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주 황용주 박경리 정공채 강남주 최영욱 그들의 삶과 문학의 평전적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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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주 황용주 박경리 정공채 강남주 최영욱 그들의 삶과 문학의 평전적 기록
  • 취재기자 박상현
  • 승인 2022.02.11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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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수도 하동- 하동이 사랑한 문인들' 출간
김종회 안경환 차용범 최영욱 하아무 등 지음

한국의 ‘천재적 대문호’ 이병주(李炳注), ‘한국인이 좋아하는 소설가’ 박경리(朴景利), ‘낭만과 유정의 시인’ 정공채(鄭孔采), 현실-문학-문화 이어온 ‘글쓰기의 마라토너’ 강남주(姜南周), 정한(情恨)의 시인-‘하동문학 지킴이’ 최영욱(崔榮旭). 그 ‘하동이 사랑한 문인들’의 삶과 문학에 관한 평전적 기록이 한 권의 책에 담겨 출판됐다. '문학수도 하동-하동이 사랑한 문인들'이다. 다섯 작가의 작품 또는 연대기를 바탕으로, 작가의 생애와 활동, 인생관을 전하는 책이다.

인물평전 '하동이 사랑한 문인들' 표지.
인물평전 '하동이 사랑한 문인들' 표지.

하동은 ‘문학수도(文學首都)’라 할 만큼, 쟁쟁한 문인을 쏟아내며 사랑받는 문학작품의 무대로 우뚝한 문향(文香)의 고장이다. 한국의 근․현대사 100년을 배경으로 한 3대 명작 대하소설 중 '지리산'과 '토지'의 무대가 하동이다. 하동을 배경 삼은 문학작품과, 하동이 낳고 키운 작가는 즐비하다. 하동은 특유의 자긍과 저력으로 나라를 대표할 문학관을 안고 문학축제를 꾸려오고 있다.

소설 '토지'의 배경 경남 하동 악양 평사리 무딤이들의 명물 부부송(사진; 하동군).
소설 '토지'의 배경 경남 하동 악양 평사리 무딤이들의 명물 부부송(사진: 하동군 제공).

소설가 이병주(李炳注). “나폴레옹 앞엔 알프스가 있고, 내 앞엔 발자크가 있다”는 자기 다짐처럼, 마흔네 살 늦깎이로 소설가의 길에 들어 80여 편의 작품을 남긴 ‘천재적 대문호’다. 문·사·철을 아우르는 박학다식·박람강기와 화려한 문체, 탄탄한 구성으로 독자를 사로잡은 걸출한 작가다. “태양에 바래지면 역사가 되고, 월광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 소설 '산하(山河)'의 아포리즘처럼, 역사의 문학화 또는 문학의 역사화에 크게 기여했다.

소설가 나림 이병주 선생 편.
소설가 나림 이병주 선생 편.

‘한국인이 좋아하는 소설가’ 박경리(朴景利). 한국 현대문학사 100년의 가장 큰 성취로 평가받는 대작 '토지'를 썼다. ​그는 지나다 본 하동 평사리 들판에서 소설적 영감을 얻어, 1969년부터 25년 동안 소설을 집필했다. 선생은 하동 출신은 아니다. 그는 경남 통영 출생이지만, 하동과는 운명적 인연을 나눴다. 그를 상징할 소설 '토지'를 쓰며 하동을 무대로 삼았고, 하동 평사리에 그의 문학적 혼을 담은 ‘박경리 문학관’과 ‘토지 문학제’를 남겼다. 소설 '토지'의 무대, 악양 평사리와 전통고택 ‘최참판댁’은 대한민국 최고의 문학 테마 관광지다.

소설가 박경리 선생 편.
소설가 박경리 선생 편.

‘낭만과 유정의 오만한 황제’ 정공채(鄭孔采). 스승 박두진 시인으로부터 ‘천의무봉의 시인’이라는 찬사를 받았을 만큼, 전후파(戰後派) 특유의 도시적 감성으로 실존적 고독과 고뇌를 노래한 시인이다. 어려서부터 시인이 되고 싶었던 그는, 세상의 수없이 많은 갈래의 길 중에 시(詩)의 길을 외곬으로 걸은 숙명적 시인이다.

