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유명하냐고? 맛있으니까!”... 50년 전통의 칠암 붕장어 마을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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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유명하냐고? 맛있으니까!”... 50년 전통의 칠암 붕장어 마을을 가다
  • 취재기자 정현수
  • 승인 2023.11.1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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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끊이지 않는 발길...칠암 만의 특별한 맛을 찾아서

부산의 해안을 따라 쭉 올라가다 보면 나오는 바다 향기 물씬 풍기는 기장군의 칠암항. 건어물을 널어놓은 정겨운 시장의 뒤로 바닷가를 따라 끝없이 늘어선 붕장어 횟집이 눈에 띈다. 주말만 되면 부산 시내는 물론 서울에서도 끊임없이 찾아오는 손님들은 제각각 마음에 드는 가게로 들어선다. 붕장어로 부산의 작은 어촌 마을까지 전국에서 손님을 끌어모으는 이 마을의 이름은 바로 ‘칠암 붕장어 마을’이다.

칠암 붕장어 마을 입구에 있는 환영 표지판이다(사진: 취재기자 정현수).
칠암 붕장어 마을 입구에 있는 안내 표지판이다(사진: 취재기자 정현수).

기장 앞바다에 위치한 칠암 붕장어 마을은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곳으로 예전부터 붕장어가 많이 잡히는 곳이었다. 칠암 붕장어 마을에서 건어물을 판매하시는 80세 가량의 할머니는 “40~50년 전부터 붕장어 회를 팔았던 집이 두 군데 있는데, 그게 읍내횟집이랑 영빈횟집(현 꺼먹동네)” 이라며 칠암 붕장어 마을의 원조 집을 소개해 주셨다.

마을 어르신 분들께는 ‘영빈횟집’으로 통하는 칠암 붕장어 마을의 원조 횟집 꺼먹동네는 1967년 개업하여 56년째 칠암 붕장어 마을에서 장사를 이어오고 있다. 꺼먹동네의 2대 사장 이옥남(72) 씨는 “원래는 식육점을 겸한 구멍가게를 하고 있었는데, 낚시꾼들이 가게에 술을 마시러 와 낚은 고기를 회로 썰어달라고 요청한 것이 시작이었다”며 “우리 마을이 언제 이렇게 유명해졌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칠암 붕장어 마을에는 아름다운 기장 바다를 마주보고 늘어선 횟집이 무려 30여 곳이 넘으며 모두 붕장어 회를 판매하고 있다. 50년 전부터 붕장어를 잡아 왔던 칠암 마을 일대 어항에는 무려 60여 척의 붕장어 잡이 배가 있다고 한다. 칠암 붕장어 마을을 다룬 다큐멘터리 ‘칠암 붕장어 마을을 아시나요?’에 따르면 붕장어를 잡을 때는 긴 낚싯줄에 여러 개의 낚싯바늘을 달아 고기를 잡는 주낙어업을 하며 기름기가 많고 냄새가 강해 붕장어가 좋아하는 청어를 염장해서 미끼로 사용한다.

이 마을에는 다른 횟집 거리와는 확실히 다른 점이 존재했다. 옛날부터 횟집 근처에는 상인들의 집요한 호객행위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곤 했다. 하지만 칠암 붕장어 마을은 횟집이 수십 개나 되는데 특이하게도 상인들이 특별히 호객행위를 하지 않는다. 이는 마을 번영회에서 정한 상인들 간의 규칙이라고 한다. 그래서 기자를 포함한 손님들 모두 부담 없이 원하는 가게에 들어갈 수 있었다. 칠암 붕장어 마을에서는 어느 가게를 들어가도 붕장어의 가격이 비슷비슷하다. 이 또한 마을 번영회에서 가격을 비슷하게 유지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붕장어 회와 구이 모두 소짜에 5만 원, 중짜에 7만 5000원, 대짜에 10만 원이다.

‘아나고’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붕장어는 회를 처음 입문하는 사람에게 권할 만큼 비린 맛이 적고 고소하다. 칠암 마을 주민 김경희(65) 씨는 “칠암 붕장어 마을은 붕장어를 잡은 날 바로 조리하기 때문에 그 신선함이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 없다”며 “붕장어의 맛뿐만 아니라 좋은 공기와 경치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은 몇 없다”고 말했다.

눈꽃처럼 곱게 손질되어 나온 붕장어 회의 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정현수).
눈꽃처럼 곱게 손질되어 나온 붕장어 회의 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정현수).

붕장어 회는 기름기와 뼈가 많아 손질하기가 어렵다. 무려 7단계의 손질 과정을 거쳐야 손님 상에 나갈 수 있다. 특히 칠암 붕장어 마을에서는 붕장어의 손질 과정에서 탈수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붕장어를 탈수기에 돌리면 붕장어의 기름기와 물기, 잔가시들이 효과적으로 제거되어 칠암 붕장어 특유의 고소함과 고슬고슬한 식감이 극대화된다.

붕장어 회는 평범한 생선회와는 모습이 많이 다르다. 뼈가 많은 붕장어는 평범한 생선회처럼 썰어서는 편하게 먹을 수 없기 때문에 눈꽃처럼 곱게 다져서 마치 쌀밥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먹는 방법도 특이한데, 양배추에 콩가루와 초장을 뿌리고 붕장어 회와 함께 섞어서 먹어야 한다. 비린 맛 없이 고소하고 고슬고슬한 붕장어 회의 식감 덕에 해산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해산물에 친숙하지 않은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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