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 채소도 새벽 배달 ‘거뜬’...온라인 새벽배송에 대형마트∙전통시장 매출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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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 채소도 새벽 배달 ‘거뜬’...온라인 새벽배송에 대형마트∙전통시장 매출 ‘주춤’
  • 취재기자 이승연
  • 승인 2019.12.1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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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컬리에 이어, 쿠팡, SSG닷컴, 롯데홈쇼핑 등도 새벽 배송에 가세
온라인 매출 증가, 오프라인은 손님 감소...상인들, “온라인 배송 서비스 탓”
온라인 배송 업체는 신선도 유지하면서 친환경 포장으로 고객 만족 높여
새벽배송의 대표업계는 마켓컬리, 롯데홈쇼핑, 헬로네이처, SSG 등이다(사진: 각 업체 공식사이트 캡처).
새벽배송의 대표업계는 마켓컬리, 롯데홈쇼핑, 헬로네이처, SSG 등이다(사진: 각 업체 공식사이트 캡처).

밤에 주문하면 이튿날 배송이 오는 ‘새벽배송’이 최근 들어 소비자들의 삶 속에서 영역을 점점 더 확장하고 있다.

새벽배송은 신선식품 온라인 업체인 ‘마켓컬리’가 2015년에 국내 최초로 일명 ‘샛별배송’이란 컨셉으로 선보였다. 샛별배송이란 밤 11시까지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이튿날 오전 7시 전에 현관 앞에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시작됐다. 대표적인 업체로는 신선식품 온라인 선도 새벽배송 업체인 ‘마켓컬리’를 비롯한 전국적인 유통망을 보유한 ‘쿠팡’, 유통 대기업 신세계 계열사인 SSG닷컴, 롯데홈쇼핑 등이 있다.

새벽배송의 최대 이점은 신선도가 보장된 식품이 아침을 시작하기 전인 새벽에 집앞으로 배송된다는 점이다. 대학생 이수민(21, 부산시 진구) 씨는 “평소 마켓컬리를 애용한다. 늘 신선한 식품을 받을 수 있고, 식품 퀄리티도 좋고 가격도 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배송마저 혁신하는 시대,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9월 기준 전년동기 대비 매출증감률(%) 추세’를 보여주는 그래프다. 오프라인에서 편의점을 빼고 대형마트, 백화점의 매출이 줄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도표: 산업통상자원부 자료, 시빅뉴스 제작).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9월 기준 전년동기 대비 매출증감률(%) 추세’를 보여주는 그래프다. 오프라인에서 편의점을 빼고 대형마트, 백화점의 매출이 줄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도표: 산업통상자원부 자료, 시빅뉴스 제작).

이처럼 소비자들은 ‘굳이’ 직접 장을 보러 갈 필요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9년 9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증감률은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매출이 17.8% 상승한 반면에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매출은 -5.0%로 하락세다. 이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의 격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같은 오프라인 매장 중에서도 편의점의 매출은 소폭 상승했지만, 백화점, 대형마트의 매출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산시 진구에 위치한 부전시장의 오후 모습(사진: 취재기자 이승연).
부산시 진구에 위치한 부전시장의 오후 모습(사진: 취재기자 이승연).

새벽배송은 이제 속도뿐만 아니라 환경까지 생각하며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유통시장의 판도를 바꾸며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마트, 전통시장 등과 같은 오프라인 유통시장은 점점 침체하고 있다. 부산진구에 위치한 부전시장 관계자 김 모 씨는 “매일 새벽에 시장 열고 신선한 식품과 함께 손님을 기다려도 예전만큼 오지 않는다. 인터넷으로 시켜도 신선한 식품이 배송되니 손님들이 더 발걸음을 돌린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한 울산 남구에 위치한 농수산물도매시장 관계자 김철동 씨는 “그나마 예전에는 도매로 생선을 잔뜩 사가는 손님들도 많았지만, 요즘은 그마저도 뜸하다”며 “하루빨리 손님들이 북적였던 시장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관계자 강 모 씨는 “시장의 상권이 다시 불타오를 수 있도록 늘 고민하고 있다. 이런 시장의 노력들이 지속되면 언젠간 다시 손님들이 많이 와주실 것”이라며 기대 어린 표정을 지었다.

