주홍의 뒤를 따라 걷다
  • 취재기자 조우진
  • 승인 2023.1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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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파의 정신을 엿보다

부산에서 가장 처음으로 문학가의 이름을 딴 문학거리가 어디인줄 아는가? 바로 부경대학교 대연캠퍼스 북쪽 경계 260m 길이의 울타리를 따라 조성돼있는 ‘향파문학거리’이다. 이 문학거리의 주인공은 바로 ‘향파’라는 호로 불리는 문학가 이주홍 선생으로, 현재의 부경대학교가 과거 부산수산대학교였던 시절 교수로 활동하셨던 향파 이주홍 선생의 작품과 정신을 느낄 수 있도록 거리가 조성되어있다.

‘향파’란 무엇일까? ‘향파’라는 호는 향할 향(向)에 깨뜨릴 파(破)로 이루어져 있고, ‘깨뜨림을 향한다’는 뜻으로 일상의 안온함에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움을 향해 나아가고자 했던 향파의 깨어있는 정신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 대표적인 아동 문학가로 활동했다. 이러한 향파를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는 일제강점기 시절, 아동문학계를 이끈 ‘신소년’과 ‘별나라’ 등이 있다. 또한 부산 지역문학의 실질적인 뼈대를 놓았고 폭넓은 문학과 문단 활동을 통해 부산 지역문학을 한국문학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후원자로서 또한 든든한 버팀목으로 활동하며 향파의 정신을 널리 퍼뜨렸다.

부경대학교 울타리를 따라 시작되는 향파문학거리의 입구이다(사진: 취재기자 조우진).
부경대학교 울타리를 따라 시작되는 향파문학거리의 입구이다(사진: 취재기자 조우진).

향파의 온기를 찾아가다

이주홍 선생이 직접 집필하신 작품들과 작업실을 재현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한다. 바로 부산광역시 동래구 온천동 435-23에 위치한 이주홍문학관이다. 이주홍문학관을 찾아가는 길목에는 이주홍 선생이 직접 쓴 시가 적혀있는 만연필 기둥과 무료로 책을 빌릴 수 있는 ‘꼬맹이 도서관’, 시민들이 직접 쓴 이야기를 이주홍 문학 축전에 전달할 수 있는 ‘메아리 우체통’ 등 다양한 조형물을 보며 찾아갈 수 있다.

이주홍 문학관의 입구 좌측에는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강당이 있고 1000원의 입장료를 내면 2층에 위치한 문학관을 관람할 수 있다.

향파 이주홍 선생의 명언인 “사람이 되고 나서도 문학은 늦지 않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메아리 무체통’이다(사진: 취재기자 조우진).
향파 이주홍 선생의 명언인 '사람이 되고 나서도 문학은 늦지 않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메아리 우체통’이다(사진: 취재기자 조우진).

향파를 마주하러 가는 길

이주홍 선생이 집필하신 책들로 가득찬 책장을 보며 걸어갈 수 있고, 정면의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 2023년 12월 30일까지 진행되는 ‘소년 다시 만나다’라는 프로그램 홍보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일제강점기 시절 발간한 ‘신소년’이라는 잡지가 100주년을 맞은 것을 기념해 원본을 한자리에 모아 관람할 수 있도록 전시해두었다. ‘신소년’의 표지화는 이주홍 선생이 일제강점기에 예술가로서도 치열하게 살았던 선생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주홍문학재단 이사장 류정로 씨는 “‘신소년’ 발간 100주년 특별 전시를 통해 다시 한번 소년으로 돌아가 이주홍 선생이 생전에 꿈꾸었던 새날을 이끌어갈 새 소년을 다시 만나보시길 기대한다”라며 ‘소년 다시 만나다’의 여는 글을 올렸다.

이주홍문학관 2층에 세워져있는 ‘소년 다시 만나다’ 프로그램의 홍보 포스터이다(사진: 취재기자 조우진)
이주홍문학관 2층에 세워져있는 ‘소년 다시 만나다’ 프로그램의 홍보 포스터이다(사진: 취재기자 조우진)

향파를 마주하다

빼곡히 세워진 책장들을 지나 문을 열고 들어가면 향파 이주홍 선생의 동상을 볼 수 있다. 동상을 둘러싸고 있는 벽면에는 이주홍 선생의 일대기, 문학지도, 연구문헌, 애장품, 삽화 등이 전시돼있다. 애장품 중 하나였던 강의 노트에는 “문학은 살벌한 세정의 인식 아무리 순수를 지향해도 증인, 의견의 대변자, 항거의 전위부대”라는 문장이 적혀있었다. 이 문장에서 일제강점기 시절의 강력한 저항 의지와 비장함을 엿볼 수 있었다.

벽면을 둘러싼 네 개의 벽면 중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는 곳은 바로 향파의 작업실을 재현한 공간이다. 향파는 1947년 부산에 내려온 뒤 여러 차례 집을 옮겨 다녔는데 그 결과 정착한 곳이 바로 이주홍문학관이 있는 동래였다. 이 공간은 향파가 영면할 때까지 살았던 동래 온천동 117-18번지의 2층 서재 소악서루를 재현한 자리라고 설명돼있다. 재현된 공간에는 그의 사진이나 그림, 붓통, 책, 사용하던 의자 등을 볼 수 있었다.

향파 이주홍 선생의 얼굴을 본떠 만든 동상 앞에 그를 기리는 꽃들과 그의 대표 작품 중 하나인 ‘이순신 장군’이 놓여있다(사진: 취재기자 조우진).
향파 이주홍 선생의 얼굴을 본떠 만든 동상 앞에 그를 기리는 꽃들과 그의 대표 작품 중 하나인 ‘이순신 장군’이 놓여있다(사진: 취재기자 조우진).

향파의 의지를 엿보고 난 후

이주홍문학관은 일상의 안온함에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움을 향해 나아간다는 이주홍 선생의 호처럼 그의 의지를 보존하기 위한 공간이라고 느껴졌다. 그가 “사람이 되고 나서도 문학은 늦지 않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일상생활 속 문학의 소중함과 문학이 가진 힘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찾고있다면 이주홍문학관을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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