현실-문학-문화를 이어온 ‘글쓰기의 마라토너’ 강남주(姜南周). 문학적 글쓰기에 관한 한 경계가 따로 없는 유명작가다. 언론사 기자로 시회에 진출, 대학 교수-총장을 지낸 부산지역 대표적 지식인이다. 그는 짧지 않은 세월, 시·소설․산문을 쓰고 문학이론을 연구하며 시인·수필가·문학평론가로 살아왔다. 거기에, ‘옛날 같으면 고려장 나이도 넘긴’ 75세에 늦깎이 소설가로 등단, 장편 역사소설을 펴내고 있는 탐험가적 작가다.

정한(情恨)의 시인 최영욱(崔榮旭). 지리산-섬진강과 자연-사람을 잇는 서정시인이다. 그는 타고난 열정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이병주․박경리의 문학세계를 지키는 ‘하동문학 지킴이’다. 생전에 쌓은 박경리와의 교분과 함께, 하동 평사리를 바탕으로 ‘박경리 문학’을 새기며 그를 하동으로 모셔온 인연의 인물이다. 그는 오늘 ‘이병주문학관’과 ‘박경리문학관’의 관장이다.

이 책은 부산 언론인 황용주(黃龍珠)의 언론활동을 함께 다룬다. 그와 이병주의 각별한 인연을 바탕으로, ‘언론인 이병주’를 함께 조명한다. 남천(南天) 황용주-나림(那林) 이병주는 부산 언론계가 키운 한국 현대사의 두 거인이다. 남천은 부산일보 주필 겸 편집국장을, 나림은 국제신보 주필 겸 편집국장을 지내며 부산 언론의 황금기를 함께 주도했다. 4·19와 5·16 같은 현대사의 격동기마다, 진실을 밝히는 기개와 민주주의를 주창하는 용기로 사관(史官)·언관(言官)의 역할에 당당했다.

경남 하동에서 ‘하동이 사랑한 문인들’을 다루며, 밀양 출신 언론인 황용주를 동반한 것도 뜻은 깊다. 나림은 ‘천재적 대문호’로 문명(文名) 높지만, 그의 언론 활동 역시 역사에 기록해야 할 만큼 묵중하고, 그 언론 활동은 오롯이 남천과 얽혀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부산 언론의 황금기’를 기억하며, 나림과 함께 남천을 되새겨야 할 이유다.

프랑스 노르망디에 살고 있는 남천의 외동딸 황란서 씨는 최근 이 책 출간 소식을 듣곤, “늘 아버지를 존경하는 보잘 것 없는 딸로서, 그 분을 기리는 분들을 대하면 가슴이 뭉클하여 견딜 수가 없다”는 감사 메일을, 필진에게 보내왔다.

이 책은 하동이 사랑하는 문인들을 평전 형식으로 정리한 첫 기록이다. 하동은 ‘문학수도’를 선언한 국내 최고의 문학 테마 관광지다. 그 하동은 그동안 ‘사랑하는 문인’과 그들의 문학을 쉽게 이해할 텍스트를 제대로 갖지 못했다. 이 책이 다섯 작가의 생애와 작품활동을 전하는 문학적 텍스트를 넘어, ‘문학수도 하동’의 역사적·문학적 가치를 찾는 내외 탐방객에게 친근한 인문학적 길잡이가 되기를 기대하는 이유다.

집필에는 문학평론가 김종회 이병주기념사업회 공동대표, '황용주 평전'을 집필한 안경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하동 출신 언론인 차용범, 하동 출신 시인 최영욱과 소설가 하아무가 참여했다. 이병주 평전에 김종회, 황용주 평전에 안경환, 박경리 평전에 최영욱…, 최고의 필진을 자부할 만한 책이다.

미디어줌/2021년 12월/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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