전통시장 외에도 소비자들의 단골 장보기 스팟이었던 대형마트에도 손님들 발길은 ‘뚝’ 끊겼다.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홈플러스 관계자 이 모 씨는 “주말은 다행히도 괜찮지만, 평일 같은 경우는 눈에 띄게 손님들이 줄었다. 우리는 점점 손님이 줄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며 걱정을 표했다. 또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 김명희 씨는 “요즘은 평소보다 확실히 주문량이 줄었다. 아무래도 배송 영역이 점점 넓어지다 보니 소비자들도 굳이 마트로 오지 않고 인터넷으로 장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환경 파괴의 주범? 이제는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새벽배송!

승승장구를 이어나갈 것만 같았던 새벽배송 업체들이 최근 위기를 맞이했다. 최근 들어 과일이나 채소 등의 신선식품, 심지어는 육류나 생선회와 같은 보존 가능 기간이 짧은 음식까지 배달이 되면서 제품의 신선도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하지만 이를 위해 스티로폼 상자나 아이스팩, 비닐 파우치 등을 과도하게 이용해 친환경적이지도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 종이 박스와 종이 완충 포장재로 배송된 마켓컬리 택배(사진: 취재기자 이승연).
실제 종이 박스와 종이 완충 포장재로 배송된 마켓컬리 택배(사진: 취재기자 이승연).

이에 새벽배송의 대표주자 마켓컬리는 지난 2019년 9월 말부터 100% 재활용 가능한 종이로 모든 포장재를 전환하는 '올페이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스티로폼 박스는 친환경 종이 박스로, 비닐 소재였던 완충 포장재는 종이로, 파우치와 박스테이프 등은 종이로 바꿔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비닐 등 생분해가 쉽지 않은 일회용품의 사용을 줄이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SSG닷컴은 지난 2019년 6월 말부터 넉넉한 용량까지 갖추고 반영구적 재사용이 가능한 보냉가방인 '알비백'을 도입하여 새벽배송 시에 사용하고 있다.

기업들의 이러한 환경친화적인 배송 행보에 대해 소비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대학생 김지호(22, 부산시 남구) 씨는 “새벽배송을 통해 편하게 장을 볼 수 있는 건 좋지만, 막상 배송이 오면 포장이 너무 과도하게 되있어 처리하기 버거운 순간이 자주 있었다. 하지만 요즘 새벽배송 업체들의 포장 시스템이 종이 재질 박스나, 재활용 가능한 보냉 가방으로 배송오기 때문에 나도 함께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느낌이 들어 뿌듯했다”고 밝혔다.

새벽배송처럼 소비자들이 흥미로워하고 자주 찾게 되는 서비스는 꾸준히 성공한다. 주부 홍예은(44, 부산시 남구) 씨는 “지금은 주로 쿠팡 프레쉬나 마켓컬리처럼 새벽배송이 가능한 온라인 유통시장을 이용하지만, 집 주변 마트들이 새벽배송을 시작한다면 바로 이용할 것”이라며 “바뀌고 있는 배송 트렌드에 맞춰서 주변 상권도 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물류업계 관계자 김윤희(49, 울산시 남구) 씨는 “새벽배송을 통해 하나의 직업이 재생산된다는 점에서 좋게 생각한다”며 새벽배송 시스템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윤희 씨는 “대도시에는 전반적으로 새벽 배송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어 많이들 이용하지만 소도시나 촌락 같은 경우 수요도 적을뿐더러, 공급 또한 맞추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새벽 배송 시스템이 사회 전반적으로 퍼지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지방의 물류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게 필수적이고, 또한 새벽 배송 시스템에서 일어나는 택배 도난 사건 등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 발 빠르게 대처한다면 새벽 배송 시스템이 좀 더 효율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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